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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안보'를 위해서라면 국가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국가의 최우선적 목표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효용성이다.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안보를 해치는 것이거나 비용 대비 편익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상유지에 힘을 쓰거나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사드(THAAD) 배치 논의가 국내에서 이루어진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논의는 주로 언론과 시민단체 수준에서 이루어졌고, 결론은 사드 배치의 편익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사드를 배치할 경우 발생할 이익에 비해 부담해야 할 사회적, 경제적, 외교적 손실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추진할 모양이다.

사드로 북한의 미사일을 막겠다고?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겨레하나,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청년연대 회원들이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사드 배치 안돼!'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겨레하나,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청년연대 회원들이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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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신뢰도가 높지 않다. 미국은 사드가 11번의 모의실험에서 모든 미사일을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실험은 최적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큰 의미가 없다. 실험은 발사된 미사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항공기에서 투하한 미사일을 격추시킨 것이었다. 실제 발사된 미사일의 속도를 감안하면, 이를 탐지해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사드가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드는 실전에 배치된 적이 없는 '개발 중'인 무기일 뿐이다.
 
둘째, 사드 1개 포대는 48발의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사드 1개 포대로 북한 미사일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북한은 1000기 이상의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사드 미사일의 적중률이 100%라고 하더라도 잡을 수 있는 미사일 수는 제한적이다. 1개 포대가 격추시킬 수 있는 미사일의 수는 북한이 소유한 미사일 중 단 5%에 불과하며, 나머지 952발의 사드 미사일은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셋째, 사드가 요격 대상으로 삼는 노동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 1300km에 이르는 중거리 미사일로, 일본의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노동 미사일은 보통 45도 각도로 발사되는데, 한반도를 대상으로 하면 거리가 짧아져 발사 각도가 7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각도가 높아지면 미사일 속도가 떨어지고 제어가 힘들어 정밀타격이 어렵다. 더구나 북한은 수백 기의 스커드 미사일과 이동식 단거리 미사일, 수도권을 타격하기 위한 장사정포를 갖추고 있다. 굳이 비싼 비용을 들어가며 노동미사일을 남한 타격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적다.
 
넷째, 노동 미사일은 사드 미사일에 비해 탄두의 중량이 크다. 이 때문에 사드 미사일로 노동 미사일을 맞춘다고 해도 격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 2013년 '아태 지역에서의 탄도 미사일 방어 : 협력과 반대'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는 아태 지역에 탄도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과 관련된 언급은 달랐다. 보고서는 '남한과 북한은 너무나 가까워서 미사일이 낮은 궤도로 날아 몇 분 안에 도착할 것이기에 사드의 효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의 효용성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낮다.
   
사드 미사일, 대중국용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는 사드 배치가 대중국용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입장은 다르다. 사드의 탐지 레이더(AN/TPY-2)는 반경 1000~1800km 내에 달하며, 이는 중국의 동북부 지역을 포함한다. 중국 동북부 지역을 제 안방 드나들 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은 11일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과 관련해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엄중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은 이에 대해 분명히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스스로의 안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경제적 혹은 외교적 보복을 점치게 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제2의 마늘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0년 중국은 우리나라가 중국 마늘에 대한 수입 관세를 10배 정도 늘리자 한국산 휴대폰의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리며 경제적 보복을 했던 바 있다. 또한, 한반도 사드배치는 한·미·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반대급부로 북․러․중의 안보 동맹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도 어느 정도 동의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북압박 정책은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이탈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지역 안보를 빌미로 고전적인 동맹 체계가 강화될 것이다. 북한에겐 이롭고, 우리에겐 해롭다. 사드 배치는 우리에게 외교적,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 국방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인원 통제 구역'을 100m까지로 홍보하고 그외 구역은 안전구역이라 소개하고 있는 반면, 미 육군은 3600m까지를 '비허가자 출입제한구역'(Uncontrolled Personnel keep out zone)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인원 통제 구역'을 100m까지로 홍보하고 그외 구역은 안전구역이라 소개하고 있는 반면, 미 육군은 3600m까지를 '비허가자 출입제한구역'(Uncontrolled Personnel keep out zone)으로 정하고 있다
ⓒ 미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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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의 탐지 레이더, 인체에 유해한 영향 미쳐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저희는 6월 말쯤 부지 가용성에 대한 구두 보고를 받고 7월초쯤에는 배치할 수 있겠다는 내부적 검토를 마쳤다"라며 "사드 배치는 7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배치가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부지에 대해서는 "한미 공동실무단에서 아직 저에게도 문서로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면 정부는 이미 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했다는 것인데, 이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이며, 독단적인 처사다.
 
11일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후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른 경북 성주와 칠곡, 경남 양산, 충북 음성 등지에선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그 이유는 사드 미사일과 함께 배치될 탐지 레이더가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THAAD)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사드 (미사일 탐지 레이더) 에서 요구하는 안전거리가 가장 짧다"라며, 지금 군이 운용하는 레이더와 비교해도 인체에 유해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맞는 말일까?
 
사드 미사일 탐지 레이더는 일반 항공 레이더에 비해 전자파 영향이 강하다. 일반 항공 레이더는 속도 마하 1-3의 군용기를 잡지만, 사드 레이더는 마하 7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잡아야 하기에 몇 배나 강력한 전자파를 생산해낸다. 괌 지역에 배치된 사드 미사일과 관련한 영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레이더의 안전거리는 사람 100m, 전자 장비 500m, 항공기 5.5km다. 100미터 안에서 사람이 레이더에 노출되면'심각한 화상과 내상을 입힐 수 있다('It can cause a serious burn and internal injury').

그렇다고 레이더 밖 100M 지점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미 육군 본부는 AN/TPY-2 레이더 운용 교범에서 레이더로부터 100m에서 3.6km까지를 비허가자 출입제한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레이더 기지 반경 3.6km 내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경우 다소 간의 차이는 있으나 피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다.

전략적 유연성과 사드

사드는 주한미군이 가진 무기다. 평시에도 우리 군이 직접 통제할 수 없고, 전시에도 전시작전권에 따라 주한미군이 운용하게 된다. 물론 전시에 주한미군의 무기가 우리 안보를 위해 사용될 순 있겠지만, 앞서 논의한 것처럼 대북용으로는 그다지 효용성이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전략적 유연성'에 있다. 미국은 2000년 11월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해외주둔미군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계획을 추진했다. 유사시 해외에 주둔 중인 미군이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 신속히 파견돼 전쟁임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에서 분쟁 발발 시 신속기동군으로 재편돼 분쟁에 개입한다. 중국이나 다른 국가와의 대립 상황에서도 물론 그러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분쟁에 개입될 때 상대국은 주한미군을 타격의 대상으로 두며, 우리 국토에 주둔 중인 미군 역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만약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게 되면 자연스레 우리 역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며, 사드 배치 지역은 우선적인 포격 대상이 될 것이다.

사드, 국회 비준 동의 없이 국내에 배치하겠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사드 부지 결정에 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국회 나온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사드 부지 결정에 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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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배치를 국회 동의 없이 들이겠다고 주장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내용을 무시하는 처사다. 헌법 60조 1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이에 따라 2002년과 2004년에 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된 연합 토지 관리계획 개정 협정(LPP)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 처리한 바 있다. 사드 배치 시 드는 운용 비용은 연간 1조 5000억 원이며, 특별한 합의가 없는 이상 1991년 체결된 한미 간의 특별조치협정(SMA)에 따라 절반의 비용은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한다.

이를 돌아보면 사드 배치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사드 배치 결정은 헌법과 관례에 근거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괴상한 논리를 펴며 국회 동의 없이 이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헌법을 무시하는 월권이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국민적 토론과 동의의 과정이 먼저다

살펴본 것처럼,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돌아오는 이익에 비해 그 비용이 크다. 그럼에도 사드를 국내에 배치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안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당사자다. 그러나 '안보'라는 구호가 사드 배치 결정과 큰 연관성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정부는 외교무대에서 자국민에 대한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 우리 국민에게 대체 무슨 이점이 있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점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소상히 밝히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밟길 바란다.
 
정부는 미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해오면서 국회 국방위나 외교통일위에도 협상 진행 과정이나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독단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정부의 주장처럼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면 먼저 토론 과정이라도 한번 밟아보자. 국가의 명운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은 국민적 토론과 동의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태그:#사드배치, #사드반대, #사드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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