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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사진은 당시 오빠를 잃은 임화심 할머니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사진은 당시 오빠를 잃은 임화심 할머니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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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나 정부가 하루 속히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을 밝히고 잘못된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 '창원유족회' 노치수 회장이 진해만 '괭이바다' 위에서 호소했다. 창원유족회는 배를 타고 이곳까지 나가 '창원지역 합동 추모식'을 열었다. 학살이 일어난 지 66년 만이다.

한국전쟁 전후 창원지역에서는 민간인 2300여 명이 재판도 없이 처형됐다. 그 중 마산형무소에 갇혀 있던 국민보도연맹원 등 1681명의 민간인 대부분 1950년 7~8월 사이 몇 차례에 걸쳐 괭이바다에 끌려와 수장당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는 창원지역 학살사건으로 최소 717명과 보도연맹원 77명 등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앞 바다인' 괭이바다' 등에서 민간인들이 수장 당했다고 밝혔다. '괭이바다'는 밤에 바다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고양이 울음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창원유족회는 그 뒤부터 해마다 '합동위령제 추모제'를 지내고 있으며, 올해로 아홉 번째다. 당초 유족회는 마산 돝섬유람선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나가 예정이었지만, 유람선사 측의 운행 중단으로 진해 속천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나갔다. 배 위에서 추도식만 열고, 돌아와 진해루에서 위령제를 지냈다.

유족들은 배 밖으로 나와 "특별법 통과" "극락왕생 하소서" "김민용 아버지 극락왕생 하소서. 큰 딸 올림"이라 적은 고무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자매인 임홍연(88)·임화심(85) 할머니는 "당시 오빠가 23살에 학살당했다, 지금 살아 있었으면 91살이다. 철도 일을 하고 있었는데,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고 해서 끌려갔고,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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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연 할머니는 "마산교도소로 어머니가 매일 찾아갔다, 교도소에 아들 친구가 간수로 있었는데 하루는 어머니 보고 오지 말라 했다고 한다. 그 날 새벽에 바다에 끌려나갔다고 한다"며 "오빠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이성섭(76)씨는 "아버지가 보도연맹에 가입했다고 해서 희생을 당했다. 재판도 없이 바로 학살당한 것"이라 말했다. 김아무개(70)씨는 "아버지가 희생당했다. 옛날 주변 어르신들이 괭이바다에 수장되었다고 증언해 주셨다"고 말했다.

추모식은 차성한 박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노치수 회장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당시 이승만 정부는 내편이 아닐 것이라는 이유로 전국 각 지역에서 많은 민간인들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산골이나 계곡, 바다나 섬으로 끌고 가 학살해버렸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억울하게 희생당한 민간인들 중에는 일제치하에서 독립을 위해 활동했던 사람도 있고, 단독정부를 반대하자 잡혀간 단기수도 있었으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게 희생된 자들도 많았다"고 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사진은 노치수 회장이 추도사를 하는 모습.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사진은 노치수 회장이 추도사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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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이념이 뭔지 사상이 뭔지도 모르면서 정부가 주관해 만든 보도연맹에 가입해 희생 당한 순박한 민간인들도 많이 있었다"며 "귀중한 생명을 빼앗길 정도로 죽을 죄인이란 말이냐. 정말 안타깝고 통탄할 일이며 이것이 한국의 슬픈 현대 역사이기도 하다"고 했다.

진실화해위 위원을 지낸 김현태 전 창원대 총장은 추모사를 통해 "이 자리가 돌아가신 희생자분들의 한을 위로하고 그 유족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되게 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계속 밝혀나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허진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은 "지금도 괭이바다 속에서 한을 품고 떠도는 영령들이시여. 이제 편히 쉬시라 말씀드리지 못한다. 아직도 원통한 죽음들이 밝혀지지 못했고, 학살자들을 단죄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허 회장은 "훗날 특별법이 제정되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 대한민국 정통성을 계승한 정부가 사죄하고 가해자를 역사적으로 단죄한 후 그때 다시 찾아 '편히 잠드시라' 말씀드리겠다"며 "유족 여러분한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 못한다. 대신 분노하고, 증오해야 한다. 학살원흉 이승만과 은폐원흉 박정희 그리고 추종자들을 용서해서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족 전술손씨는 '아버지께 띄우는  편지'를 통해 "이제 아버지의 불명예를 씻어내는데 남은 생을 바치겠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다"며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조작사건들의 진실을 밝히겠다.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시대의 불의와 부정의 진실을 밝히겠다. 그래서 온전히 명예를 회복시켜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신기훈 시인과 이정현 시인, 효전 스님이 '추모시'를 낭송했다. 홍준표 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 김하용 창원시의회 의장은 추모사와 조화를 보냈지만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옥선·노창섭 창원시의원과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 백남해 신부 등이 참석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묵념하는 유족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창원유족회'는 9일 오후 수장 현장인 마산만 '괭이바다'에서 '합동 추도식'을 열었다. 묵념하는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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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원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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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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