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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 살고 싶다면 먼저 습기와 친해져야 한다

대정읍에 사는 친한 형님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간 날이었다. 장마가 끝난 제주시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애조로를 지나 평화로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안개가 끼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서귀포시 경계로 접어들자 내 앞에는 영화 <사일런트힐>(안개로 유명한 공포 영화)의 무대가 펼쳐져 있었다.

제주에 살려면 이 정도 일상적인 안개는 가볍게 웃어넘길 배짱이 요구된다
 제주에 살려면 이 정도 일상적인 안개는 가볍게 웃어넘길 배짱이 요구된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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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이주를 준비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제주시보다는 서귀포시를 선호한다. 아무래도 인구(47만 : 17만)와 차량대수(36만 : 8만)가 상대적으로 적어 한적하고 여유로운데다가 겨울철에도 어지간해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따뜻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장마철 습기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원래 습하기로 유명한 섬나라 제주이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 간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7월 5일)만 해도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맑은 날씨이건만 습도는 제주시 65%, 서귀포시 100%를 기록하고 있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와서 습하고, 맑은 날에도 무겁고 습한 공기가 밀어 닥치니 습기에 약한 사람은 미칠 지경인 거다.

이에 어느 분이 말하길 한라산을 중심으로 북쪽에 위치한 제주시는 대륙성 기후에 가깝고, 남쪽 서귀포시는 해양성 기후에 가깝다고 하는데, 이유야 어쨌든 습기에 약한 분이라면 거주지를 고를 때 한 번쯤 고민해 봄직하다(대정읍에 사는 그 형님은 덥고 습한 서귀포의 날씨를 너무도 좋아한다. 뭐든 본인 취향이 중요하다).

서귀포에는 서귀포만의 느낌이 있다. 동이 트기 전 중문 해변의 전경
 서귀포에는 서귀포만의 느낌이 있다. 동이 트기 전 중문 해변의 전경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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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전국 최하위고, 집값은 서울 강북 수준이라는데

최근 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제주도에 집을 구하는 분들과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부동산이나 집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면 가끔 의견충돌이 생기기도 해 되도록 이런 류의 대화를 피하려 하지만, 내가 집을 구하던 시절의 정보에 대한 목마름을 생각해서 가끔 한두 마디 의견을 보태곤 하는 실정이다.

집 얘기에 앞서 임금, 즉 제주에서 취업을 했을 때 급여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왜냐하면 육지에서 이미 모든 것을 이루고 은퇴 후 휴식을 위한 장소로 제주도를 택한 분들을 제외하면 집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대출상환까지 고려한 수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제주의 임금수준은 육지, 특히 수도권에 비하면 절반 이하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일부 대기업과 IT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회사들이 영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까.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니건만 구인공고를 보면 월 급여 150만~200만 원 사이에 대부분 회사들이 밀집해 있다. 자영업을 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제주에서 월급쟁이로 산다는 건 이런 저임금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 이주를 결심한 이들에게 바이블이 되어 줄 오일장과 교차로. 여기에 제주도민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 이주를 결심한 이들에게 바이블이 되어 줄 오일장과 교차로. 여기에 제주도민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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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집값은 어떨까. 우리보다 먼저 제주로 이주한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제주의 임금 수준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매매·임대 비용이 저렴했기에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듯 2016년 현재 제주의 집값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한 상태다.

최근 언론에서는 제주 집값이 서울 강북 수준에 근접했다고 보도하는데, 서울에 살다가 제주로 이주해온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과장된 측면이 있는 듯하다.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적어 프리미엄이 많이 붙는 제주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대단지 아파트들끼리 분양가와 매매가를 비교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물론 많이 오르긴 올랐다. 하지만 아직 서울 강북 수준은 아닌 듯하다(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하도록 하자).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회사원 월급으로는 집값을 부담하기 힘든 것은 육지나 제주나 마찬가지가 돼버렸다.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온 나 역시 이런 집값 상승에 한 몫을 한 건 아닌가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매일 아침 이런 하늘을 보고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매일 아침 이런 하늘을 보고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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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와는 조금 다른 제주 부동산의 흐름

제주로 이주를 하는 많은 분들이 마당 있는 집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제주에 집을 알아보면서 최우선순위는 단독주택 건축이나 매매인 경우가 많다. 우리 역시 그랬으니까.

단독주택을 포함해 제주로 이주해오는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주 형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에 아직 육지 물이 덜 빠진 초보 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적어보았으니 제주 이주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① 토지를 매입하여 새로 집을 짓는 경우

제주뿐 아니라 귀촌을 하는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제주에 구입해 둔 토지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갈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단 현재 제주에는 개인이 매입하여 집을 지을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땅이 전무하다.

쓸만한 땅은 전문 업자들이 모두 매입하여 조금씩 거래량을 조절하는 상태고, 가끔 매물로 올라오는 토지는 현지인들이 혀를 찰 정도로 높은 가격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집을 지어줄 업자를 선정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한 해 제주에는 사상 최대의 신규 분양 열풍이 불어 셀 수 없이 많은 아파트와 빌라, 타운하우스가 지어졌다. 문제는 그 건축 열풍이 아직도 식지 않아 건축관련 업자들 대부분이 이런 대규모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토목과 전기 등 건축 관련 회사에 근무중인 분들과 얘기해본 결과 개인이 짓는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수주를 받지 않을 정도라 한다. 건축비도 부담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평당 400만~450만 원 정도이던 단독주택 건축비가 최근에는 65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집을 지어줄 업자를 찾기도 힘들고, 찾아도 건축비가 부담인 상황,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아니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다행이다. 비용부담보다 더 큰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들어 몇몇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 있지만 서로 간의 유대 관계가 강한 시골 마을에 외지인이 들어가 집을 짓는다는 건 여러 가지 법적, 감정적 분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A씨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 외곽에 마당 있는 집을 짓기 위해 1년 넘는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아파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보다는 마을 주민들과의 다툼이었다.

A씨가 매입한 땅은 오랫동안 공터로 방치되어 마을 주민들의 공용 주차장 겸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건축을 위해 측량을 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은 급기야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A씨는 건축을 포기하고 땅을 다시 매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재미있는 것은 이 땅을 새로 매입한 분 역시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를 준비중인 예비 이주민이라 하니, 앞으로의 험로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길을 걷다 제주를 꿈꾸는 모두에게 로망이 될 법한 언덕 위 그림 같은 별장을 발견했다.
 길을 걷다 제주를 꿈꾸는 모두에게 로망이 될 법한 언덕 위 그림 같은 별장을 발견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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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구옥을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신축을 하는 경우와 비슷하지만 그나마 업자를 구하기는 조금 수월하다. 구옥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건축 업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건축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분들의 경우 직접 리모델링에 참여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일단 집터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에 토지 이용과 관련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다. 리모델링을 할 만한 구옥의 씨가 마른 게 문제다.

이는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분들 외에 구옥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나 음식점 등 자영업을 하려는 분들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풍광이 좋은 해안도로에 위치한 구옥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도 많이 올랐고, 매물도 없는 상태다.

예전에는 헐값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임대를 주기도 했던 해안가 구옥이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게 될지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매매가 대비 낮은 대출금도 발목을 잡는다. 보통 감정가의 60~70% 정도가 1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가능 금액인데, 구옥의 경우 실제 매매가보다 감정가가 턱 없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한 구옥을 대상으로 실제 매매가와 은행 감정가를 비교해 보았다.

대략 60평 정도의 마당에 20평으로 지어진 이 집의 매매가는 1.6억 원. 하지만 제1금융권에 감정의뢰를 해본 결과 감정가는 8000만 원에 불과했다. 대출 가능 금액은 4500만 원 남짓. 급격하게 상승한 호가와 매매가를 보수적인 감정가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해당 집은 매물로 나온 지 3시간 만에 거래가 완료되었다.

구옥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의 모습
 구옥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의 모습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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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타운하우스를 매입하는 경우
④ 대단지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
⑤ 나홀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
⑥ 단지형 빌라를 매입하는 경우
⑦ 나홀로 빌라를 매입하는 경우
⑧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매입하는 경우

이처럼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작은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때문에 아쉽지만 매입과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공동주택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다음 글에서는 타운하우스와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제주도에서의 거주지로 공동주택을 선택하는 경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태그:#제주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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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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