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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 주택분야 토론회를 점거한 시민들
 서울시정 주택분야 토론회를 점거한 시민들
ⓒ 신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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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성난 남성의 목소리가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5일 오전 10시 반, 서울시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시정 주택분야 토론회'가 열리는 대회의실을 장악해 토론회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날 토론회는 민선 6기 2주년을 맞아 주택정책분야의 성과를 평가하고 정책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한국주택학회와 서울특별시가 공동주최했다.

오전 9시 30분 무렵, 송호재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이 '서울의 주택정책'을 주제로 발표하는 도중 파란 양복을 입은 남성이 하얀 종이를 들고 분연히 일어섰다. 남성은 연신 "임대주택정책을 반대한다" "서울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뉴타운 정책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객석 곳곳에서 남성의 말에 호응하는 외침이 튀어나왔다. 토론회장을 메우고 있던 몇몇 노인들은 일어서서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당황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토론회를 재개하려 했으나, 고성이 이어지자 토론회를 중단했다.

토론회장을 장악한 이들은 서울에 거주하는 주택소유자들로, 서울시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폭우를 뚫고 서울시청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작 7구역에 사는 이진우(78)씨는 "내가 가진 집이 20억인데 뉴타운 사업이 실시되면 절반도 안 준다"고 울분을 토했다.

노량 7구역에 사는 최경규(63)씨도 "사업이 시작되면 재산을 71%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사업성이 없는 일인데 서울시가 강행하려 한다"며 "하나 밖에 없는 재산을 지키려고 평일에 하던 일도 그만두고 토론회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해당 토론회는 뉴타운 사업과 연관이 없었지만, 시민들은 뉴타운 사업 해제를 반복해서 주장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뉴타운 사업은 도시개발관련 정책이니 관련 토론회에서 민원을 제기해달라"고 수차례 되풀이했지만 성난 시민들은 막무가내였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뉴타운을 해제하지 않은 채 임대주택공급을 주요 정책으로 삼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동작 7구역에 사는 이진우씨는 "뉴타운 사업을 하면 새로 지은 아파트의 15%를 임대주택으로 주도록 돼 있다"며 "정책은 좋지만 재산 있는 사람은 반대다. 하나밖에 없는 내 집을 왜 뺏어서 주냐"고 말했다. 노량 7구역에 사는 최경규씨도 "도시 재생을 할거면 뉴타운을 해제시켜야 한다. 임대주택부터 말하는 건 허위선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정책이 잘못됐다는 얘기야 지금. 주거정책을 얘기하겠다는데, 기존 주택을 뺏어가지고 무슨."

검은 양복을 입은 시민이 토론회 도중 소리쳤다. 이날 토론회장을 점거한 시민들 대다수는 7, 80대 노인으로, 재개발 때문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이들은 서울시가 임대주택 건설을 빌미로 주민들을 내쫓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토론회장을 찾은 강북구 송천동 주민은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집 주인을 내쫓겠다는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건 뉴타운도, 임대주택사업도 어떤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내 집을 유지하기 원한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구 답십리 17구에 사는 다른 주민도 연단 쪽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지금 서울시가 우리 사유재산을 강제로 가져가서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준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우리집 뺏어가지고 청년들 집 지어주겠다는 거다."
"당장 토지수용이 시작되면 어르신들은 어디서 살라는 말이냐."

서울시청에는 집을 뺏길까 두려운 노인들의 고성이 30분간 이어졌다.


태그:#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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