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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앞 도로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설치하려는 천막을 경찰이 제지하고 철거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기에, 공무집행방해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4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하동지회와 법무법인 '여는'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법원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김종헌 판사)은 지난 6월 29일 하동지회 조합원 9명에 대해 선고했다.

하동지회는 하동군이 발주한 '대송산업단지 조성공사' 등과 관련한 덤프 차량 운반비 단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5월 하동군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5월 19일 하동군청 앞 우측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려 했다. 그러자 경찰은 천막이 '불법 설치물'이라 경고하고 철거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과 조합원 사이에 밀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경찰·검찰은 이날 상황을 비롯해 하동지회 간부․조합원 9명을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상해·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하동지회는 2015년 5월 19일 하동군청 앞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관들이 제지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하동지회는 2015년 5월 19일 하동군청 앞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관들이 제지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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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업무방해와 공동상해·폭행을 인정해 8명에 대해 집행유예와 벌금, 사회봉사명령 등을 선고했고, 공무집행방해와 집시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찰관들의 천막 제거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함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관직무집행법(제6조, 즉시강제)에 보면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하여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이 조항에 의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 역시 그러한 조치가 불가피한 최소한도 내에서만 행사되도록 그 발동·행사 요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석․적용의 범위 내에서만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 조항과 그 정신 및 해석 원칙에 합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경찰관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눈앞에서 막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곧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상황이어서, 직접 제지하는 방법 외에는 위해·손해를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사태일 때에만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해 적법하게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만 경찰의 제지 조치가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법원은 "노조원들이 천막을 설치하려던 장소는 하동군청 앞 도로로, 천막 설치행위로 다소간 통행의 불편이나 미관 훼손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상 중대한 손해를 미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경찰관들의 천막 철거행위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근거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경찰관들은 천막 설치를 제지하려고 하였을 뿐이고, 노조원들을 도로법 위반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거나 그에 수반하여 천막을 압수하려고 하였던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며 "따라서 경찰관들의 천막철거 행위가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도로법에 의하면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는 행위를 제지할 권한은 도로관리청 즉, 국토교통부장관 내지 자치단체장일 뿐이므로, 경찰관들의 천막 철거행위가 도로법에 따른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경찰관들의 천막 철거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함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노조원이 경찰관의 천막 철거행위에 대항하여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고,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관의 천막 철거행위에 대항하여 경찰관들의 옷과 방패를 잡아 밀치고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집회시위의 주최자가 폭행협박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두현 변호사는 "경찰의 무분별한 천막 등 집회 물품의 강제철거 관행에 제동을 가한 판결"이라며 "경찰의 위법한 집회방해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건설노조, #하동군청, #천막,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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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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