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짧은 치마를 입은 김나연(가명·30·여)씨의 직장은 용인시 기흥구의 한 다방이다. 오후 1시경에 출근해 밤 10시가 넘어 퇴근한다. 신갈동의 한 모텔에서 2명의 동료와 장기 생활하고 있다.

가정주부인 이선미(가명·35)씨의 직장은 용인의 한 식당이다.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나연씨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준 것도 선미씨다. 그들은 같은 '동포'끼리 서로 도와주며 사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아니면 의지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연씨와 선미씨를 만난 곳은 한 식당에서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오후. 이들은 식당 한곳에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들렸다 해도 대화 내용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었을 듯하다. 지인의 소개로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지만 이름을 묻자 "왜요"란 물음으로 답변했다.

식당일로 선미씨는 긴 시간 자리에 앉아 있지 못했다. 선 자세로 옆에서 대화를 거들었지만 간혹 던지는 가벼운 말이 경계심을 늦추는데 큰 몫을 했다.

나연씨는 학창시절 무용에 소질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무용 관련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족을 떠나 홀로 생활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책임져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용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그리고 다방이란 낯선 공간을 찾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선미씨는 식당일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다. 2명의 자녀에 대한 육아가 너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들을 돌봐 줄 외가 친척이 없어 급할 때면 인근 '동포'들에게 도움을 청해 왔다. 하지만 이도 한계가 다다랐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들이 '절친'이 된 데는 고향이 비슷하다는 이유가 크다. 이들 고향은 30km 이상 떨어져 있다. 행정구역도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동향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고향 이야기를 하던 선미씨는 문득 어릴 적 기억 하나를 꺼냈다. 집에서 닭을 키웠다는 그녀는 계란을 두고 동생과 매일 싸움을 했단다. 저녁이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워 밥을 해 먹었으며, 그 연기냄새가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 듯하단다. 나연씨도 비슷한 추억에 고향이 그리워질 때가 많단다.

나연씨와 선미씨는 탈북민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7년이 조금 넘었지만 여전히 이념적 시선을 대해야 한다. 다방에서 그리고 식당에서 일하다보면 '너희들 때문에 문제'란 억울한 대접을 받는 경우도 수시로 있다.

나연씨의 말이다.

"탈북민이라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잖아요. 방송에 탈북민 관련 사건이 많이 나오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적응해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곱지 않은 시선이 아직 있어요."

1시간이 넘는 대화 내내 이들은 '동포'란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우리 동포', '동포끼리'. '동포사람' 등등. 그만큼 용인이란 단어는 듣기 힘들었다. 그냥 용인에 사는 탈북민 그리고 그들간의 '동포의식'만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의 일상도, 지난 과거에 대한 추억도 우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용인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요. 몇 년째 살고 있는데 신갈(이들의 거주지가 있는 곳) 주변을 제외하고는 거의 안 다녀봤어요. 기회가 되면 많이 다녀 보고 싶죠. 시장님 이름요?…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전국 34개 시군구 지역에서 발행되는 풀뿌리 언론 연대모임입니다. 바른 언론을 통한 지방자치, 분권 강화,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활동합니다. 소속사 보기 http://www.bj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