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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흉상건립을 반대하는 시위가 27일 오전 7시 30분부터 충남 공주시 공주고등학교 정문에서 열리고 있다.
 김종필 흉상건립을 반대하는 시위가 27일 오전 7시 30분부터 충남 공주시 공주고등학교 정문에서 열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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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미가 아닌 학교를 빛낸 훌륭한 동문..."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을 세우려는 총동창회 측 주장이다. 최근 논란을 낳고 있는 JP 흉상 제막을 앞두고 장소만 옮겨서 설치된다는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가자 공주고 교직원과 동문, 공주민주단체협의회, 세종·충남전교조, 충남시민사회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연대를 통해 도민들과 함께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여 반드시 흉상 설치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27일 흉상건립을 놓고 총동창회와 교직원 간 설명회가 교내 역사관에서 열렸다. 총동창회는 교내 뒤편 '동문동산'(본교 졸업 저명인사 모교 방문기념, 장학동산)으로 이전하여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가칭) '김종필흉상설치반대대책위'를 새롭게 구성하여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관련 기사: 공주고, 김종필 흉상 결국 세운다..교내 뒤쪽에).

공주민주단체협의회와 공주고 교직원들은 오는 7월 9일로 예정된 JP 흉상 교내 제막식을 앞두고 지난 21일부터 등굣길에 흉상 건립 반대 시위를 진행중이다. 3학년 교직원들은 자율 학습까지 무기한 거부하며 반대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공주고등학교 총동문회가 ‘김종필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보내온 공문.
 공주고등학교 총동문회가 ‘김종필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보내온 공문.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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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제막식을 진행하는 7월 9일 오전에 김종필 흉상건립, 오후에 쌍봉회(공주고 출신 교사와 교육행정 모임)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당초 이 자리에는 전교조 출신 김지철 교육감도 참석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런 이유로 흉상 설치를 놓고 입장을 내놓지 않는 교육감의 암묵적 합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불참 예정'이라는 회신이 왔다. 

지난 27일 전교조 세종·충남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확고한 뜻을 표명했다. 이 단체는 "김종필 흉상이 세워질 경우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선열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독재와 군사쿠데타를 찬양하는 것에 불과하다"라며 "특정 정치인의 흉상을 학교에 설치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해치는 행위다"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공주고등학교 3학년 한 교사는 "공주고 동창회와 회의에서 이루어진 협의는 소수의 의견일 뿐, 전체 교직원의 입장은 아니다"라며 "대다수 교직원은 교내 흉상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뜻을 표명했다.

"지역사회의 동의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

공주고등학교 2층 교장실 앞 게시판에는 ‘흉상건립’을 반대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공주고등학교 2층 교장실 앞 게시판에는 ‘흉상건립’을 반대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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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상임대표는 "소위 JP는 '5.16 군사쿠데타의 핵심인물, 중앙정보부 창설 주도, 굴욕적 한일협정 강행 주역, 유신정권의 2인자'로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의 민주헌정 질서를 파괴한 장본인이다"라며 "그런데도 '핫바지론'으로 충청 지역주의를 볼모삼아 정치생명을 끈질기게 이어왔고, 지난 20대 총선에선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하는 정진석 국회의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자처하며 지난해 9월 24일에는 모교인 공주고등학교에도 등장하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총동창회'를 내세우나 정작 구성원의 전체 뜻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은 채, 학교 구성원의 주역인 재학생과 교직원의 의사도 생략하고, 더욱이 지역사회의 동의 절차도 무시하며 묻지마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민주헌정 질서를 파괴한 살아있는 자의 흉상을 버젓이 공립고등학교의 교정에 세우겠다는 것은 후안무치의 극치이며, 역사를 거스르는 극단적 퇴행이다, 그야말로 JP식 몽니의 전형으로 비판받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성과 합리를 저버리고 끝내 설치를 강행할 경우, 공주고 나아가 공주지역, 더 나아가 충청은 전국적 수치와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결국, 추진세력이 표방하는 '모교'와 '공주' 지역사회의 '가치'를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끝내 한국사회의 퇴영적 자화상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상선 대표는 "이처럼 '김종필'의 흉상설치 강행은 단순히 해당 학교와 공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정 내에 설치 위치를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교정 어디에 세우든 두고두고 상식과 순리를 배반하는 상징물로 재학생을 비롯해 교직원 모두의 자존감을 훼손하여 집단적 열패감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고 우선 충남도 교육감에 물을 것이다"라며 "더 나아가 끝내 강행을 할 경우, 당사자인 '김종필'(씨)에게 이런 몰상식적 추진 강행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흉상 설치를 정말 원하는가를 직접 물을 것이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공립학교 첫 번째 김종필 흉상 건립 반대한다"

공주고등학교 2층 교장실 앞 게시판에는 ‘흉상건립’을 반대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공주고등학교 2층 교장실 앞 게시판에는 ‘흉상건립’을 반대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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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공주고등학교 69회 동문은 "학교 동문이고 우리나라에서 총리 등 고위직을 지낸 유명한 분으로 알고 있지만 그분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진행형이다"라며 "여전히 정치인으로 볼 수 있는데, 찬성과 반대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을 학교에 흉상을 세워서 기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 흉상이나 공덕비를 세우는 것은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가 이러한 인물이니 학생들은 이런 인물을 보고 본받으라는 의미가 있다"라며 "결국, 학생들이 이런 논란의 인물이 되라는 것으로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특별한 공헌을 해서 많은 분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위인이라면 모르겠지만, 공과가 분명히 있고, 사회적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흉상을 세운다는 것은 일부 동문의 입장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공주고는 공립학교로서 흉상이 세워진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는데, 하필이면 첫 번째가 논란이 있는 이런 인물이 되어야 하는지 동문의 한사람으로서 반대한다"라며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체 동문회가 100%로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하는데 동문회 의견수렴이 정당하지 못했다, 저도 동창회 기수에서 감사를 맡고 있는데 선배들이나 후배들을 통해 확인한 10여 개 기수에서는 의견수렴이 없었다고 한다, 어떤 절차로 어떻게 된 건지 정당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성씨는 끝으로 "흉상을 뒤쪽으로 옮긴다는 것 또한 동의하기 어렵고 정문이든 동문동산이든 다 공개된 장소로 설치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라며 "동문·교직원·학생·학부모·시민들이 합의했다는 판단이 나오고 나서 역사관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겠지만, 지금처럼 일부 소수의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문동산’(본교 졸업 저명인사 모교 방문기념, 장학동산)에 19회 졸업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982년 6월 5일 방문 기념비가 있다.
 ‘동문동산’(본교 졸업 저명인사 모교 방문기념, 장학동산)에 19회 졸업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982년 6월 5일 방문 기념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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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충남시민사회단체는 교직원·시민들과 연대하여 충남교육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일부 정치인들이 뒤에 숨어서 흉상건립을 주도하고 있다며 전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흉상 건립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차후 그리고 김종필 전 총리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김종필 전 총리를 항의방문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놓았다.


태그:#공주고, #김종필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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