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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더불어 화두가 되고 있는 재생건축

재생건축이란 '과거의 건축물에서 주요한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원형, 혹은 그 일부를 디자인요소로 살려 새로운 기능과 용도의 고안으로 되살리는 건축'이다(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 인용).

충남 공주시 중학동에 위치한 차(茶)문화공간 '루치아의 뜰'은 재생건축의 모범답안이다. 차 한 대도 못 들어가는 좁은 골목 안, 사방이 3∼5층짜리 낡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있는 열평 남짓한 한옥을 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한옥이라지만 고색창연한 것도 아니다. 집이 지어진 1964년 당시엔 아주 흔하고 평범했던 작은 집이다.

  “와∼ 좋다!” 여대생 한무리가 들어서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뒤이어 중년 여성들이 “시골냄새 난다”며 또 다른 느낌을 토해낸다. “그렇죠? 들어오세요” 석미경씨가 화사한 웃음으로 맞는다. 주문 받으랴, 차 우리랴, 바쁜 와중에도 집에 대한 질문에 일일이 응답하며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다. 벌써 4년째, 1000일이 넘는 시간이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와∼ 좋다!” 여대생 한무리가 들어서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뒤이어 중년 여성들이 “시골냄새 난다”며 또 다른 느낌을 토해낸다. “그렇죠? 들어오세요” 석미경씨가 화사한 웃음으로 맞는다. 주문 받으랴, 차 우리랴, 바쁜 와중에도 집에 대한 질문에 일일이 응답하며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다. 벌써 4년째, 1000일이 넘는 시간이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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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면을 뜯어내고 전면 유리창을 설치하기 전 ‘루치아의 뜰’의 모습. 남북으로 긴 땅에 맞춰 지어 대문에서 보면 측면이 보이는 구조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루치아의 남편 요한은 집을 고치기 전 모습들을 담은 책을 아내에게 선물했다.
 벽면을 뜯어내고 전면 유리창을 설치하기 전 ‘루치아의 뜰’의 모습. 남북으로 긴 땅에 맞춰 지어 대문에서 보면 측면이 보이는 구조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루치아의 남편 요한은 집을 고치기 전 모습들을 담은 책을 아내에게 선물했다.
ⓒ 루치아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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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집에 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이 집을 만난 뒤 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시쳇말로 '매력 터진다'. 이미 전문가들도 인정을 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더 좋은 장소 만들기 '우리사랑상'(장관상)의 주인공이다.

오래 묵은 시간이 기다리는...

 찻집에서 수익의 열쇠는 ‘테이블 회전율’이라고 하는데, 주인은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희 집에서 오래 머물며 힐링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일찍 일어나는 분들을 보면 오히려 서운한 걸요” 부뚜막과 가마솥 등 전주인이 쓰던 세간도 버리지 않고 소품으로 되살려 놓은 모습.
 찻집에서 수익의 열쇠는 ‘테이블 회전율’이라고 하는데, 주인은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희 집에서 오래 머물며 힐링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일찍 일어나는 분들을 보면 오히려 서운한 걸요” 부뚜막과 가마솥 등 전주인이 쓰던 세간도 버리지 않고 소품으로 되살려 놓은 모습.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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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의 뜰'에서는 집이 손님을 맞는다.

방문객들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칠이 벗겨진 자리에 녹이 슬다 못해 철이 삭아 구멍난 파란색 대문을 통과하는 순간 사람들 눈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못쓰게 돼 엎어놓은 항아리, 풍금, 소쿠리, 문짝으로 만든 야외탁자, 이 집이 지어졌을 때부터 있었을 파란색 펌프….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듯 하지만 각자 빛나고 서로 어우러져 풍경이 되는 이 작은 마당에 마음을 뺏긴 사람들은 느린 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서성이기는 마찬가지다. "좀 둘러봐도 될까요?" "사진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좁고 낮은 자신의 부엌까지 개방한다.

고작 열평 남짓한 공간이건만, 하루종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눈길 닿는 모든 곳에서 이야기가 살아난다. 대들보의 상량문, 매끄럽지 않아 더 정겨운 서까래와 기둥, 노출된 전선, 아궁이와 가마솥, 탁자가 된 자개장롱 문짝,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 쓰던 찻상, 지금도 멀쩡하게 음악을 들려주는 축음기, 파란색 날개가 달린 머리 큰 선풍기….

나태주 시인은 '루치아의 뜰'이라는 시에서. '오래 묵은 시간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집'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곳은 전국민이 애송하는 그의 시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스텔라의 뜰이 루치아의 뜰로

한 가난한 부부가 평생을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손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나무를 다듬고 흙을 바르고, 부족한 재료를 구하느라 멈추고 짓기를 반복하며 3년에 걸쳐 지은 집. 하지만 남편은 집을 완성한 지 3년 만에 세상을 뜨고, 장성한 자식들이 도시로 떠난 뒤에도 홀로 남아 오랫동안 집을 지키던 아내마저 세상을 떠났다. 자식들 역시 부모님의 마음과 자신들의 꿈이 깃든 집을 팔지 못해 여러해 동안 집은 홀로 낡아 허물어지고 있었다.

 멀쩡한 교수직을 명예퇴직하고 합류한 남편의 일과는 부인과 함께 파이를 굽고 초콜렛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건축년도는 1년 차이에 불과한 1965년 준공이지만 보존상태가 좋지 않았고, 차별성을 둘 필요도 있어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입식으로 재생한 ‘초코루체’는 남편의 몫이다.
 멀쩡한 교수직을 명예퇴직하고 합류한 남편의 일과는 부인과 함께 파이를 굽고 초콜렛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건축년도는 1년 차이에 불과한 1965년 준공이지만 보존상태가 좋지 않았고, 차별성을 둘 필요도 있어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입식으로 재생한 ‘초코루체’는 남편의 몫이다.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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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집에도 인연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석미경씨의 바람은 "뜰이 있는 고즈넉한 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 나누며 좋은 차를 마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욕심이 있다면 10년동안 공부한 차(茶) 교육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천주교 신자('루치아'는 그녀의 영세명이다)인 석씨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편 요한(천주교 영세명)과 공주의 구도심을 누볐지만, 마음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이집 앞에 선 석씨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3년이나 비어 있어 폐허가 되다시피한 집이었지만 첫눈에 반했죠. 처음 이 집을 사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구석진 집을 왜 사느냐'고 다들 말렸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 보세요, 어머니 자궁 안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2012년, 석씨는 "선친이 직접 지은 집"이라며 팔지 않으려는 집주인에게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설득해 매입했다. 알고 보니 집의 전 주인도 '스텔라'라는 영세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였다. 그렇게 스텔라의 뜰은 루치아의 뜰이 됐다.

"다시 짓는 게 훨씬 덜 들어"

 보기에는 좋아도 부엌과 마루, 다락의 높이가 달라 하루에도 수십번씩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주인입장에서는 힘든 일일 터. “당연히 불편하죠. 하지만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는 기쁨이 불편함을 감수하게 해요. 저는 이렇게 드라마틱한 공간이 아주 좋아요”.
 보기에는 좋아도 부엌과 마루, 다락의 높이가 달라 하루에도 수십번씩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주인입장에서는 힘든 일일 터. “당연히 불편하죠. 하지만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는 기쁨이 불편함을 감수하게 해요. 저는 이렇게 드라마틱한 공간이 아주 좋아요”.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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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는 석씨의 요청에 만나는 건축가마다 고개를 저었다. "쓸어내고 다시 짓는 게 돈이 훨씬 덜 든다"는 이유였다. 석씨 부부는 집의 안팎을 꼼꼼히 사진에 담아 '생명을 불어넣는 건축'으로 유명한 임형남, 노은주 부부건축가를 찾아 나섰다.

"유명 건축가가 시골 작은 집을 고치는 일을 맡아줄까 걱정이 컸죠. 그런데 저희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세월의 흔적이 가장 귀한 인테리어'라고 하는 거예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 석달동안 매 주말마다 만난 건축가 부부와 집주인 부부가 나눈 얘기는 '집을 어떻게 고칠까'가 아니었다고 한다.

"취미가 뭔지, 아이는 어떻게 키웠는지, 무엇을 잘 먹는지 등등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좋은 집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집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러고 나서야 두 달에 걸친 본격 작업이 시작됐다. "좋은 집이란 빛이 많이 들어오고, 자연과 함께 하고, 집안 어딘가에 반드시 마음이 사는 방이 있어야 한다"는 석씨의 생각은 전문가의 가슴과 머리, 손끝에서 구현됐다.

건축가는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임형남·노은주, 지식너머)라는 제목의 책에서 이 집의 재생과정에 대해 "집을 덮고 있던 시간과, 한때의 사랑과, 한때의 슬픔과, 한때의 기억들을 적당히 걷어내기도 하고 적당히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오래된 집이 원하는 대로, 뜰이 원하는 대로 작업을 했고, 스텔라의 뜰은 루치아의 뜰로 환생을 했다"고 소개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년, 버려질 뻔 했던 시간들은 그렇게 살아 남았다. 그리고 집은 다시 이곳에서 좋은 차를 나누고, 책을 읽고, 지친 마음을 쉬어 가고,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지켜가길 바라는 '루치아'와 함께 새로운 시간을 보태는 중이다.

그리고, 추억이 깃든 골목

 이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리는 단연 다락이다. 대문 저편 골목길과 예쁜 뜰이 보이는 이 자리에 앉으면 엉덩이가 절로 무거워진다.
 이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리는 단연 다락이다. 대문 저편 골목길과 예쁜 뜰이 보이는 이 자리에 앉으면 엉덩이가 절로 무거워진다.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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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의 뜰'에서는 주인도 손님도 모두 골목을 바라본다. 주방도 다락도 모두 골목을 향해 큰 창이 나 있다. 바닥에 그려놓았지만 사방치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없는데, 걸어 들어오는 누군가가 없는데, 차를 우리다가도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꾸만 눈은 골목을 향한다. 언제였던가. 아스라한 시간을 넘어 시장에 간 어머니가, 퇴근하는 아버지가, 그리운 연인이 골목을 돌아 오고 있는 것만 같다.

석씨는 공주를 사랑하는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공주에는 아직도 우리들을 추억과 그리움 속으로 안내하는 옛날의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첫 번째로 꼽는다.

2013년 공주시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이 진행됐다.

"여기에 처음 왔을 땐 소위 우범지역이었어요. 골목에 꽃을 심으면 아이들이 담배를 덜 피우겠지, 사람들이 쓰레기를 덜 버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마침 공주시에서 공모사업을 벌이고 있었고, 어두운 골목에 가로등 켜고 꽃밭 만들고 싶다는 소망으로 응모했는데 선정된 거예요."

 석씨는 관이 예산을 들여 설치를 마친 뒤는 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4년째, 석씨의 일상 중에 골목의 풀을 뽑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포함된 이유다.
 석씨는 관이 예산을 들여 설치를 마친 뒤는 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4년째, 석씨의 일상 중에 골목의 풀을 뽑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포함된 이유다.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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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씨는 도심골목길재생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책이나 예산보다 '한사람의 힘'을 믿는다.

"도시재생은 대규모 예산을 들여 거창한 계획으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한사람 한사람이 자잘한 것부터 시작해야죠. 각자 재능과 관심에 맞게 작은 일부터 정성을 들이면 세상이 조금씩 바뀌지 않겠어요?"

'루치아의 뜰'이 살린 건 단지 집 한 채, 골목길 하나가 아니다.

'루치아의 뜰'은 묻는다.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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