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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한창 심의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전원회의에 배석하며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계와 사용계의 입장 차이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상황별로 연재할 계획입니다. - 기자 말

6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준성 위원장(오른쪽 둘째) 등 위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6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준성 위원장(오른쪽 둘째) 등 위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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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통 이맘쯤 밤샘회의를 해서라도 결정해야 할 안건들을 처리하곤 했다. 그렇지만 5차 전원회의가 밤샘회의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6월 23일 오후 3시부터 6월 24일 오전 7시까지 무려 16시간 동안 5차 전원회의가 진행됐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안건1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안건2 사업의 종류 별 차등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안건3 2017년 적용 노-사 최초요구안을 발표하고 회의가 마무리 됐어야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세 안건 모두 처리하지 못하고 장시간 회의가 마무리 됐다.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안건1에 대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정하고 최저임금법에 따라 당연히 시급을 표기할 것을 주장했다. 지금껏 시급으로 정해왔으나 이번에 월급을 주장하게 된 데는,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 대부분의 생활 리듬이 월 단위로 흘러간다는 것과, 시급만 표기할 경우 시급과 노동시간만 계산하는 바람에 주휴수당이 체불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악덕사업주가 아니곤 주휴제도를 몰라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급을 표기할 경우 제도를 홍보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공익위원들은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월급으로 정하기엔 적응 기간이 필요하므로 우선 올해와 같이 시급으로 정하되, 월환산액을 병기하는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사용계는 시급만으로 정할 것을 주장했다. 월급으로 정할 경우 사업장과 노동자마다 노동시간이 다르고 임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장에 혼란이 가중될 거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법5조에 따라 일·주·월급으로 정할 경우 시급은 반드시 표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계의 우려는 기우라 생각한다. 새벽까지 회의에 진전이 없자 노동계는 월환산액을 명확히 병기해 고시하는 공익안을 받아들였으나, 사용계의 반대로 결정이 무산됐다.

임금이 사용자의 시혜? 매우 불쾌했다

안건2에 대한 사용계는 업종 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지난 4차 전원회의에서 산업 대분류 상 도소매업, 운수업, 숙박음식업, 사업지원서비스업, 예술여가서비스업, 부동산업및임대업, 협회및단체, 수리및기타개인서비스업 등 7개 업종에는 낮은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업종이 최저임금 위반율과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높은 걸 봤을 때,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최저임금을 낮게 정해야 한다는 이유다.

또 초단시간노동자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걸 보니 주생계부양자가 아닌 용돈 벌이가 몰려 있기 때문에 굳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최저임금을 보장해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추정컨데 7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0% 이상일 거라며 공익위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차등적용을 하더라도 규모가 너무 크다는 문제의식을 받아 사용계는 세부적인 안으로 구체화시켰다.

사용자위원9 : "기존 산업대분류에서 세세분류로 뽑아봤다. 이미용업, 피시방, 편의점, 주유소, 택시, 경비 이렇게 6개 세세분류 업종을 보니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3.4%정도 된다. 6개 업종이 가장 최저임금 미만(=위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자는 거다. 얼마로 결정될지는 모르겠는데 2017년도 인상률이 5%라면 그것의 1/3정도만 적용하는 식으로 해서 최저임금 특례 또는 차등적용으로 하자는 거다. 그럼 걱정하셨던 예외 노동자가 많은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한 나라의 임금 하한선이 업종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 노동시장 분열이나 특정업종 기피와 같은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설사 차등적용의 근거가 타당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최저임금 수준이 단신노동자 생계비 167만 원(2015, 최저임금위원회)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저임금 수준이기 때문이다.

알바노조가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알바들의 1만시간 단식'을 선포했다.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간까지 국회 앞 단식을 한다고 밝혔다.
▲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알바들의 1만시간 단식 선포 기자회견 알바노조가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알바들의 1만시간 단식'을 선포했다.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간까지 국회 앞 단식을 한다고 밝혔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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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위원5
: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저임금 취지에 맞는 건 단일 최저임금이다. 다만 산업별, 업종별 자율합의나 최저임금 프리미엄제도로 최저임금 이상을 정할 수는 있다."


생산성이 높은 업종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도록 하는 프리미엄방식의 차등 적용은 얼마든지 수용 가능하다는 게 노동계와 일부 공익위원의 입장이었다. 한편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사용계의 논리 중 거슬리는 내용이 있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과 용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 간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거다.

사용자위원9 : "6개업종은 대부분 5인 미만 영세소상공인으로 최저임금노동자에 비해 나을 것이 없는 곳이다. 그리고 이들 업종들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2~3인 가구를 책임지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고 가구의 보조소득원이나 알바, 용돈벌이가 많다. 가구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도 아니고 용돈벌이, 알바인데 열악한 소상공인들이 피 같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취약계층 소득을 개선하는데 사용되고 있지 않고 알바, 용돈벌이가 받고 있다."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을 생계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용돈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임금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의 자유다. 어떤 목적으로 임금을 사용할 건지 미리 예정해서 용돈을 목적으로 하는 건 그다지 중요한 사용처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덜 줘야 한다는 사용계의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 마치 노동자가 받는 정당한 임금을 사용자의 시혜로 착각하는 듯해 불쾌하기도 하다.

최저임금, 노동시장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묘약

차등적용과 낮은 인상률을 주장하는 6개 업종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사용자위원으로 앉아 있는 9명 중 해당 업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포함돼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노-사-공익이라는 각자의 역할을 부여 받았으나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할 최저임금을 정하는 자리에서는 노-사-공 모두 공익적 가치를 최우선해야 한다. 그런데 본인 사업과 관련된 업종의 인건비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한 것 같다. 이 정도면 윤리적 결격사유 아닌가.

다음 일정 때문에 밤샘 회의가 끝나기 전 막차를 타기 위해 청사를 나섰다. 기차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며 택시기사님께 언제 퇴근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새벽 2시에 퇴근하고 격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문득 방금까지 논의 중이었던 차등적용 6개 업종 중 택시가 포함돼 있는 게 생각났다. 하루에 8만1000원씩 회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새벽까지 일하는데도 한 달에 150만 원 벌기가 힘들다는 기사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택시 사장 치고 여태 좋은 사람 못 봤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동자가 사장 형편 걱정하듯이 사장도 노동자를 배려해줬음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났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말이 맞다. 결국 노-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노동계는 영세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이 개선될 수 있도록 다단계하도급이나 불공정거래 같은 문제를 조명하기도 한다. 힘 센 곳으로 기울어진 경기장을 바로잡는 일이야 말로 대다수의 노동자, 사용자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지금 노동시장이 앓고 있는 실업, 비정규직, 미스매칭, 영세자영업자 난립, 양극화 등과 같은 많은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이다. 전국 곳곳에서 앓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수준으로 전국 단일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최혜인입니다.



태그:#최저임금, #최저임금위원회, #60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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