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동성애 합법화를 두고 충돌하는 사람들
▲ 충돌 동성애 합법화를 두고 충돌하는 사람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2016년 우리는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보인 태도는 이를 증명한다. 프레임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씌우는 혐오의 덫은 일상에서도 계속 드러난다.

하나님이 메르스를 보내셨다?

특히 교인들이 동성애자들에게 품는 적개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그동안 동성애자들이 창궐해서 하나님이 메르스를 보내셨다는 등 교회 안에서 동성애 혐오와 관련한 수많은 말들을 들어왔다. 이 때마다 "말도 안 돼요.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닌데, 하나님 이름을 망령되게 말하지 마세요"라고 반박했다면 교회를 다니기 힘들었을 것이다.

동정론에 기댄 것이지만... 성 정체성은 타고난 것

내가 선택한 방법은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우선 동성애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 대부분은 없다고 답한다. "나는 여성학 전공자여서 레즈비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자주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놀란다.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분명 눈동자가 흔들린다.

나는 상관하지 않고, "성 정체성은 바꿀 수 없다. 의학적으로도 그렇게 설명한다. 내가 이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그 점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됐다. 동성애자로 태어난 것인데, 어쩔 수가 없다.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이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전한다.

그리고 "예수님은 소외된 자와 함께 하셨는데, 왜 이들을 미워하냐"는 말로 마무리한다. 동정론에 기댄 것이지만 교인들에게 동성애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해봐야 그들은 알아듣지를 못한다. 제도로서 이성애 중심 사회가 어떻게 이성애를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왔나 설명해야 소용없다.

성경의 권위 들이대면 '끝'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다
▲ 십자가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소돔과 고모라를 보세요. 저들이 동성애를 탐했을 때 하나님이 어떻게 하셨나요? 징벌하셨잖아요. 성경에 쓰여 있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나요"라고 말하면 끝이다. 교회에서 성경의 권위는 그만큼 절대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성애를 이해시키고자 했던 나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사람들은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없다는 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애자로 살다가 예수님을 영접하여 이성애자로 잘 살고 있는 사람의 간증을 들어보라고 권했다.

동성애자들을 회심시켜 이성애자로 바꾸는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을 소개하기도 했다. 내 생각엔 그들의 성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 같은데 말이다. 그늘에서 괴로워하며 혐오에 시달리는 이 땅의 많은 성소수자들을 언제쯤 교회가 제대로 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동성애 논쟁 이후에 내 뒤에는 불편한 시선이 따라다닌다. 그래도 내가 교회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혐오의 하나님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태그:#혐오, #동성애혐오, #혐오시대, #기독교, #교회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이밥 대표이자 구술생애사 작가.호주아이오와콜롬바대학 겸임교수, (사)대전여민회 전 이사 전 여성부 위민넷 웹피디.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