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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버이연합 게이트'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지 두 달이 넘은 상황에서 증거인멸에 대비한 강제수사도 없이 관련자 소환조사로 여유만만하게 수사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오는 24일 오전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소환 조사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추씨는 피의자이면서 고소·고발인 자격으로도 조사를 받게 된다. 추씨가 고발당한 사건 외에도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허위비방 등으로 고소한 사건도 같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추 사무총장을 고발한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추 사무총장과 전국경제인연합을 고발하고 나선 게 지난 4월 21일이니, 두 달 여 만에 수사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으로 보나 사건 수사의 방대함으로 볼 때 검찰의 수사는 진도가 늦어도 한참 늦다.

집회 참가자 일당 지급, 언제부터 얼마나 이뤄졌나

지난 4월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과 탈북자인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사진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지난 4월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과 탈북자인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사진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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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과 관련해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돈을 주고 집회 참가자들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관련해선 2014년 4~11월 어버이연합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 1259명에 일당 2만 원씩을 지급한 내역이 담긴 장부가 존재하고 "탈북자들에게 집회에서 2만 원을 준 것은 맞다"고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관련해 나온 여러 언론 보도들 중에선 어버이연합이 일당 2만 원을 지급하면서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지급했으며, 탈북자들이 지급받은 정착금을 어버이연합이 빌린 뒤 집회에 참석하면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탈북자들을 동원했다는 한 탈북자의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일당 2만 원'에 대해 밝혀진 것은 탈북자들을 동원한 부분에 국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탈북자가 아닌 노인들을 조직해 집회에 참가시키고 일당을 지급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전경련만 자금줄? 재향경우회 등 다른 단체 자금 유입 밝혀야

어버이연합이 이같이 일당을 지급하고 집회 참가자를 동원할 수 있었던 배경에 전국경제인연합회라는 든든한 자금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이다.

전경련은 거의 활동내용이 없는 한 선교복지재단의 계좌에 2012년 2월부터 2014년 말까지 총 5억 2300만 원을 입금했고 입금된 돈은 추 사무총장 등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에게 송금됐다. 다른 기간 다른 계좌를 통해 전경련의 자금이 어버이연합으로 흘러들어간 일은 없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2012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어버이연합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동 롯데호텔 앞에서 롯데기업 규탄을 이유로 거의 매일 집회신고를 했지만 실제 집회는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 시기가 어버이연합에 전경련의 거액이 전달된 시기와 겹치면서 롯데 앞에서 다른 집회가 열리지 않도록 '알박기 집회신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어버이연합 등 불법자금지원 의혹 규명 진상조사 TF'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박범계 의원과 이재정 당선자가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사건에 대해 "어버이연합의 알바비 동원 집회 배경에는 청와대, 전경련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 국민여론 조작한 국정원의 그림자가 제대로 진상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버이연합-청와대-국정원-전경련 사각 커넥션 지적하는 진선미 '어버이연합 등 불법자금지원 의혹 규명 진상조사 TF'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박범계 의원과 이재정 당선자가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사건에 대해 "어버이연합의 알바비 동원 집회 배경에는 청와대, 전경련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 국민여론 조작한 국정원의 그림자가 제대로 진상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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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지만,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으로부터 받은 돈은 무료급식에 썼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어버이연합이 식재료를 공급받는 거래처에 대한 조사를 통해 급식 규모를 밝혀내면 어버이연합 주장의 진위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버이연합의 자금원으로 의심받고 있는 곳은 전경련 만이 아니다. 퇴직 경찰관 단체인 재향경우회는 지난 2014년 12월과 2015년 3월 한 탈북자단체 계좌에 총 1700만 원을 입금했는데 탈북어버이연합에 지급할 돈을 잘못 입금한 것이었다. 개신교 계열의 사단법인으로 보이는 한 선교복지재단이 2014년 5월과 9월 총 2600만 원을 어버이연합으로 보낸 부분도 실제 자금 출처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또 의혹 배후에 청와대... 검찰 수사 기대할 수 있나

하지만 이 모든 의혹들이 검찰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규명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이 사건도 청와대 연루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추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열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추 사무총장은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 협의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그간의 각종 친 정부 집회시위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각종 친 정부 집회시위를 적극 실행한 것은, 자금은 전경련 등 여러 단체에서 나왔지만 자금지원을 조직한 실질적인 자금원은 청와대이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추 사무총장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정관의 통신내역부터 시작해 관련 논의가 청와대 어느 선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낮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낮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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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청와대가 관련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왔는지 되짚어보면, 명명백백한 수사결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2014년 11월 불거진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수사 때 청와대는 '문건 내용은 찌라시',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 등의 언급을 쏟아내고 자체 감찰 결과를 하달하는 등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수사 결과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서도 가이드라인은 이미 제시돼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집회 지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태그:#어버이연합, #검찰수사, #추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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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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