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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이후 3밀만에 주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 6월 7일 길준잉 대표가 군북초등학교에서 사과하는 모습 사고 발생이후 3밀만에 주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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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충남 금산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네 번이나 화학물질 사고를 일으킨 ㈜램테크놀러지(아래 램테크놀러지)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주민은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무섭다"며 공포감을 표현했다. 덧붙여 "북핵은 발사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화학물질은 지속적으로 누출되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삼성에 불산을 납품하고 있는 램테크놀러지는 과거에도 누출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다.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주민과 관계당국에게 알리겠다고 세 번이나 약속했지만,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다(관련기사: 금산 불산 누출 "화학폭탄 투하한 거나 마찬가지").

이 기업은 위험 물질 관리 능력이 없다

공장에 붙여진 무용지물이 된 조기경보 푯말
▲ 한번도 지켜지지 않은 조기경보 시스템 공장에 붙여진 무용지물이 된 조기경보 푯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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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일으킨 램테크놀러지는 가중처벌을 받아야 할 기업이다. 2013년 7월과 2014년 8월 이미 두 차례의 불산 누출 사고를 냈다. 지난 4일 100kg의 불산을 누출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세번의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다. 지난 2014년 1월에는 질산 누출 사고도 발생했다. 이 기업이 위험물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이번 누출 사고를 계기로 사고 기업의 불산 공정은 가동 중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금강유역환경청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당국이 법률로 정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현장조사와 시정조치가 진행되면 공장은 다시 가동될 확률이 높다. 앞서 벌어진 두 번의 사고에서 관계 당국이 보여준 태도를 떠올려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며 퇴출이 불가능함을 피력하고, 공장의 안전조치를 홍보하며 오히려 주민을 안심시킬 가능성도 있다.

지난 15일 사고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2차 불산 누출 사고 때 환경당국의 태도가 이런 식이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에도 이런 조치를 통해 다시 공장이 가동된다면 주민들은 다시 한 번 불안에 떨 것이다. 그리고 다시 원인모를 사고가 발생한다면 전적으로 재허가를 해준 관리당국 책임이다.

관계당국은 이번 사고의 책임 역시 면하기 어렵다. 2014년 두 번째 불산이 누출된 이후 관계기관의 정기검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램테크놀러지는 2015년 1월 1일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이 시행되면서, 환경부 고시로 시행되는 정기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환경관리공단에서 시행된 정기검사는 2015년 9월 16일~17일 진행되었으며, 실내저장/보관시설과 실외저장/보관시설에 권고조치를 받았다.

지적사항이 명시되 있는 서류
▲ 1차 검사 지적사항 지적사항이 명시되 있는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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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조치를 이행한 램테크놀러지는 2015년 12월 30일 재검사를 받았고, 환경관리공단은 다음날인 12월 31일 결과서를 송부했다. 3명의 검사요원이 정기검사와 재검사까지 3일간 공장을 둘러본 것이다. 당시 총 세 번의 화학 사고를 일으켰고, 불산 누출 사고만 두 번이나 일으킨 기업에 대한 검사치고는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검사 결과서에는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함'과 '적합'이라는 용어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결과적으로 정기검사 완료 통보를 받은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불산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관리소홀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면 말이다. 때문에 화학물질 취급업체의 안전점검이 제대로 시행되는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결과서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표시되어 있다.
▲ 특이사항이 없다고 표시되어 있는 결과서 결과서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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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이나 당한 주민들은 또 처분만 기다리고...

환경부는 이번에도 공장현장점검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수사기관도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상호 정보 교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또한 관할지역이 포함되어 있는 충청남도와 금산군은 조사의 권한도 없을뿐더러 조사과정에서도 배제돼 있다. 이전 세 번의 화학사고에서 주민들은 공장 내부 공개와 현장 확인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번 현장조사에서도 주민들은 배제될 것이다. 과거에도 이렇게 조사되었고, 후에 재가동이 이루어졌기에 주민들은 더 이상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다. 유관 기관의 원만한 협조를 위해서는 공동조사단이나 대책위원회가 마련돼야 한다.

주민들은 이번에도 또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공동조사단을 꾸려 현장을 조사하고, 이 조사는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관리하는 관계기관의 현장 확인은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격이다. 스스로의 관리 부실을 덮으려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등의 관계부처는 조사를 해야 할 기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조사받을 대상이 현장에서 지휘한 결과를 누가 신뢰 할 것인가? 누구도 신뢰할 수 없으며, 그 결과 역시 스스로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다. 더 이상은 이제 안 된다. 주민들은 이제까지 위험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했다. 관계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현장조사, 원인 분석을 통해 기업의 문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퇴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기관, 주민, 지자체, 전문가, 환경단체 등 다양한 구성원이 공동조사를 진행해 원인을 밝히고 기업의 잘못을 명백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 사고와 마찬가지로 마무리 짓는다면 화학사고 개선을 위한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이번에는 제발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조치로 시민들이 불산누출의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태그:#램테크널러지, #금산불산, #불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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