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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보기] 정연주 "조중동 일망타진, 굿바이 정크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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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정연주 전 KBS 사장

아래는 13일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가 정연주 전 KBS 사장과 함께한 인터뷰 내용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정연주 전 KBS 사장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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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날입니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이 마쳤는데요. 16년 만에 조성된 여소야대 국회, 이제는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국민의 편에 서는 국회가 될 수 있을까요?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언론 문제가 꼽히는데요. 이번에는 정연주 전 KBS 사장님을 모시고, 20대 국회 언론 정상화의 길에 대해서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사실 KBS 사장직 해임 뒤에 여러 재판이 진행됐는데요. 모든 재판이 지난해 말에 마무리됐습니다. 재판하는 과정에서 시간도 많이 뺏기고, 몸과 마음도 지친 것 같고 그래서 쭉 쉬었습니다. 조그마한 공부방 하나 만들어서 그걸 하고 있고요."

-공부방이요? 공부하십니까?
"공부, 해야죠."

-어떤 공부를?
"대학원에서 지난 가을에 강의했고, 노무현 재단 시민학교에서 강좌 2번을 했는데요. '영어로 세상 읽기'라는 강좌를 했습니다. 영어 원문으로 공부하고, 제가 그동안 읽었던 영어 원서 중에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하는 책으로... 가령,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 1장, 폴 크루그먼 '한 진보주의자의 양심', (노암) 촘스키의 글, 미국 상·하원에 방문한 교황님 연설문, 마틴 루터킹의 연설문을 읽었어요. 영어 공부도 하고, 내용을 살피면서... 즐겁습니다."

-원서 강독이네요?
"그렇습니다."

-듣고자 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현업 기자를 오래 하셨고, 워싱턴 특파원을 하셔서 그냥 학교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원서 강독과는 차원이 다를 것 같습니다. 과외비를 세게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뇨. 돈의 문제가 아니고. 제 나이가 올해로 71살이니까. 이제는 내려놓고 나눠 갖는 때고요. 제가 가진 지식도 나눠 가져야 하고, 거기에 맞는 일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참, 결이 다르세요. 지금 은퇴한 가운데에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보려고, 권력에 줄을 대려는 언론인도 많은데 정 사장님께서는 '나눠 가지고, 함께 공유하는 게 더 중요하다'. 철학이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제 인생 스승이신 안병무 박사님께서 언젠가 설교하실 때 '무명으로 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이름을 남기고 싶고, 명예에 집착하다 보면 욕심이 커지죠. 무명으로 살 수 있는 삶이 참 중요하지 않나. 크고 작은 일이 없습니다만, 한때 내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게 즐거운 거죠."

-말씀만 들어도 훈훈해집니다. 오늘 모신 가장 큰 이유는 국회가 오늘 개원하는 날이고요. 20대 국회 개원에서 제일 중요한 게 '언론 정상화의 길'인데요. 여러 범주가 있는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모든 분야죠. 방송으로 국한하면 공영방송이 어떻게 하면 독립할 수 있는가, 종편의 막무가내, 쓰레기 같은 방송. 미국에도 그런 표현이 있습니다. 정크 저널리즘(Junk journalism)이죠. 쓰레기 언론에 이른 종편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신문 시장도 과거에 있었던 규제가 다 없어지고, 인터넷은 엉뚱하게 엄청나게 규제를 하면서 정보의 흐름, 자유로운 사상의 흐름, 표현이 다 망가지고, 뒤엎어진 것. 언론이 전반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 8년을 지나면서 다 망가졌죠. 그걸 전체적으로 정상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마침 여소야대가 되어서 야권이 정말 같이 힘을 합치고, 지혜롭게 대처하면 상당 부분 거기에 대한 올바른 해답, (언론) 정상화의 길을 정치권에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한 가지 꼭 야권에 대해서, 정치권에 대해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KBS에서 (사장으로) 5년 반 있으면서 해마다 국정감사, KBS 예·결산을 국회에서 혹독한 과정을 치렀는데요. 어떤 걸 느꼈냐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정말 치열하게 싸웠어요. 자기들이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요. (한나라당이) '정권을 되찾는 데 방송이 중요하다'고 해서 제가 있던 KBS, 최문수 사장이 있었던 MBC에 대해서 치열한 공격과 비판. 한나라당이 팀워크를 잘합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당시 방송이 관장되는 문화관광위원회에 계셨던 천영세 의원님이 민주노동당 대표셨는데요. 최근에 (천영세 의원을) 봤을 때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평소에는 문광위가 그렇게 평화롭다고 해요. 문화 이야기하고, 관광 이야기하니까. 정치적인 쟁점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KBS 문제만 나오면 전쟁터가 된다는 거예요. 자기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나라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이 만나서 대책 회의를 하니까 (천영세 의원에게) '잠시 들려라'라고 하더래요.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주 진지하게 토론하면서 '좋은 의견 있으면 달라'고 했답니다.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 의원에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나라당은 치열하고, 팀워크 했습니다. (KBS 사장 임기) 5년 반 동안 심하게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열린우리당을 보면 첫째로는 치열함이 없고, 둘째는 팀워크가 없어요. 자기 이름 날리려고 하고. 국정감사 때 질문하는 걸 보면 '이 사람들 왜 이러나. 이런 거 가지고 질문을 하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5년 반 지나면서 기억에 남는 의원도 계세요. 우상호 의원님이 참 잘하셨고, 정청래 의원이 여러 면에서 탁월하셨고. 그 뒤에 국회의원은 안 하지만, 전주의 이광철 의원님이 잘하셨습니다. 그 세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들이 다 문광위 위원이었으면 많이 달랐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요. 이번에 여소야대가 되면서 혼자 바람이 있습니다. 제 아픈 과거의 경험이 있어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제발 개인플레이 하지 말고, 팀워크를 발휘해달라', '언론 문제 정상화하지 않으면 정권교체 정말 어렵다'.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치열한 고민 속에서 어떻게 하면 다시 정권을 찾아올 것인지 골몰했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처럼 야당 정치인들이 의미 있는 질문과 대안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모임을 많이 가지면서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똑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끼리만 모여서 좋은 지혜가 모이지 않거든요. 다른 영역. 언론학자든, 시민사회든, 현·전직 언론인이든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무엇이다'가 꼭 나오게 돼 있거든요. 집단의 지혜죠."

-'집단 지성을 발휘해서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혁신적인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하나씩 따져 보겠습니다. '20대 국회가 언론 정상화의 마지막 기회다'라는 의원들의 불타는 의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으로 꼽는 것 같습니다. 그게 된다면 더는 언론에서 편파보도가 없고, 공정한 보도. 사실을 사실대로 써주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될까요?
"지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요. 그런 입장은 이해가 됩니다. 그만큼 지난 이명박, 박근혜 체제에서 공영방송이 다 망가졌죠. 오늘의 MBC, KBS가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까.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보는 건 중요하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게 문제 전부가 아닙니다. 공영방송 문제도 있고, 종편 문제도 있고, 신문 시장 정상화 문제도 있고, 인터넷 규제 문제도 있습니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요.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에서도 '과연 지배구조만 개선되면 문제가 다 해결되느냐', 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가능하냐', '설령 답을 내놓더라도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해서 끊임없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하나가 모든 문제를 푸는 건 세상에 없습니다. 지배구조 개선, 제도 개선도 중요하죠.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제도가 바뀌면 확 바뀌는 게 많습니다. 6월 항쟁 이후 직선제 쟁취해서 바뀌었죠. 금융실명제로 많이 바뀌었죠. 김영란법 시행되면 우리 사회 엄청나게 바뀝니다. 제도가 바뀌어서 사회가 확 신선해지는, 더 투명해지는 것이 가능한 게 있고. 그렇지 않고 제도는 아무리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운영 못 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제도 개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접근 방법은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고, 상시적인 감시 체제도 필요하고. 제가 예를 하나 들게요. 제도라는 것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흔히들 공영방송 문제를 이야기할 때 영국 BBC 모델, 독일 ZDF 모델, 일본 NHK 모델을 말합니다.

제가 KBS 있는 동안 세 방송국에 다 가서 임원을 만나보고, 제가 가진 의문도 다 이야기해보고 했는데 결론은 BBC든, ZDF든, NHK든 제도 자체가 오늘의 BBC, ZDF를 탄생하게 한 핵심적인 건 아니었습니다. BBC 지배구조를 BBC 트러스트라고 하는데, 회사나 학교나 기업의 임원, 이사를 가리키는 거거든요. 우리 말로 표현하면 BBC 이사회예요. 그게 어떻게 구성되느냐. 12명인데 4명은 영국의 4개 지역.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노스 아일랜드 지역 대표가 하나씩 들어오고요. 저마다 독특한 배경이 있는 지역이잖아요. 나머지 8명은 문화부 장관이 지명하고, 국왕이 임명합니다. 그쪽은 내각제니까 우리나라 대통령제로 환원하면 문화체육부 장관이 지명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란 말이에요. KBS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해서 임명하는 형태고요.

이 경우 참고해야 하는 건 BBC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공직자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 경우 배워야 하는 건 제도 자체는 아닌 거죠. 공직자 선임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건 우리가 배워서 KBS, MBC든 이사회 구성에서 이사 자격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죠. 정당에 몸을 담았거나 대선 캠프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이념 단체에 있었던 사람을 거르는 작업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그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문화부에서 지명해서 국왕이 임명하는...

그다음에 자주 인용되는 것이 독일 ZDF입니다. 독일은 공영방송제가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독일 전체를 커버하는 ZDF라는 공영방송이 있고요. 독일 지역마다 특성이 있고, 지자체 운영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지역마다 독립된 지역 방송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KBS1이 전국 네트워크고, KBS2는 광주 지역을 담당하는 독립된 공영방송이고 이렇게 돼 있는데 전국망을 맡는 ZDF는 이사 수가 77명입니다. 77명을 어떻게 선임하냐면 독일 주 정부에서, 연방 정부에서, 의회에서, 교회에서, 노동조합에서 뽑고 그렇습니다. 독일은 기독교가 뿌리 깊은 나라니까. 이런 사회 각계의 다양한 정치 사회 세력에게 할당이 돼서 그 몫으로 뽑습니다. 이걸 우리로 환원하면 도의회에서 뽑고, 국회에서 뽑고, 시민단체에서 뽑고, 노동단체에서 뽑는 건데 과연 독일에서처럼 전문적인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우리는 정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사회적 성숙도가 제도를 100% 활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는지... 이 제도를 그대로 수입한다고 해서 ZDF처럼 되겠나 싶어요. '끝이 나지 않은 싸움이 되지 않을까', '사장 뽑지 않고 1년이 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타협하는 것이 안 되어 있는 정치 풍토,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제가 ZDF 갔을 때 마침 이사회를 하고 있어서 저와 약속한 1시간을 못 지키셨어요. '미안합니다. 제가 오늘 이사회에서 혼나는 날입니다' 그런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요. ZDF에서 참고해야 하는 건 앞에 BBC에서 이사 자격을 엄격히 하는 걸 배우듯이... ZDF는 77명이라는 다수가 사회 여러 가지 분야를 대표하는 대표성이 있어요. 다양하지요. 그걸 배워야 하고요. 두 번째는 이사회 숫자가 이렇게 많지는 않더라도 우리도 조금 늘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사진이) 소수잖아요.
"네. 특히, 방문진 9명, KBS 11명이다 보니까 (과반수에 따라) 방문진 6명 똘똘 뭉치고, KBS 7명 똘똘 뭉치면 방법이 없습니다. 숫자를 늘리면 조금이나마 중간 지대에서 완충 역할을 할 분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거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ZDF든, BBC든 제도 자체가 일거에 한 것은 아니죠. 그 나라 정치의 수준, 민주적 성숙도가 제도를 완성하는 거죠. 촘스키 교수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다 동의합니다마는 '한 나라의 언론. 특히, 공영방송이 얼마만큼 민주적 체제가 되느냐는 전적으로는 그 사회가 얼마나 민주적인가에 달려있다'는 거죠. 그 사회의 수준이 언론 수준을 결정하는 거죠. 그 반대도 맞죠. 언론 수준이 그 나라 사회와 정치의 수준을 결정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이렇게 언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막무가내고, 국민을 분열시키다 보니까 정치까지도 그렇게 가는 거고. 반면에 사회와 정치가 분열되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언론도 거기에 전사가 되고... 악순환의 되풀이가 아닌가."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 언론 문제가 심각해서 정상화의 길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제기되는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20대 국회 개원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보겠다'고 하는데 국민 피부에 가장 와 닿는 문제는 종편이에요. 독일이나 영국이나 일본은 우리 같은 종편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막무가내 방송을 계속하는데도 제어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버렸어요. 이 문제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 얘기 전에 공영방송 문제를 하나 더 짚고 넘어가서 요약하겠습니다. 이사회 숫자 늘리는 문제, 이사들 자격 문제. 그다음에 설명하다 빠트렸는데, 굉장히 중요한 건 정치권에서 압박을 가하고, 내부적으로 얻어내야 하는 건데요. 그게 무엇이냐면, '보도국장·편성국장 임명 동의안'이 중요합니다. 지금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편집국장은 임명 동의하잖아요. <오마이뉴스>도?"

-저희는 임명 동의는 아니고요. 투표만 합니다. 그렇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못합니다.
"실무 책임자인 보도국장, 편성국장이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는 인물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거든요. 특히, 공영방송에서 심각한 문제는 보도인데 거기서 온갖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죠. 보도국장, 편성국장 임명 동의제는 KBS, MBC 내부적으로도 정말 치열하게 싸워서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시민사회나 정치권 바깥에서도 종합적인 압박이 필요합니다. 노사 간 합의하면 되거든요."

-단체협상으로?
"네. 단체협상을 하면 되는 겁니다. 제가 KBS (사장 재임) 5년 반을 돌이켜 보면 차마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 못 했습니다. 그때도 지배구조로 고민하고 그랬는데 이럴 줄 몰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노사 단체협상으로 보도국장·편성국장 임명제를 했으면 참 좋았는데... 그걸 없애면 없앤 것을 가지고 이슈로 삼을 수 있으니까. 그건 제 한계고요. 그건 제가 반성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지, 이렇게 후퇴하리라고는 상상 못 하니까요. (웃음)
"그렇죠. 종편 문제로 넘어가면 그 탄생부터 지금까지 전부 기형입니다. 기형적인 겁니다. 비정상을 넘어서서 기형이죠. 출발할 때도 그랬고, 출발 직후에 황금 채널을 줬죠. 지상파하고 달리 중간 광고 이용하죠. 그다음에 종합편성채널이면 말 그대로 보도, 교양, 오락 일정 비율이 있습니다. 권고사항이긴 합니다만, 그걸 안 지키면 재허가 때 벌점을 줍니다. 제가 KBS 있을 때 당시 방송위원회에서 국정감사할 때도 문제가 됐는데 '왜 편성 비율 안 지키느냐'를 가지고 굉장히 시달렸어요. 정치권에서 (종편에는) 이 문제에 대해 강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거의 문제 제기가 안 되고 있죠?
"네. 편성 비율 문제. 중간 광고도 사실은 지상파하고, 종편하고 플랫폼은 거의 같잖아요. 지금 공중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 IPTV나 케이블을 통하지 않고 수신하는 비율이 6~7%밖에 안 되거든요. 많이 떨어졌습니다. 거의 다 IPTV나 케이블을 통해 공중파를 보고 있는데, 규제 내용은 (종편과) 다릅니다. 비대칭입니다. 공중파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종합편성채널은 거의 느슨하게 내버려둬 버리는... 중간 광고도 마찬가지고, 황금 채널. 그다음에 핵심적인 것은 방송의 공정성. 저도 '(KBS 사장 시절에)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고 한나라당 쪽으로 시비를 많이 받았는데요. 종편이 얼마나 불공정하고, 막말 방송하고, 저질 방송인지는 종편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동의하실 거예요. 그야말로 기형적인 모습입니다. 운영되는 모습도 그렇고, 정부에서 뒷받침하는 내용도 그렇고요.

근데, 이 문제가 너무 방치되고 있어요. 3년마다 (종편) 재허가를 하는데 부드럽게 넘어가고, 정치권에서도 겁을 내는지 과거 한나라당이 KBS에 대해 (문제) 제기했던 것만큼 그 치열함의 10분의 1도 안 되고... 언론학자나 시민사회 단체 쪽에서도 지속적인 감시가 지쳐서 그런 건지... 종편 모니터 몇 달 하면 정상적인 사고 가진 사람은 병난다는 겁니다. 그 정도니까 힘들긴 하겠지만, 지속적인 감시 체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 것들이 축적되면요. 나중에 재허가 때 근거가 됩니다. 엄격하게 그걸 적용하면 됩니다. '불공정 사례가 이렇게 누적되어 있으니 몇 점 감점하라', '편성 비율 이렇게 어겼으니 감점이다', '막말, 저질 방송, 공정하지 못한 편파 방송 사례가 이렇게 많으니 몇 점 감점이다'.

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종편이) 재허가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결정 나는 거죠. 아무 근거 없이 인상 비평만 가지고 재허가 여부를 가리는 건 너무 추상적이죠. 상시적이고, 적극적인 감시 체제. 그것을 위해서 국회 차원에서는 재원이 있잖아요? 시민사회 단체는 가난해서 인력을 동원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국회에서 특히, 야당에서 연구소도 있고, 연구비도 있으니까 언론학자들, 시민사회 단체와 협력 체제를 갖춰서 치열하게, 적극적으로 상시 감시 체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재허가 기준치에 달하지 못하면 거기에 맞게 적용하면 되고요. 그게 엄격하게 적용되면 종편이 스스로 그러지 않으려는 노력도 할 것이고. 그럼, 조금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이니까. 그게 종편과 관련된 대책으로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막말이나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으니까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말하는데 장치를 말해야 한다'.
"지금 민언련에서 종편 모니터링을 하는데 재원이 풍부하고, 인력이 풍부해서. 언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면 훨씬 알찬 감시 결과물이 나와서 재허가 때 그걸 가지고 정치권이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도 종편 모니터를 해볼까 했는데 인력과 돈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실행할 힘이 없는 것 같아요. 국회에서 해서 그 내용을 받아서 저희가 보도하면 좋으니까.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 수단도 되고, 종편을 그나마 바른길로 인도하는...
"종편과 관련해서 한 가지 기적이 발생한 게 있습니다. '손석희 뉴스'입니다. 종편과 관련해서 <한겨레신문> 독자들한테 미안한데요. 종편 생기기 전에 <한겨레신문> 칼럼에 '조·중·동 일망타진'이라고 해서 '종편 망한다. 종편 망하면 돈을 많이 까먹어서 신문도 다 망한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종편이 살아 있는 걸 보면 저의 판단력,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요. 제가 오도한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이 자리를 빌려서 한겨레 독자들과 그걸 읽으신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요.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여전히 완료형은 아니니까. 앞으로 시장이 정상화되면 당연히 (종편은) 망하죠. 시장이 지극히 왜곡된 상태에서 (종편이) 생존하는 것 아닙니까. 시장 정상화 노력. 저거는 반자본주의적이고, 반시장주의적인 거예요. 그러니까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종편) 특혜를 다 걷어내야 합니다."

-특혜를 다 걷어내고 (종편이) 생존 불가능한 상황. 지금도 여러 찌라시에는 '어느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라 곧 망한다'고 해도 실제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는 상황이거든요. '종편이 망하진 않을 것이다', '허가 취소는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저는 특혜를 걷어 내고, 시장이 정상화되면 당연히 상품 저질은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자동으로 퇴출당하는 거죠. 우리는 종편도 그렇고. 나머지 언론 매체도 보면 이렇게 엄청나게 경쟁이 격심한 속에서도 시장에서 소멸하는 언론 기관이 없지 않습니까? 그만큼 언론 시장이 비정상적이고, 그중에서도 종편 시장이 가장 비정상적인 것이지요. 특혜 걷어내면은 제가 칼럼에서 썼던 내용 일부가 실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 (웃음) 일망타진은 아니더라도 한두 개 정도는 정상화하는... 시장에 의한 퇴출이죠.

지금 구조조정 제대로 못 하면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담을 주듯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유지하면서 정크 저널리즘을 보호하고 간다는 것은 사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자원 낭비입니다. 사회에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정말 우리가 자본주의 국가 아닙니까? 시장이 정상화되도록... 경쟁이 제대로 되고, 시장에 의해 구조 조정될 필요가 있으면 되어야 하는데 언론은 안 되고 있거든요. 종편 시장 정상화. 특혜를 다 걷어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살아남을 것은 손석희의 '뉴스룸' 정도라고 보시나요?
"'어느 매체가 살아남느냐'는 두고 봐야겠죠. 어디가 자본이 많고, 강한지, 그걸 견뎌낼 수 있을지. 혹독한 조건에서도 비정상적인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니까 답이 나올 겁니다. 그런 세상, 옵니다."

-곧?
"곧일 지는 몰라도 이런 비정상적인 세상이 계속 지속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난 총선이 그걸 보여준 겁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모든 걸 망쳐놓고, 오만방자한 행동이 이를 데가 없었고. 종편도 마찬가지죠. 오만방자함이 이를 데가 없고, 온갖 막말을 하고. '어떻게 방송을 통해 저런 말을 전달할까'. 참, 부끄럽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신문 시장이 얼어붙고, 부수도 급감해서 망하는 회사가 생기는데 한국 시장도 비슷한 것 아니냐' 하는데 최근에 윤관석 의원이 신문·잡지 구독하면 세재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신문이 굉장히 어려운데, 여기도 어떤 해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언론 정상화의 중요한 축 아닌가 싶습니다.
"신문이 위기를 맞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죠. 신문 제작 원가의 3분의 1보다 조금 더 될 겁니다. 종잇값입니다. 그거 다 현금이잖아요. 인건비도 다 현금이고... 신문시장이 고정 비용이 굉장히 높은 산업입니다. 얼마 전까지 신문시장은 20세기 모델이라 그러죠? 20세기, 광고 수입과 구독료로 했는데. 광고 수입이 격감합니다. 아주 많은 매체가 생겨나서 경쟁이 심해지면서 광고 수입은 격감하고, 신문 원가는 그대로고. 제가 미국 경우를 공부해보니까요. 미국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합니다. 완벽한 폭풍이라는 거죠. 신문시장이 당면한 상태가 완벽한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실제로도 많은 신문사가 문을 닫잖아요. 2009년에 미국 3대 미디어 기업 중 하나인데 시카고 트리뷴 컴퍼니라 합니다. LA타임스, 볼티모어 선, 시카고 트리뷴 등 신문을 많이 가지고 있죠. 시카고 트리뷴 컴퍼니가 2009년에 파산 신고를 했어요. 1년에 문 닫는 신문사가 급격하게 늘어서 기자 수가 푹푹 줄어요. 지난 3월 말에 영국 인디펜던트 문 닫았잖아요. 해외 사례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신문 부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원가의 엄청난 부분이 고정 비용이고... 종잇값, 인쇄비, 인건비. 그러다 보니 종이신문만 가지고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신문시장이 이대로 가면 엄청난 폭풍이 우리나라에도 올 것이다.

미국에 마이클 킨슬리라고 아주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있는데 90년대 초반에 CNN (시사 프로) 크로스파이어라는 곳에서 진보 쪽 논객으로 나왔죠. 보수 쪽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한 팻 뷰캐넌. (마이클 킨슬리) 그분이 나중에 인터넷 매체 가서 맹활약하셨어요. 그때 '미국에 퍼펙트 스톰이 와서 사라진다. GM자동차가 망한다고 해서 자동차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뉴욕타임가 없어진다고 해서 뉴스가 없어지느냐? 그게 아니다. 인터넷이 있다'고 마이클 킨슬 리가 말했어요. 그만큼 신문업체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 신문 업체도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광고, 협찬 체제.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시장이 만약에 정상화된다면 폭풍이 불겠죠. 굉장히 신문 산업도 어려운데... 미국에서는 신문 산업이 어려우니까. 신문의 공공성을 주장하는 언론학자들이 하도 방법이 없어서 '각 대학에서 신문을 하나씩 맡아서 공공성을 주장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거죠. 미국은 없어지는 신문도 많고, 통폐합이 훨씬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폭풍이 없는 거죠.

만약 IMF 체제와 같은 경제 위기가 와서 지금 같은 재벌 광고 액수가 푹 떨어지면 과연 (신문산업이) 폭풍을 어떻게 겪어낼 것인가. 신문도 시장 정상화를 어떻게 할지가 있는데, 신문시장을 정상화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문제 되는 것 중 하나는 참여정부와 국민의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만들어 둔 신문시장 정상화 방안이 있었거든요. 함부로 현찰 주고, 자전거 주고, 이런 거 못 하게 했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오면서 다 뒤집혔어요. 온갖 짓을 다 하잖아요. 명백하게 시장의 질서를 뒤흔드는... 반시장주의, 반자본주의 행태입니다. 불공정 거래의 전형적 사례죠.

그런 것에 대한 규제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다 없어졌거든요. 그런 것도 끊임없이 문제화시켜야 합니다. 제가 과거에 주장했던 것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그렇게 상품 나눠 주는 불공정 거래 현장을 잡으면 포상금을 줘야 한다'. 정치자금법 개혁해서 돈 주는 사람한테 50배인가 줘서 정치권이 많이 밝아졌거든요. (신문 구독 불공정 거래) 현장을 발견하면, 1부 그렇게 적발되면 벌금을 50만 원. 그럼, 불공정 거래 없어진다고 봅니다. 이때는 징벌을 강하게 함으로써 억제력이 생기는 겁니다. 전문적으로 그런 걸 찾아다니는 헌터가 생길 겁니다. 파파라치처럼... 시장 질서를 많이 정상화할 수 있죠. 그게 과거 민주 정부 시절에 그렇게 강조했는데 그걸 주관하는 정부 조직이 공정거래위원회인데, 공정거래위원회라는 곳이 재벌, 수구 언론을 보호하는 쪽에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러니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가) 실현이 안 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서도 주목해야 봐야 할 새로운 현상이라면 과거에는 인터넷에 주목을 많이 해서 <오마이뉴스>도 16년 전에 창간했어요. '저게 무슨 언론이냐', 기성 언론들 사이에서 조롱이나 비아냥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오마이뉴스>도 올드 미디어 범주로 포함됐어요. 팟캐스트나 1인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언론 산업에 몸담으셨는데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셨을 때 이런 미디어 발달에 대해 어떻게 지켜보시나요?
"디지털 시대의 축복이라 봅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신문 하나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1988년 창간된 <한겨레신문>, 국민이 정성을 다해 모은 50억으로 중고 윤전기 하나 마련되고, 조금 있다가 바닥나서 110억~120억 모았죠. 국민의 뜨거운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적어도 160억~170억의 자본이 들어갔습니다. 신문 하나를 만드는 데도 그만큼 돈이 들었고, 정부 허가를 받아야 했어요. 방송 하나는 비교도 안 됩니다. 자본은 수조가 필요하죠. 기계도 비싸고, 방송 송신하는... 지금이야 IPTV, 인터넷 스트리밍 온갖 것이 있으니 원하면 새로운 매체를 마음먹으면 할 수 있었어요. 신문도 <오마이뉴스>처럼 인터넷 매체를 만들 수도 있고, 미디어몽구는 혼자서 언론의 역할을 값지게 하고 있잖아요. 디지털 시대에는 아주 적은 자본으로도 미디어를 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언론 사희의 힘이나 상대적 영향력이 굉장히 평준화됐습니다. 예를 들어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서 중요한 뉴스가 터져 나오면 금방 전국적인 뉴스가 되잖아요. 미디어몽구 특종 많이 했는데 하면 전국적 뉴스가 됩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언론을 상당히 민주화했어요. 그 플랫폼이 굉장히 민주화되어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80만 부 나가네, 70만 부 나가네'하는 신문? 아니면 특종을 쏟아 내는 시사인? 어디가 영향력이 높냐. KBS, MBC 시청률이 높아도 거기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느냐. 총선 과정에 얼마만큼 영향력이 있었냐. 별로 없었다는 결과 아닙니까? 종편, 그렇게 일방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편을 들었는데 지난 총선을 보면 그 영향력이 많이 감소했잖아요.

첫 번째는 적은 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고, 두 번째는 평준화되다 보니까 어디서든 터트리면 금방 전국적인 뉴스를 만들 수 있고. 세 번째는 SNS 아닙니까? 거기 글을 읽어 보면 재야의, 무림의 고수가 너무 많습니다. 저는 페이스북 이런 걸 보면서 '정말 글 잘 쓴다'. 제가 글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요. 너무 많은 자료를 가지고 계시고, 그걸 빨리 쓰시고, 금방 올리고, 댓글 수준도... 일부는 자정이 필요한, 도에 지나친 게 있는데 그건 자정돼야죠. 댓글 보면 놀라운 수준이거든요. 무림의 고수들이 이제는 얼마든지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서 저널리스트의 구실을 하는 겁니다. 이 세 가지가 있어서 과거에 이른바 주류 언론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게릴라식으로 놀라운 활동을 하는 거죠.

우리 사회 미디어와 관련해서 정말 희망이라 생각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체제 아래에서 정말 희망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현상이 있다면... 미디어몽구와 같은 1인 미디어가 많이 발달했고. 특히, <뉴스타파>가 3만5천 명이라는 후원 회원을 가지고 운영되면서 본격적인 방송 저널리즘을 하고 있거든요. 탐사 프로를... 당장 하는 역할뿐 아니라 미래에 좋은 정부가 들어 서면 독립 채널을 시작할 때 엄청난 자산이 됩니다. 그 인적 자원, 경험, 그리고 국민이 새로운 시대에 채널이 필요하다면 3만5천 명 회원이 10만, 20만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것이 참 소중한 수확이라 보고요.

지금 하고 계시는 팟캐스트의 발전입니다. 이번 총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거든요. 많은 자원이 없이도 가능하거든요. 디지털 시대니까 가능한 거거든요. 자꾸 발전하잖아요. 새로운 형태가 생겨나고, 그전에는 트위터가 맹위를 떨치다 요새는 페이스북이 엄청난 영향력을 보이는 방식으로. 조금 지나면 페이스북이 어떻게 진화할지 모르고, 이걸 어떻게 대체될지 모릅니다. 이런 것이 발전하면서 우리에게 큰 희망을 가져다줬죠. 물론, 부작용도 있죠. 너무 폐쇄 공간에 있다 보니 인간관계가 줄어들잖아요. 그런 걸 조화시키는 방법은 없느냐. 가령, <오마이뉴스>는 공동체를 만들어서 거기서 시장도 확대하고, 후원 회원도 적극적으로 같이 유대를 가지고 그런 걸 고민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는 재벌의 광고를 받고 있지 않죠. 오로지 시민의 후원, NGO처럼 운영하고 있으면서 탐사 보도의 새 장을 열고 있어서 주목받지만, 지적해주신 대로 88년 <한겨레신문> 창간 이후 진보 언론 역사가 30년이 됐어요. 그런데도, 뭔가 (진보 언론은) 발전하지 못하는 것 같고, '왜 발전하지 못하는 거지?' 답답증도 있고요. 종사자들도 그런 고민이 있고요.

<국민TV>, <프레시안> 같은 인터넷 매체도 있고 출발은 다르지만, '진보 언론의 비전도 필요한 것 아니냐', '언제까지 진영을 나누느냐', '진보와 보수는 그만 이야기하자', '언론에 진보, 보수가 어디 있냐'는 말도 있는데요. 언론들의 비전은 어떻게 마련되는 게 좋겠다고 보세요? 너무 큰 주제여서... (웃음)
"지적하신 문제를 말씀드리기 전에 개인적인 감회가 큽니다. 제가 75년에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해직 기자로 길바닥과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고. 6월 항쟁 축복으로 생긴 <한겨레신문> 덕분에 다시 기자가 될 수 있어서 저한테는 참 고향 같고, 더없이 고마운 곳이고. 그렇게 해준 국민이 너무 감사하고. 지금도 다니다가 '<한겨레신문> 창간 주주입니다' 하면 너무 고맙고. <한겨레신문>에서 11년 동안 워싱턴 특파원 하면서 정말 원 없이 일하는 기회가 주어지고, 2000년에 귀국해서 <한겨레신문> 논설 주간하던 3년이 제 일생을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습니다. 칼럼도 열심히 쓰면서 '조중동 조폭언론' 문제를 많이 제기했고, 그 시절이 돌이켜 보면 참 행복했습니다. KBS 5년 반은 참 보람 있었습니다.

하여튼 <한겨레신문>은 제게 고향 같은 곳인데 진보 언론이 전반적으로 가난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진보 언론은) 자본이 적습니다. 그게 첫 번째 구조적 한계입니다. 돈이 없으니 마케팅을 활발하게 못 하고, 기자들을 많이 쓸 수 없고, 기자들이 많은 일로 지치고, 경제적 보상도 많이 없으니... 여러 가지 악순환이 반복되는데요. 그런데도, 앞으로 폭풍이 휘몰아칠 상태에서는 <한겨레신문>을 포함한 진보 매체의 경우도 생존을 위해서 뉴미디어 쪽으로 눈을 많이 돌리지 않습니까? 불행하게도 아직은 뉴미디어 쪽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잘 안 나와요. 돈이 들어가기만 하지, 리턴이 없는 것이어서... 진보 언론은 참 답이 잘 안 보여요. 답이 있었다면 진작에 후배들이, 경영진들이, 구성원들이 다 해냈겠죠.

한 가지 희망은 역시 <뉴스타파>에서 보이는데 그 매체가 3만5천 명이라는 후원 회원을 가지는 것. '진보 매체도 광고가 어느 순간 많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제로 구독료 수준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시민들이 이에 호응하는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지 않나. <오마이뉴스>가 10만인클럽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요. 매우 제한된 사람이 하고 있거든요. 아직은 우리가 기부 문화라는 것이 발전의 여지가 많습니다. 미국 오바마 당선에 1등 공신한 '무브 온'이란 단체 회원이 5백만이었거든요. 한 사람이 1달러씩만 내도 얼마입니까? 자발적인 기부를 하거든요. 샌더스도 1달러씩 정치 지원금을 받은 게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미국에 적극적으로 배워야겠죠. 진보 언론이 그렇다고 해서 정부에 손을 내밀 순 없는 것이고, 시민과 협조 체제로 가는... <뉴스타파> 회원 체제처럼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내부적으로는 일하는 환경이 열악하고 힘들긴 하지만,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주변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요. '자기 성찰을 할 필요가 있겠다'. 제작하는 면에서, 보도하는 면에서. 저도 옛날에 그랬을 텐데 너무 남을 가르치려고 해요. 일종의 계몽 군주라고 해야 하나. 프로페셔널 저널리즘(Professional journalism)이 필요한데. 요즘 뉴스에 대한 시민의 눈높이 엄청 높습니다. 거부 반응이 있는 것 같아요. (시민이) '적극적으로 (진보 언론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키워줄 필요가 있는데요.

그리고, 진보 쪽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는 잘 삐치잖아요. 수구 세력은 그런 이야기 종종 하잖아요. 99가지가 틀리더라도 1가지가 같으면 똘똘 뭉치는데... 진보 쪽 사람은 99가지가 맞아도 1가지가 틀리면 원수처럼 돼버리고. 너무 원칙에 충실하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겠죠. 내부 성찰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끔 언론계 후배를 만나면 '너무 가르치려고 하지 마. 다들 알아', '팩트 좀 많이 전해', '발로 뛰고...' 기사는 발로 쓴다고 하잖아요? '타자치는 것에 매몰되지 마라' 그러다 보니 발표문과 보도문만 토시 몇 개 바꿔서 (기사) 내보내고. 그러니 질문을 안 해요. 제가 KBS 있을 때도 느꼈어요. 기자회견 하면 질문이 없어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걱정이었어요.
"그럼, 쫓아가서 야단을 쳐야죠. '이런 기자회견을 왜 하느냐'고. 세상에 어떻게 기자회견이 일방통로입니까. 대통령부터 잘못된 거죠. 청와대 출입기자도 잘못된 거죠. '우리나라 언론 문제의 핵심은 청와대 기자 1등, 정치부 기자 2등, 업계 3등' 그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러니까 '왜 질문 안 받고 갑니까?', '왜 정해 놓은 질문만 해야 합니까?' 하고 당연히 물어야죠. 그게 기자죠.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죠. 자기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이걸 왜 이런 시점에 하는 거지?' 요새는 보면 (타자) 두드리기 바빠요. 다 쓰는 것도 아닌데 속보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보도문도 기사로 쓸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요구하고. 그거 몇 개 바꾸다 보면 발표하고 몇 분 만에 인터넷에 뜨더라고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답을 안 하는 사람은 기사로 비판해야죠. 혼자 나와서 발표하는 건 발표지. 기자회견은 아니죠.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자기 성찰을 해야 하고요. 모든 저널리스트가 마찬가지입니다. 프로페셔널해야 합니다. 팩트를 많이 전달해야 하고, 권력 비판해야 하는 것이고. 모든 권력입니다. 자본 권력, 문화 권력, 언론 권력, 사학 권력 좀 많습니까? 힘을 가진 집단들이... 그러려면 끊임없이 질문해야죠. 그걸 깊게 하는 것이 탐사보도죠."

-한국 언론이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진보, 보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 전반이 제대로 된 정상화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말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시작으로 해서... 현장을 뛰는 기자들 개개인도 '내가 과연 저널리스트로서 자기 직분을 다 하는 것인가'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요.

현장을 뛰는 수많은 기자가 있습니다. 예전에 (정연주 전 사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박정희 시절에 취재 다니면 개와 기자 출입금지라고 쓰여있었다'고. 요새도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 별로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후배들한테 어떤 할 말이 있으실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가져야 하고요. 요새는 너무 옮겨 붙이는... 복사, 붙이기가 너무 많아서... 정말 발로 뛰어야 하거든요. 현장에서 오는 생생함도 가져올 수 있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보도문에 나오지 않은 진실이 나오니까 그렇게 해야 하고요. 저도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기자들은) 늘 자기 자신을 낮추고 자기 성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론 개개인이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하고. 공영방송 경우에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종국적으로 언론 자유는 스스로 쟁취하는 거예요. 우리가 70년대 중반에 싸워서 쟁취해봤거든요. 참 귀한 겁니다.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닙니다. (기자들이) 쟁취하는 거죠. 누가 가져다주는 건 또 금방 누가 빼앗아가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봤잖아요. 내부적으로 싸워서 쟁취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감시, 압박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는 제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거나 자본이 없고, 인력이 없는 곳을 지원해서 종편 감시 체제를 협업해서라도 갖는 것. 종합적으로 (언론 정상화가) 되는 것이죠. 힐러리 클린턴이 쓴 책 제목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도 온 마을이 동원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이 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사회가 총체적으로 해내야 정말 가능할까, 말까 하는 것이라서 이 방송 들으시는 분들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게 바로, <뉴스타파>를 비롯한 독립 언론을 후원하고, 지켜봐 주시고. 지난 총선 때 저와 박정호 기자가 하루 13시간씩 방송을 했는데요. 수많은 시민이 응원해주셨어요. '누가 팟캐스트 듣겠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방송을) 만들었는데요. 현장에서 뜨거운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지만, 똘똘한 언론이 버티면 그것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도 빨리 10만인클럽 달성해야 하고, <한겨레신문>, <경향신문>같이 진보 언론에 대한 자발적 후원 체제도 적극적으로 돼야 하고. <뉴스타파>도 3만5천이 아니라 10만 돌파해야 하고요. 자발적인 기부문화. 특히, 돈 가지신 분들. 적극적으로 (진보 언론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와야겠죠. 그러려면 정치 보복이 없는 날이 와야겠죠."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말을 들었고요. 기회 되시면 언제든지 나오셔서 한국 언론 비판도 해주시고, 대안도 함께 고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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