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단체축구 꼭 참여해야하나요?
▲ 단체축구 단체축구 꼭 참여해야하나요?
ⓒ 이나연

관련사진보기


단체축구 꼭 참여해야하나요?
▲ 단체축구 단체축구 꼭 참여해야하나요?
ⓒ 이나연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게 만드는 것, 워킹맘에겐 큰 숙제

땡글이(아들)네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로 축구 모임이 구성되었습니다. 다섯 개 반에서 한두 명씩 모여 총 10여 명 아이들이 팀을 만들기로 했다고 친구 엄마가 알려주더군요. 참관수업을 하는 날을 알려주면서 참여하고 싶다면 우선 와서 봐보라고 절 초대했습니다.

외국의 고등학교에서 학교 내 동아리 성격으로 운동하는 것을 모방한 우리나라 단체 축구팀은 축구를 중심으로 학교 체육 전반, 특히 수행평가를 조금씩 가르쳐주는 운동으로 변질했다고 합니다.

외국 학교의 운동 동아리가 대학에서 아마추어팀에 참여하다가 프로 운동선수가 되는 통로로 이용되는 것과는 달리 주변에서 본 초등학교 단체 운동팀은 교과과정의 보조 혹은 학교 공부에 치인 아이들에게 잠시 숨통을 틔어주는 용도로 활용되죠. 개인 활동으로 태권도, 검도, 합기도 등을 하고 단체 활동으로 축구나 농구팀을 만드는 형태입니다.   

회사 동료가 1학년 때 결성된 축구팀이 쭉 이어지다가 4, 5학년 때는 농구로 종목을 전환하기도 하는 등 도움이 많이 된다며 꼭 시키라고 당부합니다.

각각 4학년, 5학년인 동료의 아이들도 축구팀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뿐만 아니라 동네 엄마들에게 단체 축구에 대해 듣기도 했고, 맘 카페에서도 아이 축구팀 모집에 대한 글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습니다. 축구 수업을 같이 하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사실 마음을 쓸어내렸어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에 초대받은 안도감이랄까요. 시간 제약이 있는 워킹맘으로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숙제처럼 부담감이었거든요. 쌍둥이 남매는 평일에도 시시때때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원했지만 회사에 있는 저로서는 해줄 수 없는 것이라 아이들의 아쉬워하는 표정이 늘 미안했거든요.

친구들이 키즈카페에 몰려갈 때 돌봄교실로 가거나 도우미 이모의 손에 이끌려 학원으로 가는 아이들 표정이 안타까웠다는 친구 엄마의 말에 속이 상한 적도 있었죠.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땡글이뿐 아니라 방글이도 같이 축구를 시켜보려고 아이들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들의 대답은 단호한 NO. 거듭 물어봐도 싫다는 거였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포함된 축구팀의 위기, 그래도 참여를 안합니다

땡글이는 무엇이든 처음에 거부하는 습성이 있는 아이입니다. 수영도, 인라인도, 한글 공부도 시작할 때 거부감이 무척 심했어요. 그래서 떠밀듯 약간 강제로 시키게 되는데, 막상 해보면 재미를 느끼고 매일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입니다.

하다못해 먹는 것조차 처음 보는 음식은 거부합니다. 처음 먹는 것을 입에 넣어주면 시선을 떼지 못하며 바라보다가 일단 입에서 뱉어냅니다. 그랬다가 입에 남은 맛을 음미해보고 마음에 들면 그릇을 제 앞으로 끌어당겨 먹습니다.

두발자전거를 아빠 도움 없이 단전에 타고, 운동회 때 반대표 계주 선수를 할 정도로 운동신경도 좋으며, 수업시간에 발표도 나서서 할 정도로 생활 전반에서 활동성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호승심까지 높은 편이라 운동은 땡글이에게 좋은 에너지 발산처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축구라는 단체 운동을 통해 협업이나 규칙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억지로 시킬 순 없어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친구 엄마도 같은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친구들이 하는 것을 직접 보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참관수업을 하는 날에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땡글이한테는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되니까 보기만 하겠다는 다짐까지 받고 말이죠.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일단 시도해보는 방글이(딸)에게도 축구를 해보겠느냐 물었더니 어쩐 일인지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마침 여자아이들이 축구하는 경우가 없대서 방글이는 같이 구경만 가기로 했습니다.

저도 방글이까지는 안 바라고 땡글이는 참여시키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습니다. 참여수업 장소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쌍둥이 남매를 환호하며 부르더군요. 그날 처음 참관수업을 하러 온 친구도 있던 참이라 땡글이에게도 같이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땡글이는 참여를 거부했어요. 친구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옆에서 흉내를 내보기도 합니다. 아이는 자기가 달리기를 더 잘하고 친구 A는 운동을 못한다며 심지어 "너 왜 그렇게 못 뛰냐"고 훈수까지 두면서도 참여를 안 하더군요.

몸풀기를 하고 중반 이후에 팀을 나눠 공차기를 해보는데 마침 7명이라 3:4로 나뉜 거예요. 땡글이의 가장 친한 친구를 포함한 팀이 3명이 됐습니다. 선생님이 "짝이 안 맞으니까 너도 들어와서 해보겠느냐"고 묻는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유니폼을 의자에 놓아두고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입고 들어오라고 하는데 등을 돌려 걸어가네요. 친구가 포함된 팀이 지는 것 같으니까 고민을 합니다. 들어가서 친구를 도와주고는 싶은데 하기는 싫다며 두 마음 사이에서 고민을 합니다.

고민의 시간은 길었고, 운동시간은 짧기만 했습니다. 결국 땡글이는 축구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축구가 끝난 뒤 친구 몇 명과 놀이터에서 놀고 나서 마음이 바뀐 땡글이가 호기롭게 "오늘은 안 했지만 다음 주부터 축구하자"라고 말하더군요. 마음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긴 했지만, 이럴 거면 참여수업도 경험해봤으면 결정에 좀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끝까지 고집을 부린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다음 주부터는 안되고, 지금 배우던 운동 하나를 정리하고 시작하자고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엄마에게 등을 떠밀린 결정일지, 친구들과 놀아보니 노는 게 좋아서 내린 결정인지, 아니면 아이가 정말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 건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게 할 생각이기도 했고요.

축구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아서 내린 결정이라는 게 뻔한 결론일 테지만 아이가 좀 더 하고 싶어 안달을 내게 만들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가 스스로 하겠다고 말했고 저도 단체 축구팀에 땡글이를 참여시키는 쪽으로 처음부터 마음이 기울어 있긴 했습니다만 싫다는 아이에게 "단체축구, 꼭 시켜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운동이라는 것이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니 배우는 것이 좋긴 하지만 '축구를 하는 것 vs. 단체 축구 팀에 끼는 것'과 같은 상황에 대한 다른 관점 속에서 아이에게 엄마의 결정을 강요하는 것이 염려됩니다.

아이가 하겠다고 선택은 했지만, 그런 선택을 의도하기 위해 제가 깔아놓은 여러 가지 상황(보여주고, 친구와 어울리게 한 상황)이 아이의 등을 떠민 것 같아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시작에 적극적이지 않은 아이를 두고 엄마가 먼저 앞장서서 가는 일이 많아지면 나중에 아이가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생겨도 결정을 미루고 엄마의 선택을 기다리게 되지는 않을까요?

학원을 보내거나 단체 활동을 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를 경험시키겠다 혹은 단체 활동을 통해 협업과 규칙을 가르치겠다는 등 부모의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혹은 엄마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고민이 되더군요. 거기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의 아이들이라 내 아이가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안도감이 필요해서 아이의 등을 떠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워킹맘육아, #쌍둥이육아, #단체축구, #초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