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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고개숙여 사과하는 박원순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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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 지난달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과 재발방지 대책을 설명하는 박원순 시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많은 질문은 사건이 터진 뒤 속속 밝혀지는 서울메트로의 문제점에 대해 박 시장은 왜 몰랐냐는 것.

특히 질문들은 '메피아(서울메트로 출신 위탁업체 직원들)'에 집중됐다. 한 기자는 '메피아의 존재를 인정하고 척결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시장이 왜 이제야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이번 사태를 통해 이른바 메피아가 중앙정부의 인원감축 등 경영합리화 정책에 따라 탄생했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이번 기회에 철두철미하게 없애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임금불평등에 대해) 인권위 제소까지 했다는데 왜 지금 알게 됐냐'는 질문에는 "임금불평등까지 이번에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메피아 문제를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직답을 피하고 적당히 넘어가거나 다른 곳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급기야 '시장 부임 5년이나 지났는데 문제점을 안 시점이 언제냐'는 직격탄에 박 시장은 "저는 자세히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성PSD의 자회사 전환에 대해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막상 '자회사 전환계획을 중단하고 직영전환을 추진하겠다"고는 선언했지만 그 이후까지는 생각을 못한 듯한 인상도 풍겼다.

박 시장은 '이미 채용돼 있는 메트로 전적자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자연적인 감소도 있을 수 있고, 자회사라든지 직영할 경우는 체제가 전환되기 때문에 조치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기업인 은성PSD의 임금체계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자회사 또는 직영으로 전환하는 게 원칙이므로 그런 부분은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지난해 강남역 사고 후 2인1조 매뉴얼을 도입해 이제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탁상공론이었다"며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현장시장실', '일자리대장정'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현장을 강조해왔던 박 시장으로서는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 이후 교통본부장을 경질하고 서울메트로 본부장 2명과 감사 등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시장과 부하 임직원들의 생각이 따로 놀고 있지 않나 하는 지적도 일고 있다.

옥바라지골목 갈등 해결 과정에서 박 시장이 '공사중단 폭탄선언'으로 주가를 높이기는 했지만,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의 시정철학이 공무원들에게 아직도 먹혀들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한 서울시 고위 간부는 "취임 후 7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나름 비정규직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해온 박 시장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났다"면서도 "그러나 향후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권으로 가는 시간표를 받아놓은 박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태그:#박원순, #구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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