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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진화하는 도서관을 본다.
 즐겁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진화하는 도서관을 본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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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내가 낸 세금이 잘 쓰이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공공도서관이 아닐까 싶다. 바쁜 도시인을 위해 밤 10시까지 운영하는가 하면, 전철역 무인도서관시스템이 있어 편리하게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다.

책부터 다양한 잡지까지 갖추고 있어 대형서점에 밀려 사라져버린 동네 서점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주말, 휴일에도 이용할 수 있으니 참 고맙기만 한 곳이다.

작년 11월 서울 은평구 구산동 주택가 한가운데 생겨난 '은평구립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사람으로 치면 독특한 개성과 열린 마음까지 갖춘 공공도서관이다. 색다른 도서관 이름처럼 딱딱하고 엄숙한 '관'보다 정답고 친숙한 '마을'을 지향한다.

도서관 이름에 마을이 붙은 건 주택가 골목에 모여 있던 다세대주택들을 재활용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의 추억과 삶의 기억을 담고 있는 집들이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났다.(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2550㎡ 규모)

깔깔거리며 만화책에 빠질 수 있는 '만화의 숲'

 열람실이 따로 없는 대신, 도서관 구석구석이 책 읽는 공간이다.
 열람실이 따로 없는 대신, 도서관 구석구석이 책 읽는 공간이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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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차, 휠체어탄 주민도 쉽게 서고에 다가갈 수 있다.
 유모차, 휠체어탄 주민도 쉽게 서고에 다가갈 수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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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이용했던 도서관은 그저 시험을 위한 공부, 책을 빌리거나 자료를 찾기 위해 들렀던 곳이었다. 이름에 '관'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공간.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고 대화하는 공간에 신경을 썼다.

우선 도서관에 흔히 있는 독서실 같은 답답한 분위기의 열람실이 없다. 대신 별별 방들이 많다. 다세대주택 안에 있었던 방 55개로 다양한 크기의 공간을 만들어 열람실, 모임방, 동아리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드 게임 등을 하며 가족, 친구들과 모여 '노는 방'도 있다. 떠들고 얘기하고 웃는 일이 금지된 도서관의 통념을 깨는 공간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내 2개층에 작은 만화책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내 2개층에 작은 만화책 도서관이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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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재미있는 공간은 2층과 3층에 걸쳐 있는 작은 만화책 도서관인 '만화의 숲'. 2층은 어린이용, 3층은 성인용 작은 만화 도서관이다. 2층 만화의 숲은 하얀 벽을 스크린삼아 만화영화도 보여준다.

도서관을 지을 때 도서관에서도 만화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주민 의견에 따라 만화자료실을 만들었단다. 대출을 할 순 없지만, 다른 자료실처럼 밤 10시까지 만화에 실컷 빠질 수 있다. 편안한 소파에 기대어 만화책 실컷 보며 빈둥거릴 수 있는 도서관이라니... 과거 만화책은 책으로 치지 않던 도서관을 떠올리면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싶다.

동네마다 시민들에게 친근한 도서관이 있는 건 선진국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수년 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외국에 갔을 때 마주쳤던 동네 도서관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여행'을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어느 곳을 가든, 아무리 작은 동네를 가더라도 개성있는 도서관이 우리나라 동사무소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책도 많았지만 다양한 영화와 음악, 어린이용 동화 비디오까지 갖추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오게 된다. 공부하는 건지 노는 건지 헛갈릴 정도로 아이들이 떠들고 소리내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은 곧 아이들 놀이터이기도 했다.

자꾸만 가고픈 마을 사랑방 

 음악을 감상하거나 자신의 노래를 녹음할 수도 있는 스튜디오.
 음악을 감상하거나 자신의 노래를 녹음할 수도 있는 스튜디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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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의 만남.
 동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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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도서관 구석구석에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반영한 공간이 많다. 복도, 창가 앞, 구석진 공간 등이 모두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책이 있는 서고에 접근할 수 있다. 어린이 자료실엔 아기와 엄마를 위한 수유실도 마련돼 있고,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자료실'이 따로 구분돼 있다. 이외에도 자신이 직접 작곡을 하거나 노래를 녹음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도 눈길을 끌었다.

건물은 도시에서 참 중요한 존재구나 실감하기도 했다. 주거형태의 반이 넘고 있는 아파트에서 보듯 건물 하나하나가 모여 도시의 정취를 만들고, 건물 내부 구조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정서를 좌우한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여느 공공 도서관(혹은 공공기관)과 달리 이용자인 주민과 주민 사이 혹은 사서와 주민 사이가 가깝게 느껴지는 열린 구조를 이루고 있다.       

둘러보면 볼수록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마을이 되고 싶은 도서관이구나 싶다. 아파트가 도시를 점령하면서 마을 공동체와 이웃사촌이 사라진 익명의 도시가 되고 말았지만, 다행히 자꾸만 가고픈 마을 사랑방이 동네에 생긴 것 같아 흐뭇했다.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어도 눈치 보지 않는 도서관, 엄마들이 도서관에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서관, 깔깔거리며 만화책도 보는 도서관, 악기도 연주하고 영화도 보는 신나는 도서관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코흘리개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서관마을에서 만나고 함께하며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 도서관내 안내문 가운데

덧붙이는 글 | ㅇ 교통편 : 서울 6호선 전철 구산역 3번 출구 - 도보 10분
ㅇ 도서관 누리집 : www.gsvli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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