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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최근 일상용품 사용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화학성분을 따지는 사람들도 늘고, 구매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이제라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일상용품들을 만드는데 쓰이는 화학물질들에 대한 정보는 현재 거의 부족하다. 성분표기가 명확하지 않은 제품들도 부지기수다. 이런지라 일반인들이 성분을 따져 보다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또, 우리를 위협하는 유해성분들은 우리 생활 속에 너무나 광범위하게 들어와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일상용품들을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으로 대체할 방법도 없다. 그러니 씁쓸하지만 독성이 염려되어도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로서 막연히 불안할 수밖에.

<오마이뉴스>에 소개한 책 중 우리를 위협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가 주제인, 그래서 습관적으로 또는 무심코 쓰는 일상용품들 속에 숨어있는 독성들을 파악할 수 있는, 그리하여 보다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거나 사용하는데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책들을 모아본다.

어떤 성분들이 해로울까? 어떤 물건들이 보다 안전할까? 일상용품들의 화학물질들의 성분과 독성들을 파헤치는 동시에 그 대안들을 제시한 책들이다.
 어떤 성분들이 해로울까? 어떤 물건들이 보다 안전할까? 일상용품들의 화학물질들의 성분과 독성들을 파헤치는 동시에 그 대안들을 제시한 책들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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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베이비뉴스 편집국 씀. 나무발전소 펴냄)
(관련기사 : 입 소문 난 안심 물티슈? 그런 건 없다)

우리나라 최초 육아전문신문 '베이비뉴스 편집국'이 언제부턴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필수품이 된 일회용기저귀나 물휴지를 비롯하여 베이비화장품, 분유, 어린이음료, 시판이유식, 어린이과자 등에 함유된 화학물질들의 독성을 파헤친 책이다. 지난해 10월에 출간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아울러 소개한다.

베이비뉴스의 가장 두드러진 보도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2011년 4월, 젊은 엄마들 사이에 '임산부만 죽이는 신종 전염병' 괴담이 돌던 때부터 최근까지, 몇 년에 걸쳐 지속적인 보도를 해왔다.

가습기살균제 첫 사망자가 나왔고, '폐 손상이 가습기 살균제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음에도 인터넷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실태와, 샴푸와 물티슈, 식기세척기에도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성분의 원료가 사용되고 있음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아직은 수면 위로 거의 떠오르지 않은, 그러나 점검이 꼭 필요한 어린이집의 실내공기 오염도 다뤘다. 천기저귀를 쓰는 사람들의 사례나 물티슈 대체용품을 소개하는 등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가급이면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책이다. 

<집이 우리를 죽인다>(허정임 씀. 기린원 펴냄)
(관련기사 : 환경오염, 우리 집은 안전하다? 천만에!)

저자의 고백. 큰 아이가 젖먹이 때 이유도 없는 감기에 걸려 큰 고생을 했다. 조금 더 커서는 백화점만 갔다 오면 모세기관지염을 앓거나, 이유도 없이 열이 40도를 웃도는 고생을 종종 했다. 작은 아이는 비염을 달고 살고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했다.

'특별히 잘못 먹인 것도 없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왜 이리 아픈 걸까?' 먹는 것부터 집안의 구조와 물건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던 중 건축재를 비롯하여 온갖 일상용품들에 함유되어 있는 화학물질 독성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무엇이 내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관련 늦깎이 공부를 했다. 이런 저자가 일상 속의 화학물질들, 그 독성의 폐해를 알리는 동시에 대안까지 알려주는 책이다.

벽지, 바닥재, 도장재, 소파, 원목가구, 침구류, 블라인드와 커튼, 옷, 샴푸와 바디클렌징과 같은 여러 세정제들, 젖병과 치아발육기, 헤어제품과 스타일링제품, 화장품, 살충제, 방향제와 향수, 각종 세제와 섬유유연제, 주방용 세제 등, 어느 가정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제품에 들어간 화학성분들과 그 독성을 조목조목 파헤쳤다.

저자에 의하면 "유해물질이나 유독가스로 인해 실내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2~10배나 오염되어 있다". 온갖 화학성분들로 된 각종 생활용품들이 좁은 면적에 집중 배치되어 있는데다가 실외(자연)보다 자정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걸핏하면 위험농도인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도 많다.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최소화하려면 옷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영국의 한 소비자단체에 의하면 뜨거운 물에 일곱 번 세탁한 '면' 제품에 포름알데히드(방부제성분)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잔류화학물질은 생각보다 끈질기다. 옷을 세탁할 때 식초를 한 컵 넣으면 유해성분을 제거하고 정전기 발생도 막아준다. - <집이 우리를 죽인다>에서.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다. 다행히 생활 속 유해물질(화학물질), 그 독소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들을 내용 중에, 그리고 글 끝마다 조목조목 제시한다.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일상용품들, 그 독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 보다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살림초보는 물론 살림을 어지간히 해온 주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다른 출판사에서 <집이 우리를 죽인다, 독! 적과의 동침>(2014)으로 다시 나왔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구희연·이은주 씀. 거름 펴냄)
(관련기사 : '스킨 다음에 로션', 당신도 속았죠?)

출간 당시부터 몇 년 후까지 책의 내용들이 방송이나 신문들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화장품에 대한 인식과 화장품 회사들의 관행과 관련 정책들을 바꾸게 한 책이다.

두 저자는 화장품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며 신상 바르는 것을 좋아했고, 그 누구보다 화장품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근무 경력이 늘어갈수록 '화장품을 쓰면 쓸수록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회의가 들었다. 그리하여 관련 대학에 입학, 본격적인 연구를 하면서 외국의 화장품 관련 원서들과 논문 등을 접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많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저자들이 그간 의심 없이 발라온 화장품의 유해성분들을, 그리고 우리나라 화장품들의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화장품 회사에 근무한 경험을 녹여 쓰고 있어서 설득력이 강하다. 이 책 덕분에 수십 년간 당연한 듯 대물림 되어오던 '스킨 다음에 로션'이란 공식이 깨지는 등 일반인들의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기초 4종 세트가 사라졌다.

생활 속 독성물질들의 폐해를 알려주는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는 책들.
 생활 속 독성물질들의 폐해를 알려주는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는 책들.
ⓒ 기린원.전나무숲.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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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화장품의 모든 성분들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쓴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 (전나무숲 펴냄)(관련기사 : 거품이 많이 나는 샴푸가 좋은 거 아냐?)란 책도 번역되어 나왔다. 책은 우리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화학성분들을 모두 다뤘다. 성분에 대한 설명과 위험한 물질들의 외국의 사용실태나 금지 여부 등이 낱낱이 수록되어 있어서 두고두고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최근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공동 저자 중 한사람인 이은주씨가 첫 번째 책 그 후 달라진 것과,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것 등을 <대한민국 좋은 화장품 나쁜 화장품>(이은주 씀. 거름 펴냄)(관련기사 : '특허출원' 화장품의 진실, 알고 계셨나요?)에 담았다. 3권 모두 화장품에 대한 책들이지만, 샴푸나 바디클렌징 등과 같은 일상용품들의 독성까지 파헤쳤다.

<쓰지마, 위험해!>(고와카 준이치·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 씀. 워너비 펴냄)
(관련기사 : 당신의 생필품 안전합니까)

저자 '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은 생활 속 화학물질들의 유전독성을 테스트하고자 일본에서 1984년에 설립된 시민단체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환경호르몬 검출 컵라면 용기 논쟁은 이 단체가 최초로 데이터와 영상을 제시하며 유해성을 지적한 덕분이라고 한다.

이런 저자가 21년간 축적된 화학물질 독성테스트 자료들을 기초로 일상용품 속 화학물질들의 독성들을 파헤친 책이다. 각종 세제나 바디용품, 유아용품 등처럼 마트에서 쉽게 사서 쓰는 일상용품들은 물론 청소기처럼 큰 의심 없이 쓰는 물건들의 독성 실태를 다뤘다. 동시에 보다 안전한 사용을 알려주고 있어서 유용한 책이다.

폐로 흡수된 약제(소취 스프레이 등의)는 간에서 분해되지 않은 채로 체내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음식물과 함께 섭취하여 위장에서 흡수되는 것과 비교해 독성이 100~10,000배나 강력해진다. 봉제인형이나 소파의 냄새가 신경 쓰인다면 꽉 짠 걸레로 닦고 잘 말린 다음 배기가 깨끗한 청소기로 빨아들인다면 냄새는 물론 진드기 걱정도 사라진다. - <쓰지마, 위험해!>에서.


얼마 전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성분으로 제조되어 그 유해성 여부를 따진 바 있는 소취(탈취) 스프레이의 유해성도 이 책은 이미 다뤘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 매우 유용할 책이라 모 인터넷서점에 재출간을 요청했다.


쓰지마 위험해!

고와카 준이치 지음, 전혜경 옮김, 워너비(2006)

이 책의 다른 기사

당신의 생필품, 안전합니까

깐깐한 화장품 사용설명서 - 광고에 속지 말고 성분으로 선택하라!, 개정판

리타 슈티엔스 지음, 신경완 옮김, 전나무숲(2018)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 - 엄마도 모르는 육아용품 속 독성물질 심층 리포트

베이비뉴스 편집국 엮음, 나무발전소(2015)


집이 우리를 죽인다, 독! 적과의 동침

허정림 지음, 어문학사(2014)


태그:#가습기살균제, #화학성분, #일상용품, #독성물질, #옥시(셰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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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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