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일 오후 2시 현대차 울산공장 시위 현장
 지난 20일 오후 2시 현대차 울산공장 시위 현장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금일 14시부터 현대차 정문 앞에서 노동탄압 규탄집회가 있으니 참석 바랍니다"

5월 20일(금) 14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으로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 활동가가 방송장비를 가져다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시위진압 경찰 차량도 도로 옆에 여러 대 주차되어 있었고 길 건너 파출소 앞과 길에는 사복형사들이 무리 지어 있었습니다. 또한 소음관리차량을 길건너에 주차해놓고 있었습니다.

집회 공간은 협소했습니다. 작년만 해도 넓었던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은 현대차에서 화단을 만들고 정문도 개조하여 새로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현대차에서 집회 공간을 줄이기 위해 승용차와 트럭, 대형 버스로 차벽을 세워 사람 모이는 공간을 좁혀놓은 듯합니다. 그래도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참석한 노동자는 주로 서울, 아산, 광주, 부평, 군산,창원, 경기도 화성 등지에서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울산에서도 여러 단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석했습니다.

그날 그 시각에 그곳에 모인 이유는 12일째 계속되는 현대차 비정규직 신규조합원의 노숙농성을 응원하고 현대차의 노동탄압에 대해 규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대차 사내 2차업체인 '진우'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니 현대차는 경비를 시켜 출입증을 빼앗고 업체는 무급자택대기발령을 내려 출근을 못하게 했습니다. (관련기사: "노동조합 가입, 그렇게 잘못한 일입니까?" )그것이 지난 4월 11일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갑자기 쫓겨난 2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5월 9일 오후 2시 30분부터 현대차 정문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날이 뜨거웠습니다. 멀리서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땡볕에 앉아 민중의례를 시작으로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집회 시작 후 얼마 되잖아 경찰이 문서 하나를 주최 쪽에 전달했습니다.

소음측정결과 법정기준보다 소리가 높다며 경고장을 주고 갔다고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서 집회는 계속되었습니다. 문화공연과 투쟁사, 연대사가 이어졌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신규조합원보다 더 오랫동안 투쟁해온 노동조합 간부들이 나와서 그곳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2시 현대차 울산공장 시위 현장
 지난 20일 오후 2시 현대차 울산공장 시위 현장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현대차 노동조합 역사 29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는 차별받는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600여 명의 신규조합원이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했었습니다. 그런데 가입한지 1개월도 안되어 200여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조가입한지 100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사측의 회유,협박,탄압에 맞서느라 하루가 100일 같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현대차의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것이었습니다.

앳되어 보이는 여성 노동자가 무대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적어온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저는 그 여성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엔 29년 전 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 함께 만들어진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그리고 2004년경 만들어진 비정규직 노동조합도 있습니다. 그렇게 노동조합이 있는데도 아직 생산현장에선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비일비재한 거 같았습니다. 그녀는 이야기 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조합에 가입한 신규조합원 입니다. 저는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저희 회사는 컨베이어에 공피치 (생산 물량을 줄이는 일)가 떠서 차가 없어도 앉아서 쉬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관례라면서 앉지 못하게 했고 우리도 그런 줄 알고 당연히 앉으면 안되는 줄 알았습니다. 작업중에 이종이나 미장착으로 흘려보내면 감봉,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맞게 됩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모든 것들이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일이 있거나 쉬고 싶을 때도 월차나 년차, 하물며 조퇴도 자유롭게 사용을 못했습니다. 회사는 업무상 어쩔 수 없다면서 강압적으로 일을 시켰고 저희는 아파서 조퇴하고 싶어도 인원이 없어서 울면서 참고 일을 했습니다. 월차도 하루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사용 못 하게 하는데,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인데 계속 강압적으로 일만 시켰습니다. 월차는 한달전에 얘기해야 가능하고 특근도 상황상 당연하게 해야만 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고 보니 당연히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눈치 없이 물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고프면 눈치 없이 간식도 먹을수  있고, 집에서 급한 전화가 오면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화장실도 눈치 안 보고 다녀올수 있어 좋습니다. 이런 것들은 인간으로서 반드시 누려야 될 기본적인 것이지만 여태 회사 눈치보느라 하지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작은 것들이라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싸우니 바뀌어서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더욱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동조합 인정받고 함께 하려고 합니다.

왜 우리는 인간답게 노동조합 가입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전 다시 공피치가 떠도 앉아서 쉬지 못하는 일터. 연,월차 마음 편히 못쓰는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을 누리는 것이 욕심일까요?

계속해서 노동조합 조합원으로서 내 권리를 찾고 싶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동지들. 우리가 우리 권리, 우리 인격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인간답게 살기위해 끝까지 투쟁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노동조합 인정받기 위해 싸우는 투쟁에 함께 해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노동조합이 희망이라는 젊은 여성 노동자의 발언에 모두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어제부로 노숙농성은 12일 차입니다. 규탄집회는 2시간 정도 진행된후 끝났습니다. 모두 다시 현장으로 갔고, 농성자만 남았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현대차 정문앞에서 뜨거운 낮과 차가운 밤을 계속 보낼 것입니다.


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노동탄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