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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이어 오후 5시부터 경제세션 기조강연으로 다다 마헤쉬와라라난다(베네쥬엘라 프라우트 연구소)의 '자본주의 이후 영적 깨달음과 이상사회 만들기: 진보적 사회와 영적인 종교"라는 주제 발표가 있었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돈은 곧 신"(Money is God in Capitalism)이라고 했다. 명쾌한 언명이다. 그는 미디어가 수많은 거짓말을 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비관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희망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는 단기간에 잘사는 자본주의사회로 발돋움한 한국사회의 불평등 심화와 그에 따른 사회문제를 다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이후의 진보적인 사회 모델로 프라우트(Prout) 사회를 제의하고 있다. 진보적 공리론(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 Prout)으로서 프라우트를 실용적이고 근본적이면서 전체론적인 사회경제 모델로 규정했다.

이것은 각 지역의 자립과 협동조합, 환경적 균형과 우주적인 영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라우트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모두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으로서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정치적 분열을 재결합 시킬 잠재력을 지닌 것이라고 했다.

프라우트의 창시자는 인도의 프라밧 란잔 사카르(Prabhat Ranjan Sarkar, 1921~1990)다. 프라우트는 경제적 민주주의 확립을 제안하는데, 이를 위한 요건으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모두에게 '식량, 의복, 주택, 교육, 의료'의 지원, 이 다섯 가지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를 보장하는 것이다. 경제 불평등에 대한 프라우트의 해법은 세상의 물리적 자원은 한정적이므로 각국은 최대 급료와 재산, 토지소유 한도를 정해 이를 합리적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게다. 경제 민주주의를 위한 두 번째 요건은 사람들의 구매력이 점차로 향상되어 기본적인 삶의 질이 보장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의사결정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프라우트는 노동자들이 통제와 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그들의 기업을 관리하는 것은 그들의 기본권이라고 본다. 경제 민주주의의 네 번째 요건은 지방경제에 대한 외부통제는 물론, 자본의 외부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게다. 지방경제에서 발생한 소득은 지역내 기업들에 재투자되게 한다. 마지막으로 식량주권은 경제 민주주의의 주요 목표다. 각국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산물 유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산업을 통해 자국의 식품 자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다.

발표자는 이런 연대와 협력정신은 한국의 앞길을 상징한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개되는 협동조합운동에 주목한다. 그는 "문화는 우리의 힘"이라면서, 한국에서 즐겨 표현되는 '우리나라'라는 말에 주목한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내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강조한다는 게다. 이것은 "자원, 땅, 물, 공기 등이 모두에 속하고, 그것을 민영화하지 않고 모두의 복지를 위해 공유해야 한다는 프라우트의 기본 발상과 통한다는 게다.

정치적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로 프라우트에서는 (1) 정치적 민주주의 개선을 위한 구체적 개혁, (2) 이상적인 헌법에 대한 개요, (3) 세계정부를 향한 모델 추구, (4) 미래를 위한 더 근본적이고 이상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계획 등을 포함한다.

이어 발표자는 '새로운 종교: 자본주의 이후의 영성'을 말한다. 그는 종교적 도그마(교조)의 종말과 더불어 과학적 도그마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과학적인 도그마들의 폐기를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알버트 아인수타인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깊은 감정은 신비의 감각입니다. 이것은 모든 진정한 과학의 근원에 있습니다. 이 불가해한 우주에 드러난 초월적인 힘의 존재에 대한 깊은 감정적 확신이 바로 신에 대한 내 생각입니다."

프라우트는 자본주의 이후의 영성으로 신비주의(Dharma)와 우주적 영성에 주목한다. 우리는 우리의 육체 이상의 존재이고 우리의 마음 이상의 존재이기에 우리는 순수의식의 존재이자 우주 마음의 무한한 바다 속의 한 방울이라는 게다.

이처럼 프라우트는 다른 경제철학에서 찾기 힘든 생태적이자 영적인 관점을 지닌다. 프라우트의 영적 인식은 모든 인간은 평화와 행복에 대한 갈증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안다. 이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기 위해 우리는 내면으로부터의 여행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자아실현이자 인류를 향한 기여다. 우리는 진정한 평화와 심층의 행복감을 찾기 위해 자기 내면으로부터의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게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그는 명상의 힘(power of Meditation) 혹은 영적 수련을 제기한다. 명상은 모든 문화에서 오랜 전통을 지니는 수련법이다. 그 과정은 간단하다. 눈을 감고 바른 자세로 앉아 깊게 호흡하면서 마음을 집중하고 매일 연습하면 점차 깊은 평화와 행복의 성취를 얻을 수 있단다.

게다가 명상의 장점은 불면증과 우울증, 정신적 콤플렉스들을 극복하게 하고 기억력과 집중력, 자제력, 의지력, 자기존중과 관용을 증가 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다. 하여 의사들과 과학자들조차 명상을 추천하는 형국이다.

발제자는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의한다. 먼저 '멘토 되기와 세상 바꾸기'를 말한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그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머물 줄 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멘토가 되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게 한다는 게다.

프라우트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한다. 자본주의 이후의 시대에 요청되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지도자는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 모두가 자기 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가장 높은 수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게다. 영적 지도자의 자질로 발제자는 신뢰성, 도덕성, 근면성, 책임성, 봉사정신, 용기, 활력, 겸손, 비전, 평화로움, 연민어림, 건강한 영성, 지혜로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영성이 새로운 리더를 생성하는 핵심적인 역할로 다른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닮고 싶어 하도록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좋은 발제였다. 발제가 끝나고 나는 바로 대회장 입구에 전시한 다다 마헤슈아라난다, <자본주의를 넘어>(2014, 한 살림)를 구입했다.

'자본주의를 넘어 '책 표지
▲ 다다 마헤슈와라난다 (20140 의 '자본주의를 넘어' '자본주의를 넘어 '책 표지
ⓒ 김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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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마지막 발표순서로, 생명세션의 기조강연에서 김태창(전 공공철학공동연구소 소장) 선생은 "문명·문화간 대화와 한일간 영성화평 문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는 이 발제에서 21세기 동아시아의 시대적·정황적 요청에 응답하는 '영성(靈性)의 철학대화'를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한 그의 구상은 "몸숨(身息)·맘숨(心息)·얼숨(魂息)이 상관 연동하는 숨결에서 영통(靈通)이 공공하는 철학"이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영성'은 개체생명과 개체생명의 사이와 만남과 어울림에서 작동하는 동인(動因)이자 동력이다.

이런 의미는 '靈'이라는 글자 모양에서도 도출된다는 게다. 맨 아래에 기우제를 지내는 무녀인 '巫'가 있고, 맨 위에 하늘의 은혜로서 비가 내리는 '雨'가 있다. 무녀와 비 사이에 세 개의 입 '口'이 나란히 있다. 이것은 하늘의 숨(天息)과 사람의 숨(人息)의 교감을 나타낸단다. 백성의 고통을 백성의 입장이 되어 하늘에 호소하는 무녀의 기숨(氣息)인 노래·춤·기도에 대한 하늘의 감응·만남·어울림에서 생기·작동·초복(招福)하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게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영성'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의 인간존재관은 '인간이란 호흡하는(氣息) 존재'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몸으로 숨을 쉬는 몸숨(身息)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마음으로 숨을 쉬는 맘숨(心息)의 존재다. 나아가 인간은 말숨(言息)을 쉼으로써 영통(靈通)하는 존재로 상승한다는 게다.

그에 의하면 말숨은 혼(魂=개체생명=生)의 호흡이고, 영통은 혼과 혼의 사이·만남·어울림에서 작동하는 영(靈=우주생명=命)의 상통·상활·상생적 근원력이다. 하여 인간존재란 몸숨과 맘숨과 말숨의 상관연동의 자각적 활동을 거듭해서 일신(日新)해 가는 존재라는 게다.

결국, 인간이란 만물과 함께·서로·치우침 없이 호흡하는 존재라는 게다. 이를 통해 그는 "함께 공공하는 영성의 철학대화"를 정립하고자 했다. 발제자의 철학대화가 함께 공감하는 영성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는 하나의 단초로 이어지기 바란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한 것이 나에게 그런 계기가 된다면 더 할 나위 없겠다. 

오후 6시 반경에 첫날 기조발표는 모두 끝났다. 이어 자리를 옮겨 환영 만찬이 마련되어 있으나, 공식 초청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다기에 나는 대회장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타고 예약한 호텔로 갔다.

호텔은 시외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비교적 한적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602호에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왔으나 식당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한식당이 있어 혼자서 청국장과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우선 맥주로 목을 축이고 기분전환을 했다. 이런 학술대회에 와서 객지에서 혼자 식사하는 특별한 경험을 음미하면서 말이다.

약 600쪽에 이르는 학술발표 자료집
▲ 원불교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발표자료집 표지 약 600쪽에 이르는 학술발표 자료집
ⓒ 김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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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들어와 혼자서 편안히 옷을 갈아입고, 다시 두터운 학술자료집을 펼쳐 보았다. 낮에 발표장에서 들은 내용을 다시 읽어 보면서 나름 요지를 새겨 보던 중에 피곤하여 금방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누웠으나 잠이 다시 들지 않아 불을 켜고, 오늘 세션 별로 발표될 원고들 가운데 마음 내키는 대로 여기저기 펼쳐 보았다.

세션 발표는 종교, 정치, 경제, 생명의 네 세션으로 나누어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이어진다. 말하자면 미리 어느 세션에서 어떤 토픽을 택해서 들어 볼 것인가를 탐색해보는 게다. 현장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미리 감을 잡아 듣고 싶은 걸 체크해 보았다.

그러고도 새벽에 시간이 많이 남아 다시 잠을 청했다. 집에서는 그냥 잠을 잘 자는 편인데, 혼자 호텔에서 잠자리가 바뀌니 숙면하기가 어려웠다. 날이 훤히 밝아 일어나니 6시가 되었다. 샤워를 하고 아침 뉴스를 좀 보다가 8시 경에 호텔 식당으로 내려가 한식과 양식을 겸해 준비된 아침식사를 하였다. 식당도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호텔에 체크아웃을 하고 시간 여유가 있어 시내버스를 타고 원광대 캠퍼스로 갔다. 내려서 가는 길에 학술대회에 동행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수인사를 나누고 함께 발표장으로 갔다.

발표장 3층 입구에 마련된 홀에서 차를 마시면서 마침 어제 호텔 안내를 해준 안내 요원을 만났다. 호텔이 깨끗하고 좋았다면서 원광대 안내로 온 줄 알고 숙박료를 할인해주더라고 인사조로 말했더니, 그녀가 손사래를 치면서 내가 계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마 주최 측에서 일괄해서 정산하기로 했던가 보다. 그러나 난 미리 예약된 멤버도 아니어서 당연히 개인적으로 처리하고, 숙박비를 할인받은 것만도 고마운 터였다. 하지만 안내원이 친절하게도 다시 호텔에 연락하여 내가 카드로 결제한 것을 취소했노라고 일부러 발표장에까지 찾아와서 알려 주었다. 내게는 이외로 고마운 일이었다. 100주년을 맞은 원불교의 적공이 이런 식으로 나에게까지 미친 게다. 

제1주제는 세션2의 정치의 대전환을 택했다. "동아시아 평화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인권의 관점에서"라는 주제가 맘에 들었다. 발표자인 서승(리츠메이칸대학 특임교수) 교수는 나와 동갑내기(해방둥이)로 한 때 간첩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당했고, 너무 괴로워 스스로 기름을 덮어 씌어 얼굴에 깊은 화상자국이 선연했다.

그는 국제정치 질서에서 냉전은 1989년에 종결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한반도/동아시아에는 냉전이 여전히 잔존해 있음을 상기 시킨다.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는 북한으로 하여금 '빈자의 무기'인 핵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내몰았고, 그 근본책임은 미국과 일본에 있다는 게다. 게다가 작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한일간 합의는 '역사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고 비판한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미국은 시대착오적인 냉전논리를 불러내어 한미일 동맹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을 표적하면서, 중국 견제에 정조준하고 동북아의 군사긴장을 유지하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도모함과 동시에 한국을 '한미일동맹'(사실상 미일동맹)에 종속시켜 미국의 세계적 경찰행동과 패권 관철을 위한 도구로 구사하려하고 있다. 아베정권은 그러한 미국의 의도에 영합하면서 군사화의 욕망을 채우고, 헌법개정=일본 군사대국화의 행보에 탄력을 받으려 한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미일의 동아시아 군사화의 종속변수처럼 되었다."(서승, 2016, p.227)

그는 이번 '위안부'문제 합의는 약 50년 전 한일조약의 재판이라고 평했다. 이번 합의는 한일조약처럼 국가 간의 약속으로 자리 매김 되어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위안부 문제는 국가적 안보의 위협으로 낙인찍히고 막강한 국가권력의 표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본디 인권운동은 강대한 국가권력에 저항하면서 추진되어 온 것이어서 역사 정의는 어떤 권력으로도 지워질 수 있는 게 아니라 했다.

서승 교수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이후 명치유신 이래 저질러 온 동아시아평화에 대한 가해를 청산하고 동아시아 민중들로부터 빼앗은 생명과 재산의 원상회복이라는 역사청산의 요구를 받아왔음에도, 미국과 세계 기득권자들의 옹호에 힘 입어 그것을 철저히 외면해 왔음을 상기시킨다.

이런 구조는 지난 12월 28일 위안부문제 '합의'에서 다시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게다. 그는 일본이 전쟁과 학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인정할 때만이 미국이 입혀준 평화의 겉옷을 벗고 진실 된 평화에 다가설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역사인식이 명쾌하고 공감을 자아낸다.

두 번째 발표는 생명 세션으로 옮겨서 들었다. 이병철(한살림마음살림 위원장) 선생의 "내가 걸어온 길에서의 생명운동"이라는 주제였다. 글 앞에 실은 그의 시가 참 좋았다.

여기
한 송이 꽃 피어
충만한 우주

지금 그 자리
환한 꽃
당신

(이병철, <환한 꽃>전문)

그는 존재의 뿌리는 바로 '생명'이기에 모든 운동은 생명운동에 바탕을 둔다고 했다. 생명운동이 새로운 운동으로 태동된 곳으로 원주를 주목하면서, 그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의 인연을 말한다. 무위당은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이나 사상을 말하기보다는 불경, 성경, 도덕경 등 경전의 말씀들을 통해 사람들을 일깨워 주고자 했는데, 그 중에서도 이 땅에서 우리와 연대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동학사상, 그 가운데도 해월 선생과 밥에 대한 이야기가 자신에게 와 닿았단다.

무위당은 동학의 해월 선사를 이 시대의 사표로 다시 드러내신 분이다. 밥이 하늘이고 생명이라는 걸 해월의 '이천식천'(以天食天) 말씀을 통해 배워, 생명운동이란 밥이 곧 생명임을 알아 그 생명의 밥상을 함께 나누고 모시는 운동으로 일깨워 준 것이란다.

무위당의 생명사상으로, 밥과 더불어 또 하나의 중심 개념인 '모심'(侍)은 천지만물이 모두 나와 한 몸이자 한 뿌리이며, 천지만물이 모두 하늘을 모시지 않는 것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운동으로 제기된 것이 '한살림운동'이고, 그 정신을 사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한살림선언'(1989)이랬다.

생명운동이 아직 사회운동의 주류가 되지 못한 때에 새로 결성된 것이 '생명평화결사운동'(2004)이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개인의 각성과 사회변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운동을 지향했다. 이것은 곧 운동과 영성이 결합하는 길이었다. 이 운동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기 위한 공부모임이 지리산 실상사에서 도법스님이 이끌었다.

발표자는 생명운동은 생명에 대한 각성운동이자 생활수행운동이고, 개벽운동이랬다. 그는 삶과 영성과 운동을 어떻게 하면 안정된 삼각 축으로 형성할 것인가를 마무리하는 말로 제기한다. 이런 축의 삶을 통해 생명수행공동체가 생활 속에 확산되는 날을 고대한다.

오전 발표가 끝나고 원광대 교직원식당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에 조금 시간 여유가 있어 원불교 경전을 한 권 구입하기 위해 원불교중앙총부 서점을 찾아 갔다. 그곳 서점에서 급히 <원불교교서(圓佛敎敎書)> 한 권을 뽑아 왔다.

학술대회 중에 구입한 원불교교서 책 안 표지
▲ 원불교교서의 안표지 학술대회 중에 구입한 원불교교서 책 안 표지
ⓒ 김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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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생명 세션에서 최봉영(항공대) 교수의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말씀을 정리한 "한국인의 살림살이와 원불교"에 대한 파워 포인트 발표를 보면서 들었으나, 그 포인트가 뭔지 잘 잡히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순일(원광대) 교수의 "소태산 대종사의 생명철학"을 듣던 중 대구행 버스 시간이 임박하여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렇게 원불교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참석은 1박2일에 걸쳐 팍팍하게 진행되었다. 익산까지 와서 이틀간 '빡세게' 공부했다. 오후 5시에 익산서 출발해 전주를 경유해 서대구 버스정류장에 8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고 경산 집에 오니 밤 9시가 훨씬 지났다.

집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나니 밀린 피로가 갑자기 몰려 왔다. 학술대회의 전체 주제가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적공'인데, 이번 나들이가 내게도 삶의 작은 전환과 적공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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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둥이로 태어나 지금은 명예교수로 그냥 읽고 쓰기와 산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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