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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이 끝나자마자 지금 거제는 마치 핵폭탄을 맞은 것처럼 지역경기가 얼어붙어 있다. IMF 때도 없었던 불경기를 이제야 경험한다고들 말한다...(중략) 반면, 지난 10여 년 동안 이루었던 흑자의 그 자금은 어디에 갔나. 정부와 언론은 조선업의 과거 이익은 덮어둔 채 현재의 적자를 내세워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거제, 전 경남도의원)이 강조했다. 김 소장은 19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 당선인이 마련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정책 진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다.

김 소장은 "지역경제 파탄 전망과 예방 대책"이란 토론자료를 <오마이뉴스>에 미리 보내 왔다. 그는 조선업의 위기에 대해 정확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며 "과연 조선업이 위기이고 심각한 상황인가?"라고 물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에 대해, 그는 "흔히 '개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가 튼튼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 분양시장과 가격도 주춤하고 원룸도 조금씩 비워지기 시작했으며, 저녁 9시가 되면 문을 닫는 가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조선업은 왜 어려워졌을까?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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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를 지속하던 조선업은 왜 어려워졌을까? 이 물음에, 김 소장은 "세계 경기 불황으로 한때 100달러(배럴당)를 넘어서던 유가가 30,40달러대까지 하락했다"며 "저가 수주를 바탕으로 한 중국 조선업계의 경쟁력 성장"을 이유로 들었다.

또 그는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기술혁신에 투자하기보다 다각화를 통해 조선해양산업의 핵심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잃었고",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과 같은 관치금융은 조선해양산업에 문외한인 금융권 인사를 대우조선해양에 파견하고 부실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조선해양산업의 부실을 증폭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산업정책의 문제점도 컸다는 것. 김 소장은 "정부는 2013년 해양플랜트를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5년간 5조 9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산업은 국산화율 20% 내외에 그치고, 수조 원에 달하는 기술개발 사업비를 낭비하는 것은 물론 해양플랜트 산업의 기술력 확보에 별로 이바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업에서 1위를 차지하자 자만감에 빠져 기술혁신을 게을리 했고", "국내 대형조선소 사이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와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해양플랜트의 가장 큰 문제는 출혈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였다"며 "조선소의 '월급 사장'이라 칭하는 대우조선해양(산업은행 등 지분 49%)의 전 사장들은 임기인 3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라며 "실적 압박이 저가수주로 이어졌다"고 했다.

"적자 났는데도 21억 보너스 챙겨간 사장, 극에 달한 도덕적 해이"

누구의 정책 잘못인가? 김해연 소장은 "노동계에서는 수년전부터 꾸준하게 고용위기와 과당경쟁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조선업을 단기간에 고용을 확대, 유지할 수 있는 황금알 낳는 산업으로 인식해 오히려 인허가를 남발하기도 했고, 경남도와 고성군은 조선특구를 만들어 모든 인허가를 의제처리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낙하산' 인사도 거론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정부 관리 하에 있는 산업은행 등이 소유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낙하산 인사들을 대우조선해양에 내려 보냈고, 많게는 한해에 수십명에 이를 때도 있었으며, 이들은 조선업에 대해선 문외한이었고 오로지 정부의 정책만을 고집하기에 바빴다. 한 마디로 '낙하산 부대'였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3조 3000억원을 회수해 가기도 했지만, 경영 실패 책임은 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보너스가 없을 것을 우려해 적자 발생을 숨기기까지 했고, 전임 사장의 경우에는 적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21억원의 보너스를 챙겨가기까지 하는, 극에 달한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거제 대우조선해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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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없는가? 김해연 소장은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전문업체인 <클라슨>의 자료에 의하면, 평균 선가가 다행히 안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물론 최고점까지는 안되었지만, 2011년 대1l 90%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지속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와 육상, 천해지역 자원고갈 등으로 심해 석유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업계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조선업 특징 중 하나는 불경기와 호황기를 8~20년 주기적으로 넘나든다"며 "세계 모든 조선업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때문에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도 조선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고 있다. 지금은 세계 경제와 연동되어 조선업이 단지 불황일뿐"이라 했다.

김 소장은 "<클락슨>이 내놓은 조선사 수주 잔량 자료를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잔량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18척, 78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세계 조선소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많았다"며 "세계 수주 잔여량 10위권에 국내 조선소가 5개나 차지하고, 수주 잔량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잔여물량이 많다는 것은 당분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김 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직원들의 정년퇴직 후 신규 채용 억제, 자산 매각, 채권단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올해 흑자로 실적 반등을 시도하고, 노동자와 노조도 동참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LNG와 해양플랜트 분야에선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국내 주요 방위산업도 담당하고 있으며, 대우조선 등은 잠수함과 구축함 건조 등 전력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잠수함을 인도네시아에, 전투함을 영국 등 해외 수출까지 했다"며 "우리 조선업은 산업 특성상 수십만명의 생계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개선되어야만 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그래도 개선되어야만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김해연 소장은 "무엇보다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의 자제가 중요하다"며 "국내 업체 끼리 지나치게 경쟁하다 보면 원가 이하의 저가로 수주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원청에서의 단가 후려치기도 근절되어야 한다"며 "가뜩이나 협력업체들도 어려운데 원청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저가로 수주한 책임을 협력업체에 돌리고 있다"고 했다.

구조조정은 조선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적선의 발주'가 중요하다는 것. 그는 "일찍이 일본과 중국은 조선업이 어려울 때, 국적선을 발주해 일거리를 확보해 주었고, 자국 해운선사가 발주를 하거나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등 공기업 등에서 발주를 해준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부채규모를 엄격하게 적용해 해운선사들이 부채비율을 맞춘다고 막대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그것이 최근에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박금융회사의 설립과 확대가 필요"하고,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선해양 비관련 사업을 정리하고 조선해양산업의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해연 소장은 "정부 주도의 조선업 강제 통폐합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며, 지금은 맞지도 않다"며 "향후 조선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의 적자를 가져온 경영층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해양 프로젝트 수주 시 코스트 플러스 피(cost plus fee), 송가프로젝트 수주를 턴키(turn key) 수주로 한 것과 같은 경영층의 실수가 먼저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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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인력조정이 비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은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향후 조선해양 산업의 위기가 끝나고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숙련기술자의 확보와 협력업체와의 공급망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특별고용지원지역과 업종 지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해연 소장은 "정부가 조선업을 사양산업 취급해 노동자 대량해고만으로 해결하겠다는 안이한 대책을 일관한다면 고용대란에 이은 공멸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조선업은 화급을 다투는 응급환자다.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응급치료를 한 후 중․장기 대책수립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정책 진단"

노회찬 당선인(창원성산)은 19일 오후 2시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조선산업 구조조정 정책을 진단하는 긴급현안점검 정책토론회를 연다. "박근혜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정책을 진단한다"는 제목으로 창원대 조효래 교수가 좌장을 맡는다.

산업연구원 하준 부연구위원과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이 각각 '세계 조선업 동향 및 전망과 각국의 정책대응', '박근혜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정책 진단과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노회찬 당선인은 "조선업종 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 정도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경영악화의 책임을 누가 어느 만큼씩 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조선업 구조조정 정책은 사회적 공감과 합의에 기초해서 추진되어야 할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조선업, #김해연 소장, #노회찬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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