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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 개시시점 등 이견으로 회의에 불참한 채 진행됐다.
▲ 여당 불참한 마지막 농해수위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 개시시점 등 이견으로 회의에 불참한 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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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패배 뒤 '반성하는 자세'를 강조해온 새누리당이 선거 한 달여 만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호하고 비판언론을 질책하던 옛 모습으로 돌아갔다.

"(야당의 주장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이 정부가 (대표로) 책임을 지라는 거다. 야당의 궤변이다."

12일 오후 3시, 권성동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와 같이 말했다. '정부 차원의 사과가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자꾸 현 정부가 잘못했다고 하는데..."

권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상황에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며 현 정부를 향한 비판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일축했다. 전날 환노위 전체 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을 향해 야당 의원들이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재차 요청한 데 대한 여당의 '대리 반박'이었다(관련 기사 : 그래서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사과한 걸까 안 한 걸까).

지난 11일 전체 회의 당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법제가 미비한 것을 선제적으로 (대응)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야당 의원이 정부 차원의 사과를 요구하자 "앞서 말한 것에 사실상 그런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명확한 사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권 의원이 이날 "팩트 몇 가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나왔다"면서 나열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현 정부의 책임이 아닌 이유'는 실상 전날 환경부 장관의 답변을 그대로 복기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책임은 현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법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과거 정부와 부도덕한 기업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옥시에 주된 책임이 있고, 그러니 법적인 책임은 옥시한테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걸 자꾸만 현 정부가 잘못을 했다고 하는데, (현 정부는) 사건을 규명하고, 이에 대해서 나름 예산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시점이 과거라는 점을 재차 지적하면서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잘잘못은 검찰 수사로 밝히는 것이 좋다"면서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태의 행정적 책임은 법제를 제대로 완비하지 못한 옛 정부에 있는 것이니, 현 정부는 잘못을 가려 벌하고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안성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성균 환경부 장관의 옥시레킷벤키저(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현안 보고를 지켜보고 있다.
▲ 국회 환노위 가습기 살균제 사태 현안 보고 지켜보는 유가족 안성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성균 환경부 장관의 옥시레킷벤키저(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현안 보고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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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란 순방 비판 언론엔 "국익 도움 안 된다" 질책

현 정부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권 의원의 주장은 전날 전체 회의에서도 반박당했다. 당시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태 발생 후 50여 년 만에 사과한 영국 정부의 사례를 들며 정부 차원의 사과를 요청했다.

사례의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1950년대 입덧 치료제로 유럽에서 인기를 모은 탈리도마이드제의 부작용으로 이후 2000여 명의 기형아가 출산, 그중 3분의 2가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1961년 판매가 금지된 후 2009년에 이르러서야 증상과 부작용의 인과 관계가 증명된 사건이다.

마이크 오브라이언 당시 영국 보건부 장관은 2010년 10월 하원에 직접 출석, 50여 년 전부터 이어진 피해 사실에 "깊은 후회와 사죄를 표한다"며 공식으로 사과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위 사례와 함께 "정부에 책임이 있는데도 남의 집 일처럼 유감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한편, 권 위원은 보상 문제에 관해선 형평성을 강조했다. '교통사고'의 예시가 설명을 도왔다. 그는 "막말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가해자가 자력이 없는 거다, 여기서 '국가가 왜 차를 운전하게 했느냐'라고 하면 그걸 어떻게 감당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가습기 피해자들도 정말 원통하죠... (피해자들은) 국가에 대해 항의하고 싶지"라면서 "하지만 다른 분야의 피해자들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정부 감싸기'는 이날 오전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성과 부풀리기'라 비판한 일부 언론을 지적하며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우리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위험천만한 행태"라고 질책했다.

20대 국회 앞두고 '저자세' 푼 새누리당

새누리당 정진석(왼쪽),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국민의당 박지원(가운데)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제20대 국회원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첫 회동을 하고 있다.
▲ 여야 3당 원내지도부 첫 회동 새누리당 정진석(왼쪽),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국민의당 박지원(가운데)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제20대 국회원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첫 회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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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청와대 경제 수석이 지난 2일 이란 현지 브리핑에서 순방으로 얻은 사업 규모를 456억 달러로 발표한 이후, 언론에서 쏟아진 '뻥튀기 외교' 비판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이었다.

이 대변인은 사업 과정보다 아직 손에 들어오지 않은 성과부터 언급한 정부 발표를 검증, 팩트 체크한 기사들을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깎아내린 것이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과 기업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는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새싹에 '열매를 보여 달라' 하는 잘못을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당시만 해도 "민심의 엄중한 판단을 받아들인다"며 읍소했던 새누리당의 낮은 자세는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빠르게 원상회복되고 있다. 지난 10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 처리 논의를 앞두고 새누리당 위원 전원 보이콧한 국회 농업수산해양부 위원회의 장면만 봐도 그렇다(관련 기사 : 세월호 특조위 기간 보장, '보이콧'으로 속내 드러낸 새누리).

한편, 오는 13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각 3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날 예정이다. 회동에 앞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임을 위한 행진곡> 5.18 민주화 운동 기념곡 지정 등 현 국회 쟁점들을 함께 건의하기로 입을 모았다. 야권의 청와대 비판에 새누리당의 '비호 모드'가 다시 작동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태그:#가습기, #권성동, #새누리당,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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