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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역사> 국정교과서 표지.
 초등<역사> 국정교과서 표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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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초등 <사회 6-1>(아래 초등 <역사>) 국정교과서의 잘못된 서술을 사실상 인지하고도 내용을 고치지 않은 채 '뭉개기'에 나섰다. 그러자 초등교사들은 규탄 선언 서명운동에 뛰어들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도 강력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엉뚱한 사진과 지도 들통 났는데도 '버티기'?

최근 교육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초등 <역사> 91쪽 '3.1운동 당시 시위 발생 지역' 지도와 73쪽 단발령 사진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앞서 역사교육단체들이 지적한 서술 오류 124개 가운데 2개다.

교육부도 자체 검토 결과 '3.1 운동 당시 시위 발생 지역' 지도가 실제 시위 발생 지역보다 축소 기록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역사단체들은 실제로 시위가 발생한 지역은 230여 군데인데 교육부가 절반가량으로 줄여서 표시해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 단체들은 '1만 명 이상 시위 지역'으로 표기된 곳에서 여러 군데 명백한 오류를 확인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곳의 지도를 사용했는데, 그 지도 자체에서 일부 표기 내용이 실체와 다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해당 지도는 강원도와 함경도가 텅텅 비어있는데, 이는 3.1 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다른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명백한 오류를 인지하고도 뭉개기에 나선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류 사실이 확인된 국정교과서 속 단발령 사진.
 오류 사실이 확인된 국정교과서 속 단발령 사진.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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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육부는 73쪽의 단발령 사진은 단발령이 내려진 1895년 당시의 사진이 아닌 것으로 자체 확인했다. 1890년대 단발령을 설명한 교과서 내용과 달리 엉뚱한 사진을 집어넣은 사실을 인지한 것.

이 사진은 역사단체의 지적대로 1920년대의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1895년의 사진이 아니더라도 해당 사진이 머리를 깎는 모습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면서 버티기에 나섰다.

교육부는 5.18의 '원인과 결과 바꿔치기' 왜곡과 '계엄군' 제외 등 축소 서술에 대해서도 지난 달 21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라면서도 올해 당장 교과서 수정을 사실상 거부했다.

5.18 관련 역사 왜곡과 축소 서술 논란을 빚고 있는 초등<역사> 교과서 내용.
 5.18 관련 역사 왜곡과 축소 서술 논란을 빚고 있는 초등<역사> 교과서 내용.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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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 등은 이날 광주를 찾아 5·18기념재단, 5월 3단체(구속자회·구속부상자회·유족회) 대표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교과서 수정 대신) 교사용 참고자료를 통해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5.18 단체들은 '이미 인쇄된 교과서를 수정하거나 회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대해 공식 반박 의견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과서민원바로처리센터' 사이트에 들어가 '교과서 수정 보완' 게시판을 살펴봤더니 교육부는 지난해와 올해 수백 건에 이르는 교과서 수정 보완 자료를 일선 학교에 보냈다.

교육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적용된 초등 <역사> 교과서인 <사회 5-2> 국정교과서의 경우 지난해 9월 18일, 10건의 '수정보완대조표'를 전국 초등학교에 보냈다. 일선 학교는 이 대조표에 따라 교과서 내용을 바꿔 가르쳤다. 잘못 기록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즉각 수정·보완 작업을 벌인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3월 9일에도 초등 <수학4-1> 국정교과서에 대한 수정보완대조표를 초등학교에 보냈다. '잘못 서술된 내용 6개를 고쳐서 가르치라'고 지시한 것이다.

12일 광주 방문하는 '눈속임' 교육부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교육부가 교과서 체제에 대해 잘 모르는 5.18 단체들에게 '교과서 수정이 어렵다'고 눈속임을 한 사실에 주목한다"라면서 "다른 국정교과서처럼 초등 <역사> 교과서도 당장 수정하지 않는다면, 강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오는 12일 광주를 다시 방문해 5.18 단체 '다독이기'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5.18 단체들은 오는 13일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학술대회'를 시작으로 국정교과서 역사왜곡에 대해 더 강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전국 초등교사들도 오는 25일 큰 규모 규탄 선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은 '초6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우리 역사 제대로 가르치기 교사선언문'에서 "엉터리 교과서가 명백한데도 교육부가 이를 고치려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백 번 양보해 교육부는 스스로 시인한 잘못된 서술이라도 고쳐야 하는 게 아니냐"라면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오류 교과서'를 방치하고 있는 교육부의 행동이 바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 <역사> 교과서에서 초등학생 수준에 맞추다 보니 '서술상 오해는 있을지 몰라도 오류는 없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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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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