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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랑

200자 원고지 6매 완성 13분... 자랑할 만 하쥬?
16.05.06 17:51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얼마 전 모 기관에서 기네스 적인 기록을 지닌 사람의 사연을 공모한다는 공고문을 봤다. 기네스북(Guinness Book)은 영국 기네스 맥주 회사에서 발행하는, 진기한 세계 기록을 모은 책이다. 따라서 여기에 등재만 되어도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나는 그 공고를 보자마자 즉시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썼다. 그리곤 이튿날엔 우체국까지 가서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진인사대천명의 그것처럼 결과만 기다리는 것이다.

그럼 나는 그 관청에 응모하는 글에 무엇을 썼을까? 간단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고작 초졸 학력의 무지렁이다. 따라서 현재의 직업도 박봉의 경비원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시민과 객원기자 경력이 14년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작년엔 생애 최초의 책도 발간했다. 그러자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언론사의 잇따른 호출이 이어졌다. 덕분에 언론 인터뷰만 열 차례나 했다."- 그럼 어찌 하였기에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더욱이 국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거늘 그 어렵다는 작가가 된 것일까.

여기엔 나름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비결이 숨어있었다. '우공이산'이란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이 집을 가로막은 산을 옮기려고 대대로 산의 흙을 파서 나르겠다고 하여 이에 감동한 하느님이 산을 옮겨 주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박복하고 운까지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교조차 겨우 졸업하고 소년가장이 되었다. 이런 극명한 아픔이 내상(內傷)으로 깊이 자리한 때문에 진즉부터 절치부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손을 잡고 도서관을 밥 먹듯 다녔다. 그렇게 쌓은 '독서의 역사'가 자그마치 30년이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 개 3년이면 라면도 끓인다는 말이 있다. 30년 동안 읽어댄 책은 가히 '남아일독오거서'의 방대한 분량에 다름 아니었다.

덕분에 자연스레 글쓰기 공부까지 되었음은 물론이다. 나의 또 다른 자랑은 글을 누구보다 빨리 쓰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의 강조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오후 5시 29분이다. 이쯤에서 이 글의 원고지 매수를 살펴본다.

현재 200자 원고지 5매 반 가량 된다. 고로 조금만 더 살을 붙이면 완성의 종착역에 닿는다. 지금 시간은 17시 42분.

따라서 200자 원고지 6매를 완성하는데 고작 13분밖에 안 걸린 셈이다. 이러하거늘 내 어찌  기네스 적인 자랑을 삼갈 일인가?

덧붙이는 글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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