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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어린이날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석장리 박물관 야외 마당에 설치된 행사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공주시 어린이날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석장리 박물관 야외 마당에 설치된 행사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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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민주단체협의회가 행사를 하는 금강 둔치공원에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공주 민주단체협의회가 행사를 하는 금강 둔치공원에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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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강바람도 멈췄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다. 행사에 맞춰 심었던 유채꽃도 강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TV에서나 보던 유명 개그맨들까지 나온다니 엄마·아빠 손잡은 아이들이 모처럼 뛰고 즐기며 행복을 만끽한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차량으로 강변 주차장은 만원이다. 94회 어린이날 축제를 보기 위해 충남 공주시 석장리 박물관에 몰려드는 가족 단위 인파들 때문이다. 강변 건너편 둔치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볼거리 제공을 위해 넓은 강변을 가로질러 부교도 설치했다.  

공주시는 주차장 해소를 위해 석장리 박물관 둔치를 밀고 바닥에 자갈을 깔았다. 그러나 엊그제 내린 비 때문에 땅이 물렁거린다. 차량이 헛바퀴를 굴리며 모래와 자갈이 사방으로 튄다. 차량은 스르르 땅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행사 지원을 나왔던 공주시 차량도 빠져버렸다.

공주시 어린이날 행사가 벌어지는 체험장 이용을 위해 체험권을 구매하려는 줄이 늘어서 있다.
 공주시 어린이날 행사가 벌어지는 체험장 이용을 위해 체험권을 구매하려는 줄이 늘어서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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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차, 차."

쉼없이 차량이 들어오고 차량 사위를 위험하게 빠져나가는 아이를 보고 놀란 엄마가 연신 소리친다.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가 뛰어간다. 덩달아 엄마·아빠도 뛰어간다. 행사장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하다. 가져온 돗자리를 뙤약볕 아래에 깔고 서둘러 자리를 잡는다.

한쪽에선 강물에 띄운 부교를 점검하고 보수하느라 정신이 없다. 떨어져 나간 나무 바닥을 뜯어내고 교체한다. 황포돛배와 유물전시품도 모형으로 만들어 강물에 띄웠다. 고깃배를 타고 점검을 한다. 그러나 구명조끼도 없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물비린내가 진동하는 부교엔 떠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걸렸다.

국군 32사단 장병들의 특공무술 시범공연과 개그콘서트 도찐개찐 공연, 마술공연, 치어리더 공연까지 풍성한 볼거리다. 체험부스마다 아이들을 유혹한다. 각종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빼고는 1000~3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엄마들의 지갑이 열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다.

두 곳으로 나뉜 어린이날 행사

공주 민주단체협의회가 행사를 하는 금강 둔치공원에서 엄마들의 몸짓을 따라 동요 부르기가 진행 중이다.
 공주 민주단체협의회가 행사를 하는 금강 둔치공원에서 엄마들의 몸짓을 따라 동요 부르기가 진행 중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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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사를 위해 군·경에 이어 보조금을 받는 모든 단체까지 총출동했다. 한편 지난 18년간 이어오던 어린이날 행사를 지난해부터 빼앗긴 공주민주단체 협의회는 그 시각 금강둔치공원에서 또 하나의 어린이날 행사를 조촐하게 진행했다.

예산이 집중된 공주시 행사장과는 다르게 이곳은 특별했다. 공주민주단체 협의회 소속단체에서 십시일반 걷은 기금으로 행사를 치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요 부르기, 책 읽기, 솜사탕 만들기 등등 모든 게 무료다. 참석 인원이 200여 명 안쪽으로 2000여 명이 넘는 석장리 박물관보다 참석자가 뚝 떨어져 보였다.

"시민단체에서 18년간 행사를 치르면서 잘못했다고 욕을 먹었다든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공주시가 잘한다고 지원은 못할망정 아이들 행사까지 빼앗은 것은 선거법 위반으로 실추된 도덕적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한 오시덕 시장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독재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공주민주단체 협의회 정선원 공동대표가 기자를 보고 발끈했다. 그는 이어 "20여 개의 시민단체가 조금씩 걷어서 축제를 위해 내걸었던 현수막까지 공주시가 일방적으로 다 철거해 버렸다"며 "아이들 행사마저도 시민을 위한 행사가 아닌 선거의 도구로 이용한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지난해 공주시는 민주단체협의회에 어린이날 보조금으로 지급하던 2천만 원 정도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공주시는 어린이날 행사와 함께 오늘 오후 6시부터 진행하는 석장리 세계 구석기 축제를 통합하여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취재에서 공주시 담당자는 "사전에 미리 연락을 드리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큰 방향에서 보면 같은 날 같은 공주시에서 따로따로 행사하는 것도 그렇다, 어린이들이 체험으로 석장리 박물관도 많이 찾기 때문에 통합해서 볼거리 체험 거리를 즐기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주 민주단체협의회가 행사를 하는 금강 둔치공원에서 굴렁쇠 놀이에 푹 빠진 어린이.
 공주 민주단체협의회가 행사를 하는 금강 둔치공원에서 굴렁쇠 놀이에 푹 빠진 어린이.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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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주시,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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