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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4월 15일 무수단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한 데 이어 28일에는 아침과 저녁에 각각 미사일 한 발을 연이어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실패 원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쏘아 올렸다고들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생각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이 일을 김정은의 실성한 행동쯤으로 간주하면 굳이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국방부의 설명만으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나 우리를 위협하고 압박할 대외적 카드였다고 한다면, 이리 단기간에 마구잡이로 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이은 무수단 발사 실패를 보면 단순히 조급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절박함이 느껴진다. 과연 누가 생각이 없는 걸까?

무수단 미사일은 '핵탄두 폭발실험'을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4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 등과 관련해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5월 6일 36년 만에 노동당 당 대회를 개최키로 하고 최근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배경과 대응책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새누리당 원유철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4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 등과 관련해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5월 6일 36년 만에 노동당 당 대회를 개최키로 하고 최근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배경과 대응책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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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은 개발 중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 실전 배치된 미사일이다. 성능이 검증된 구소련의 미사일이 원형이고,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란에서 시험 발사까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 무수단이 그저 허상이라고 할 때도, 국방부는 오히려 그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2008년 이후 발행되는 국방백서에 '실전 배치된 위협'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국방부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을 돌리고 있다. 무수단은 이미 수십 발을 생산해 운용부대 안 지하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 군의 주장에 따른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철 덩어리를 만들어 낸 셈이니 '북한판 국방비리'라고 해야 할 수도 있겠다.

과연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자체에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세 차례나 무리한 발사 시도를 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지금까지 실제 발사해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개발단계도 아니니 '시험발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실전 배치해 놓은 미사일을 한두 차례 발사에 실패했다고 해서 몇 개월씩 원인 분석해서 재발사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무수단 미사일 자체의 기술적 결함이 아닐 수도 있다. 처음부터 무수단 미사일을 일본 열도를 넘겨 3000km 정도만 날려 보내려고 계획한 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패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무수단을 발사해보려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실험을 위해 변형된 발사를 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잇달아 실패한 무수단 발사는 김정은이 지난 3월 15일 지시한 '핵탄두 폭발시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지난 몇 개월간 북한이 핵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핵탄두 폭발시험'이고, 이는 추가 핵실험보다 시급한 선결과제이다.

아무리 핵실험을 하고 이를 옮길 미사일을 만들었다고 떠들어대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의 대기권 진입기술 만큼은 개발하지 못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아직 핵억제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주장에 따른다면 북한은 '핵탄두 폭발시험'을 해야만 명실상부 핵무기 한 세트를 완성할 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최근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핵탄두 폭발실험과 지하 핵실험을 혼동하게 만들고, 이를 근거로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북한이 핵탄두 폭발실험을 위해 곧 제5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이제 지난번 육상에서 보여준 탄두 재진입환경 모의시험 수준이 아니라, 실제 높은 고도로 미사일을 발사해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의 재진입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수단을 기존의 탄두가 아닌 핵탄두로 교체하여 일본열도를 넘기지 않고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고도를 최고로 높이는 변형된 발사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사일의 기술적 결함이 아닌 발사방식의 문제로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목적은 '핵탄두 폭발실험'이고 무수단은 단지 이를 위한 수단이었던 것은 아닐까?

만약 이에 성공할 경우 '핵탄두 폭발시험'과 함께 무수단 성능 확인뿐만 아니라 무수단 엔진을 합쳐서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미지의 KN-14 미사일도 잠재적인 위협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란 지시를 이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리 군은 또 어떻게 설명을 할까? 항상 뒷북일 수밖에 없다.

'예측 불가' 김정은,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참가자들이 수도 평양에 도착했다고 2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참가자들이 수도 평양에 도착했다고 2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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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개최되는 북한의 제7차 당 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국방부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뿐 아니라 SLBM 발사에도 실패했다고 폄하했고, 최근에는 당 대회 이전에 제5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며 단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제4차 핵실험을 예상하지 못해 제대로 한 방 먹은 충격 때문일까?

국방부의 이런 예측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고 예언해 둔 뒤, 맞으면 좋고 틀리게 되더라도 '우리가 미리 간파했기 때문에 북한이 못한 것'이라는 핑곗거리를 만들겠다는 얕은 계산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7차 당 대회 개최를 천명한 후 '경제핵무력병진노선'을 한층 더 내세우며 '핵능력'을 계획적으로 과시해 왔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들은 대외적 위협이나 압박보다는 당 대회 성공을 목표로 '핵 선전·선동' 차원에서 잘 짜인 정교한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당 대회 전 핵실험은 지난 4차만으로도 충분하다. 북한 입장에서 KN-08이든 14든 아직 쏘아 올릴만한 완성된 시제품이 없다고 한다면 당 대회를 앞두고 핵무력 건설의 화룡점정은 또 한 번의 핵실험이 아니라 무수단 발사를 통한 '핵탄두 폭발실험'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실패를 무릅쓰고 세 번이나 무수단 발사를 한 것이라면, 김정은으로서는 당 대회의 성공과 미래를 위해 이 일이 정말 절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스텝이 꼬였다.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는 전혀 다행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무수단 실패로 김정은이 어떤 우발행동을 다시 계획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의 말대로 욱해서 홧김에 제5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말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곧바로 추가 핵실험에 나서는 성급한 김정은보다, 인내하고 자제할 줄 아는 김정은이 앞으로 더 상대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동엽은 해군사관학교와 해군대학을 거친 해군장교였다. 2006년부터 6년 동안 국방부 북한 분석관으로 활동했으며, 2011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에는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에서 북한핵과 미사일, 군사 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태그:#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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