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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대만의 북동부 지역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일본의 구마모토와 에콰도르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최근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면서 해당 국가들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지진 전문가들이 한국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나선 지도 오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기자는 지진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경험한 홍성 주민들을 직접 찾아 나서 봤다.

비교적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충남 홍성에서도 강한 지진이 발생했었다. 지진을 경험한 홍성 주민들에게 환태평양 조산대에서의 잇따른 지진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50세 이상의 홍성주민들에게는 지진이 먼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978년 10월 7일 오후 6시 무렵, 홍성 읍내에서는 우르릉쾅 하는 굉음과 함께 진도 5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당시 지진으로 118동의 건물이 파괴되고 1100여 동 이상의 건물에 균열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으나 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에 발생한 홍성 지진과 관련해 상설시장의 한 60대 상인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때 집들도 많이 부서지고 아무튼 대단했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당시 상황을 지금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주민도 있다. 홍성읍에 살고 있는 이선화(61세, 여)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선화씨는 홍성 지진의 산증인이다. 선화씨에 따르면 홍성 지진 당시 지금은 현대 아파트가 들어선 오관리 일대에서는 매우 강한 지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물이 귀하던 당시에는 작두펌프라는 기구를 이용해 지하에서 물을 직접 끌어 올려 썼다. 지진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까지도 선화씨는 여느때 처럼 물을 긷기 위해 펌프질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땅이 솟구치는 느낌과 함께 여기저기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화씨는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선화씨는 "그게 지진일 줄도 모르고 놀라서 무조건 집밖으로 뛰쳐 나왔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돌도 안 지난 아들이 집안에 있는 게 생각나 다시 들어가 아들을 업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선화씨의 첫째 아들은 1977년생으로 78년 홍성 지진 당시 돌 무렵의 어린 아기였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선화씨의 증언에 따르면 지진이 끝난 직후 집으로 돌아갔을 때 선반 위에 놓여 있던 식기들은 모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고 한다. 대문 밖을 나와 보니 놀란 이웃들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웅성 거리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선화씨는 "지금도 가끔씩 자식들에게 지진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며 "손주들이 자라면 그 아이들에게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라도 그때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꼭 들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50세 이상의 홍성 주민들에게 지진은 먼나라의 이야기도 그렇다고 남의 일도 아닌 바로 자신의 인생사이자 산경험인 것이다.


태그:#홍성 지진 , #지진 , #홍성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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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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