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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처럼 도도하게 서상연 전교를 따라 공자 등 선현들의 신위가 모셔진 대성전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
 성균관 유생들처럼 도도하게 서상연 전교를 따라 공자 등 선현들의 신위가 모셔진 대성전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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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능주면 원지리에 위치한 능주향교(전교 서상연)가 선비들의 옷을 입은 어린이들로 북적거렸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입었던 '유복'을 입고 머리에는 유건(두건)을 두른  어린이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향교'는 유학에 관심이 있는 나이 지긋한 유림 어르신들의 전용공간으로 여겨졌다. 평상시 향교의 문은 대부분 굳게 닫혀 있었다. 굳게 닫힌 문으로 인해 향교는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특별한 문화재로 인식되면서 향교로 향하는 발걸음을 머뭇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 만들기'와 '유교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향교의 문턱이 낮아졌다. 능주향교가 어린들이들로 북적거리게 된 것도 살아 숨 쉬는 향교만들기 사업 때문이다.

"유건의 매듭은 이렇게 묶는 거예요" "아, 네..."
 "유건의 매듭은 이렇게 묶는 거예요" "아, 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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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능주향교를 찾았다. 이날 능주향교에서는 살아 숨 쉬는 향교만들기의 일환으로 청소년들 대상으로 한 '향교에서 꽃 피우는 창의체험 1일 스테이' 행사가 진행했다. 말 그대로 향교에서 하루 머물며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향교에서 꽃 피우는 창의체험'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향교와 서원 등 조선시대 유학과 향교의 역사와 유래, 지역의 전통문화, 전통예절 등을 올바로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1일 스테이와 1박 2일 스테이로 나뉘어 진행된다.

향교와 서원, 서당, 성균관 등은 모두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이며 주로 유학을 가르켰다. 향교는 지방교육기관으로 지금의 중고등학교 정도에 해당된다. 서원은 사립 중고등학교, 서당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성균관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최고교육기관으로 지금의 서울대학교와 같은 위상을 가졌다.

당연히 성균관 유생들의 자부심이 대단했을 터다. 이날 능주향교 1일 스테이 강사로 나선 임영임 전남여성유도회장은 1일 스테이에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유복의 명칭과 입는 법, 성균관 유생들의 인사법과 걸음걸이 등을 가르쳤다.

"옷고름을 이렇게 매는게 맞나? 맞을 거야!"
 "옷고름을 이렇게 매는게 맞나? 맞을 거야!"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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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처음 입어보는 유복에 어린이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진지하게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2010년 KBS 2TV를 통해 방영됐던 사극 '성균관 스캔들'을 떠올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에 나선 부모들도 유복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상연 전교와 임영임 강사가 시범까지 보이면서 유복의 부분별 명칭과 착용법 등을 알려줬지만 곳곳에서 난감해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유복의 옷고름 매는 법을 몰라 쩔쩔매는 엄마도, 유건을 뒤집어썼다가 고쳐 쓰는 아이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성균관 유생으로 의젓하게 변신한 아이의 모습에 연신 핸드폰으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유복으로 갈아입은 후에는 유생들의 인사법인 공수인사와 선비들의 걸음걸이를 배웠다. 공수인사는 배꼽 위에 남자는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리고, 여자는 왼손 위에 오른손을 올린 후 두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45도 정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인사법이다.

조선시대 유학과 능주향교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서상연 능주향교 전교.
 조선시대 유학과 능주향교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서상연 능주향교 전교.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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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처럼 도도하게 걸으며 향교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유학과 향교의 역사와 유래 등도 배웠다. 이날 임영임 강사는 "성균관 유생들은 공수인사 자세에서 두 손을 가슴 위로 올리고 유복으로 손등을 가린 채 어깨를 펴고 고개를 세우고 도도하게 걸었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유복입기 체험과 향교 둘러보기가 끝난 후에는 투호를 비롯한 전통놀이와 국악 난타 체험에 이어 능주향교 인근에 위치한 조선시대 개혁가 조광조 선생 유배지와 세계문화유산 화순고인돌유적지를 둘러봤다.

한편 능주향교에서는 살아 숨 쉬는 향교문화재 활용사업과 유교문화활성화사업을 통해 유교아카데미, 고전속보물찾기, 청출어람, 향교 작은음악회, 청소년인성교실, 향교에서 꽃 피우는 창의체험, 호락호락 온고지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단체참여도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능주학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njhyanggyo.kr).

공자를 비롯한 선현 39 신위가 모셔진 대성전 앞에서 두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공자를 비롯한 선현 39 신위가 모셔진 대성전 앞에서 두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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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스테이를 마친 후 다함께 대성전 앞에서 찰칵!
 1일 스테이를 마친 후 다함께 대성전 앞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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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순, #능주향교, #능주, #서상연, #살아 숨 쉬는 향교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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