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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골목 보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골목 보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대책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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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와 함께 근현대 시기 민족의 어두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옥바라지골목이 끝내 사라져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명 '옥바라지골목'.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 투옥된 수많은 독립투사와 민주화운동가의 가족들이 옥바라지하며 형성된 여관 골목이다.

김구 선생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이곳에서 머물며 삯바느질을 하면서 백범의 옥바라지를 했다는 얘기 등 어두운 시절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배경이어서 그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보존여론이 형성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곳에 아파트 4동 195가구가 들어서기 위한 재개발공사가 진행돼 다양한 한옥과 적산가옥 등 건물들이 거의 다 파괴되고, 현재는 이주하지 않은 소수의 여관과 살림집만 남아 10여가구 3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에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는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형 보존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철거공사가 진행되는 바로 옆에서 30여 명이나 되는 주민들은 매일매일 굴착기가 건물을 부수는 소리를 들으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삶의 터전을 '자산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부분으로 여기는 주민들의 감성이야말로 서울시나 종로구가 늘 강조하는 역사, 전통, 문화와 같은 가치를 살리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서울시도 종로구도 이런 주민들이 내는 목소리를 묵살하고 역사를 파괴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개탄했다.

대책위는 '이미 관리처분 인가가 났기 때문에 철거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서울시와 종로구의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일찍부터 옥바라지골목의 역사적 가치를 거론하면서 재개발을 막아 달라고 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특히 "처음에는 그곳이 옥바라지골목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하던 서울시도 이제는 옥바라지골목임을 인정하고 '흔적 남기기'를 하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주민들의 삶을 모두 파괴시킨 뒤에 남겨지는 '옥바라지골목'은 한낮 박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 강제철거 없는 재개발 약속의 이행과 ▲ 용역깡패 철수와 철거행위의 중단 ▲ 박제가 아닌 진정한 옥바라지골목 보존방안 수립을 요구하는 회견문을 시청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옥바라지골목 철거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건물만 남기고 박물관을 짓는 등의 '흔적 남기기'를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잔류 주민들과 사회단체, 역사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는 원형 보존을 외치며 반대하고 있다.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와 시민들이 지난 9일 철거작업이 진행중인 옥바라지골목에서 반대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와 시민들이 지난 9일 철거작업이 진행중인 옥바라지골목에서 반대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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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바라지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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