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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투표 당일 울산 동구엔 비가 많이 왔습니다. 그바람엔지 투표율이 높았습니다.
▲ 참관인 석에서 4월 13일 투표 당일 울산 동구엔 비가 많이 왔습니다. 그바람엔지 투표율이 높았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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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수요일 06시부터 18시까지 전국에서 일제히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가 실시 되었습니다. 그날 오후 저는 우리 동네에서 다소 떨어진 대송동이란 동네에 있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그날 투표 참관인을 생전 처음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후조 였습니다. 오전엔 다른 분이 참관인을 했습니다.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투표장소로 갔습니다. 투표장소는 큰 태권도 체육관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투표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선거관리 담당하는 분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전조와 오후조를 교체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참관인 명찰을 발급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목에 걸고 참관인석에 앉아있었습니다. 울산 동구는 4명의 국회의원 후보가 나왔지만 참관인으로는 새누리당에서 보낸분과 무소속 후보인 김종훈 후보쪽 이렇게 두 사람이 참관인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투표소 풍경은 이랬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접수받는곳이 있었습니다. 신분증을 보여주면 번호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번호를 가지고 투표 용지를 받으러 가면 투표 용지 배포하는 분이 투표 용지를 두 장을 줍니다. 투표 용지를 가지고 기표박스에 가서 기표를 하고 투표함에 넣으면 투표가 끝납니다. 투표함 앞에 앉아 투표함을 지키는 분도 계셨습니다. 참관인은 다른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냥 투표소로 오는 분들 지켜보고 투표하는 풍경을 바라보는게 전부였습니다.

비가 오니 우산을 쓰고 투표장으로 왔습니다. 어떤 유권자는 어린 자녀를 대리고 와서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기표하는 걸 알려주려 했으나 선관위 직원이 못하게 해서 아쉬워하며 혼자 기표소 박스에 들어가 기표를 하는 모습, 나이 많으신 어르신 유권자도 오셔서 투표할 권리를 행사하시니 선관위 직원이 친절하게 투표 과정을 안내해 드리는 모습, 어떤 유권자는 기표후 황당해하며 투표 용지를 다시 달라고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 유권자는 정당과 후보자를 바꿔 찍었다며 투표 용지를 다시 달라고 했으나 선관위에서 그럴 수 없다고 하자 못 내 아쉬워하며 투표소를 나섰습니다. 오후 늦게는 현대중공업 정규직, 비정규직 종업원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투표소로 와서 주권을 행사 하기도 했었습니다.

간판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친구. 늘 고맙게도 조언해주는 좋은 벗.
▲ 이 친구가 참관인 추천 간판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친구. 늘 고맙게도 조언해주는 좋은 벗.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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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선거 열기가 높았던 거 같았습니다. 오후 6시 마칠 때까지 쉼없이 유권자들이 줄지어 왔습니다. 오후 6시가 되니 투표는 종료되었습니다. 1분 늦게 온 유권자는 투표를 못하고 안타까워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후 여러분의 유권자가 오셨지만 모두 허탈하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참관인은 투표가 종료되니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투표함을 정리하고 봉인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시킨 뒤 봉인딱지 위에 서명을 하게 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와 새누리당, 무소속 참관인이 모두 서명을 마치자 비닐을 뒤집어 씌우고 참관인이 투표함을 들고 이동 차량에 싣게 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알수 없으나 많이 서둘렀습니다. 대기중이던 경찰과 함께 투표함이 실린 차량에 타고 개표소로 이동했습니다. 개표소에 도착해서도 참관인 보고 투표함을 들고 들어가게 했습니다. 개표소 입구에서 다시 확인을 하였습니다. 너무 서두른 탓에 우리 투표함에는 다른 곳 투표함엔 붙어있는 게 붙어 있지 않은 게 발견되었습니다.

참관인에 이해를 구했습니다. 투표소 장소 딱지를 미쳐 붙이지 않고 가지고 왔던 것이었습니다. 급한 대로 빈난에다 매직펜으로 투표 장소를 쓰고 참관인에게 확인시켰습니다. 개표소 선관위 직원들이 찬성하자 투표함은 개표소 안으로 이동되었고 투표 참관인은 개표소 안으로 들어가는게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참관인의 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참관인 일정을 마치니 선관위에서 봉투를 2개 주었습니다. 하나는 참관인 했다는 수고비이고 하나는 투표함 이동에 동참한 수고비 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봉투를 열어보니 4만원과 2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참관인 일을 마치고 곧바로 6번 후보 사무실로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주어 먹고는 개표방송을 지켜보았습니다.

후보 한 사람의 힘으로 선거가 치루어 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김종훈 후보는 노동계 후보로 추대되었습니다. 민주노총 지지후보에 이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지지후보로도 추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녁 8시가 넘자 개표상황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6번 후보가 앞서고 있었습니다.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자기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밤 10시쯤 되니 당락 윤곽이 나타났습니다. 6번 후보가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앞선 것으로 나와 그런 지 방송사에서, 언론사에서 수많은 기자분들이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무소속으로 기호 6번으로 출마한 김종훈 후보가 20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되었습니다.
▲ 20대 국회의원 울산 동구지역 당선자 무소속으로 기호 6번으로 출마한 김종훈 후보가 20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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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울산 동구지역엔 4인의 후보가 나와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기호 1번인 안효대 후보와 기호 6번 김종훈 후보의 치열한 선거운동으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새누리당 후보 쪽은 선거운동 마지막날에 김무성 대표까지 내려와 지원활동을 펼쳤습니다. 또한, 정몽준 전 의원의 부인 되는 사람도 내려와 지원활동을 했었습니다. 개표 결과는 새누리당 후보의 참패로 끝났습니다. 김종훈 후보가 투표율 대비 58.5%의 지지를 얻어 33.2%를 얻은 새누리당 안효대 후보를 25.3% 격차로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입니다. 이는 북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노동계 지지후보로 추대된 윤종오 후보가 59.5%로 40.5%를 얻은 윤두환 후보를 19% 차이로 제치고 당당히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 창업자인 고 정주영씨가 정치조직 통일국민당을 만들면서 그의 아들인 정몽준씨가 1988년 입당과 동시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 바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렇게 13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울산 동구는 재벌정치가 시작되었었습니다. 정씨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울산 동구를 떠났습니다. 떠나면서 정몽준 의원 사무장을 맡아 하던 안효대에게 동구를 넘겨주었습니다. 정몽준씨는 서울 동작구을에 출마하여 18대,19대 국회의원을 했고 안효대씨는 울산 동구에 출마하여 당선, 국회의원을 했습니다. 그렇게 울산 동구에선 구청장은 노동계 추대로 된 후보가 당선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국회의원 자리는 28년 동안 한차례도 당선된 사례가 없었습니다.

저는 직장 다니느라 6번 후보 선거운동은 해주지 못했습니다. 마음으로 지지할 뿐이었습니다. 저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기에 김종훈 당선자가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현실에 관심좀 가져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행히도 김종훈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지금 700일 가까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찾아가 의견을 들었다고 합니다. 당선인으로서 좋은 행보로 보입니다. 동구 김종훈 당선인과 북구 윤종오 당선인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울산 동구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후보마다 몇차례 현수막을 바꿔 달았습니다. 저는 간판업 하는 친구따라 기호 6번 김종훈 후보쪽 현수막 바꿔다는 작업을 도와주었습니다.
▲ 현수막 선거 울산 동구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후보마다 몇차례 현수막을 바꿔 달았습니다. 저는 간판업 하는 친구따라 기호 6번 김종훈 후보쪽 현수막 바꿔다는 작업을 도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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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 #참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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