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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트위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트위터.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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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잃은 지 2년입니다. 그 소중한 생명들이 가지고 있던 꿈과 희망 잊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이번에 투표를 했겠지요. 대신 국민들께서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투표로 말씀해주셨습니다.

희생자와 가족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야말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하고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따뜻한 정치의 시작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전 대표가 16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적은 글이다. 그는 살아있었다면 첫 투표를 했을 단원고 희생자들을 잊지 않았다. "4.13 총선 이후엔 세월호 참사 2주기다"라며 4.13 총선에서 투표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했던 야당 지지층의 민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누구도 "잊지 않을게"라는 다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갈라지는 것은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느냐다. 문재인 전 대표는 16일 세월호 2주기 추모식에 불참했다. 선친의 기제사로 인해 부산행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이미 추모미사에 참석하고 분향소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찾아 부인과 함께 추모 리본을 달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찾아 부인과 함께 추모 리본을 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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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16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 유가족들을 만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비공식 일정으로 팽목항을 방문한 박 시장은 최근 오드리 헵번의 가족들이 제안해 조성된 '세월호 기억의 숲'도 방문했다고 한다. 박 시장이 세월호 관련 현장을 찾은 건 오늘로 4번째라고 한다.

구구절절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16일 행보를 열거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짐작하셨다시피, 세월호 2주기 행사에 "정치적 공방"을 우려해 '당 차원에서는' 불참을 선언한 더민주 지도부와 김종인 대표의 '정무적 판단'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은 뭐가 두려워서 세월호 2주기를 외면하려 하는가.

"왜 참석을 거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세월호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세월호 진실을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재확인. 참사 자체도 사변이었고 참사 이후 정권대응도 비인간적으로 무자비했지요. 더민주 지도부의 추모식 불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16일 오전 신경민  더민주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개별 의원들의 행사 참석을 용인했다는 더민주 지도부의 '불참'에 그 개별 의원들도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김용익 의원 역시 이런 글을 적었다.

"왜 참석을 거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당의 대표면 대표로서 행동을 해야지 왜 개인행동을 하시나?" 

명백히 하루 전인 15일 '불참'을 공식화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15일 저녁,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의 '불참' 소식은 "정치적 공방"이란 헤드카피와 함께 언론을 뒤덮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소식인 셈이다. 

그렇게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에게 표를 준 유권자 중 "하나를 보면 열은 안다"는 속담을 떠올렸던 이가 적지 않았을 터다. '필리버스터 정국'의 적극적인 지지층이 다수였던 트위터 민심도 흉흉하긴 마찬가지다. 

"전 대통령 묘소랑 현충원은 그렇게 잘 가고 선거철에는 구석구석 들쑤시고 다니더니만 304명의 국민이 희생된 참사를 추모하는 자리는 '정치적'이라며 가지 않겠다 선을 긋는다니. 끔찍하다." (@na*******)

"세월호 추모식에 대통령은 안 가도, 야당 대표는 가야 한다. 세월호에 관심 없고 껄끄러워하는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서 '대통령도 오셨음 좋았을 것 같다'라고 한 마디하는게 야당 대표의 역할 아님? 김종인은 자기 역할을 망각하고 있음." (@um*****)

"대통령, 김종인, 안철수 ... 적어도 오늘 이 세 사람은 한 마음이었을 거라 본다. 세월호를 어느날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사라진 비극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수싸움의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들." (@et****)

김종인 대표, 박해진 배우에게 배우시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케이블TV방송대상> 레드카펫에서 인사를 하는 배우 박해진이 차고 있는 세월호 팔찌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케이블TV방송대상> 레드카펫에서 인사를 하는 배우 박해진이 차고 있는 세월호 팔찌가 눈길을 끌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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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는지 16일 김종인 대표는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페이스북은 정세균 의원실에서 제공한 방문 사진과 함께 "당 차원에서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개인 자격으로는 참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야당은 세월호 문제를 "정치적 공방"이나 진보·보수 갈등으로 만들려고 하는 세력들에게 철퇴를 가하는 '선명 야당'이다. 이번 4.13 총선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박근혜 심판'의 구체적인 내용 안에는 바로 이 세월호 문제 해결이 당연히 포함된 것이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당 차원의 불참"이라니. 사실 "정치적 공방"이 김종인 대표나 더민주 지도부의 정확한 발언이 아니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정확한 워딩의 출처는 더더욱 중요치 않다.

4.13 총선 결과의 분석이 이어지면서,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고 더민주를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 준 유권자 층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김종인 대표가 그리도 부르짖던 '중도층'보다 기존 지지층을 포함해 2030 청년층의 투표 참여와 적극적 지지층의 결속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인과 더민주 지도부가 어이없는 호남 공천으로, 비례대표 파동으로, '이해찬 정청래' 컷오프로 날려 버린 '호남표'에 대한 분석도 이미 나온 상태다.

다시, 그럼에도, 세월호 행사 불참이라니. 도대체 김종인 대표를 위시한 현 더민주 지도부가 지향하는 정치는 어디를 보고 있는가.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에 원내 제4당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물론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까지 참석했다. '야당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김종인 대표는 두 야당의 이러한 행보가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 줄지 자각하고 자성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해결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기본 전제요, 선결 과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시하고, 새누리당이 침묵하는 특별법 개정에 나서는 게 전부가 아니다. 세월호 문제에 있어 지금까지와 달리 적극적이고 선명한 자세로 임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4.13 총선을 통해 입증된 민심의 요구다. 그러니 제발, 보수언론을 의식하는 정치, '자기 검열'에 빠진 판단, '운동권 알레르기'와 같은 '보수적인 자세'는 버리길 바란다.

세월호 2주기에 앞서,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유정선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이 한 중국의 톱스타에게 '세월호 팔찌'를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의 응원을 받은 바 있다.

박해진은 지난 2년 간 세월호 팔찌를 공식석상에서까지 차고 다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김종인 대표가 부디 이 배우 박해진의 훈훈한 '마음'이라도 보고 배우시기를. 그래야만 이번 추모 행사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안철수나, 김종인이나 스승과 제자 맞구나"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게 되지 않을까.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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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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