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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전시당은 지난 6일 중앙당 땀돌이 유세단과 함께 총력 유세를 펼쳤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지난 6일 중앙당 땀돌이 유세단과 함께 총력 유세를 펼쳤다.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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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이 났다. 결과는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한 문장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방송이나 각종 언론에서 새누리당의 참패 이후 예상되는 내분과 혼란 수습을 이야기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 자리 차지, 국민의당의 약진을 각종 지표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선거 전에도 언론의 주요 이슈는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이 만들어내는 뉴스였고, 선거 이후에도 여야의 승패를 떠나 주요 이슈는 기호 1, 2, 3번 정당의 소식이 지면과 메인페이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내정당임에도 언론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힘겹게 선거를 치른 정당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2석, 비례대표 4석을 획득한 기호 4번 정의당이다. 

선거 전이나 선거 이후에도 정의당의 모습은 항상 단신 기사로 짧게 언급됐다. 공중파와 종편의 그 많은 정치평론가들과 정치 기자들의 말에서도 정의당에 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1당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195쪽의 총선 공약집을 발표할 때 정의당은 1076쪽의 방대한 총선 공약집을 발표했고, 경향신문과 경실련이 실시한 총선 공약 검증에서 4개당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으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매번 반복되는 정책선거의 실종

특히 가장 적극적인 복지정책이라고 하는 일자리 공약에서 정의당은 '국민월급 300만 원'이라는 핵심공약을 내세웠다. 일자리 공약에 대해서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각 정당의 일자리 공약에 대한 분석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이 글에서 새누리당의 일자리 공약은 너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새누리당보다 구체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이며 국민의당은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하게 몇 개의 공약을 내세우는 데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정의당의 일자리 공약은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정의당은 2020년까지 노동자 평균임금 3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국민월급 300만 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저임금 개선과 임금격차 축소를 목표로 '정액 70만 원 인상'을 내세웠고(2015년 월 230만 원 → 2020년 월 300만 원), 국민 월급 300만 원 실현을 위한 15대 정책과제에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공약을 망라하고 있다. 이는 사회정책 목표를 정량적 평가가 가능한 수치로 제시한 점에서, 그리고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인 임금정책을 '국민 월급 300만 원, 정액 인상 70만 원'으로 제시한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각 정당의 일자리 공약 비교
▲ 각 당의 일자리공약 비교 각 정당의 일자리 공약 비교
ⓒ 국기미래연구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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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듯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일자리 문제와 그에 관한 정책에 대해 다루는 언론은 보기가 어려웠다. 선거 때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정책선거 실종'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쏟아낸다.

정책선거 실종을 안타까워하는 그 언론들은 주요 정당의 '정책'을 비교하는 기사나 정책토론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않는다. 토론 프로그램을 방송해도 정책에 관한 논쟁은 없고 오로지 거대 정당끼리 상대 정당의 행태를 비난하는 모습만 방송된다.

조용한 공천이라서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러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출구조사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정의당, 출구조사 시청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출구조사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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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중에 있었던 각 정당의 공천 과정을 보자. 새누리당은 친박이니 진박이니 비박을 외치며 공천의 최우선 기준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임을 공공연하게 밝히며 이번 총선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한 공천심사위원회가 선정한 공천 명단을 김무성 대표가 추인하지 않는 옥새 투쟁으로 주요 지역에서 무공천 사태가 발생하는 등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들어서면서 친노 패권 청산을 외치며 주요 인사들이 당원의 의사와는 거리가 먼 공천권을 행사하고, 비례대표 순위 선정 과정에서도 잡음을 보였다. 국민의당도 공천에 탈락한 후보가 도끼를 들고 시위를 하고 공천관리위원들이 셀프 공천을 하는 등 거대 양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정의당의 공천 과정은 어떠한 잡음도 없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되었다. 당원 2만2147명을 상대로 온라인·현장투표·ARS·자동응답 문자투표를 진행해 비례대표 경선을 마쳤다.

정의당은 4년 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 부정 경선 사건의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이번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현장투표 운영을 위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용하고 차분한 비례대표 경선을 주목하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현행 소선거구 제도에 따른 소수 정당의 근본적인 문제

현행 소선거구제는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당선자의 표는 유효하지만 이외의 표는 모두 사표가 되어 버린다. 전체 의석 300석에서 비례대표가 47명에 불과하므로 지역구에서 사표로 발생한 정당의 지지율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또한 정당의 입장에서 득표율과 의석수 간에 불비례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한 의석을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한 의석을 차지했다.

이러한 승자독식과 지역주의 고착화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작년 중앙선관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이 강하게 거부하면서 논의는 중단되었다. 정의당은 작년부터 줄기차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라고 거대 양당에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현행 비례대표 의석이라도 유지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이 54석에서 47석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에서 7.2%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정의당에게 7%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은 행사해야 한다고 하며 지지했지만 총 의석수 300석 가운데 2%인 6석의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국민의당보다 정당 득표율이 낮은 25.5%를 기록했으나 총 123석을 얻으며 41%의 의석을 얻었다.

정의당이 극복해야 할 길, 무관심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정당 의석수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정당 의석수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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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의 출현과 야권연대 무산이라는 악조건의 상황에서 지역구 2석과 비례대표 4석을 얻는 성과를 이루었다. 정의당은 이번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값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의당은 적대적 선거제도와 일여다야의 혹독한 선거 구도에서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은 합리적이고 끊임없이 혁신해온 우리당에 미래의 디딤돌을 놓아줬다"고 평가했다.

선거가 끝났다. 오늘도 각종 언론과 SNS상에서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이름이 번갈아 가며 오르내리고 있다. 정의당도 물론 정당 내부의 자리 잡은 계파 문제의 잔재와 민주노동당 당시의 국민적 지지를 회복해야 하는 확장성의 한계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두 명의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는 인물 부재의 문제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분리 과정에서의 잡음을 극복하고 원내 유일의 진보 정당이라는 기치를 내세워서 묵묵히 길을 가고 있다. 또한 단언컨대 현재 원내정당 가운데 당원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

정의당이 극복해야 할 최선의 과제는 앞서 제기한 여러 문제와 함께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얻는 일이다. 실현 가능한 차별화된 정책개발, 6명에 불과한 의석이지만 치열한 의정활동, 노유진의 정치카페와 같은 매체를 이용한 지속적인 홍보정책 등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해야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언론도 이러한 원내 소수정당에 대해 형평성에 기초한 관심을 갖고 보도를 해야 한다. 말로는 정책선거 실종이라고 비판하면서 언론 스스로 거대 양당의 당내 파벌싸움과 분열, 관심을 끌 만한 인물과 이슈 위주의 보도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태그:#정의당, #소선거구제, #정책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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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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