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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면서 휴가에 뭘할까 고민해본 적 있으시죠? 여행을 갈까, 쇼핑을 할까, 평소에 시간 내서 하기 힘든 병원 진료를 받을까, 맛있는 것을 준비해서 책이나 TV를 보며 쉴까, 고민하다가 이도 저도 말고 잠이나 푹 자겠다는 직장인들도 많으실 겁니다.

휴가란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휴식을 제공하고 재충전을 하여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가정과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법령으로 정의하고 있는 권리인데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합니다.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하죠.

그래서 입사 1년이 안된 근로자는 한 달 만근 시 다음 달에 유급휴가 1일이 생깁니다. 또 1년 만근을 했을 때 다음 해에는 15일간의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근무 경력이 매 3년 늘어날 때마다 유급 휴가가 1일씩 늘어나 최장 25일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용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죠. 만약 회사가 이것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저는 두 번의 이직을 거쳤기 때문에 지금 직장에서는 총 18일의 연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회사 규정이 별도로 정하는 특별 휴가로 연간 5일을 추가로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보건휴가라는 무급 휴가를 매월 1일씩 추가로 사용할 수 있기도 한데요. 회사의 분위기상 중간 관리자 이상이 되면 보건휴가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인 약속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2016년 1년 동안 저에게 허락된 휴가는 약 23일에 달합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한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휴가에 대해 크게 제재하는 편은 아닙니다(부서의 분위기, 상사의 성격에 따라 휴가가 자유롭지 않은 곳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가 문제인데요. 최근 1~2년간 백업 없이 거의 혼자 업무를 하고 있어서 휴가를 내는 일이 무척 불편해졌습니다. 빠져나간 인력이 채워지지 않아 홀로 업무를 하는 기간이 계속되고 있네요. 회사에서는 자꾸 인력을 줄이고 있거든요.

휴가는 법령이 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회사의 사정이나 각자의 사정에 따라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죠. 규모가 영세해 사장이 휴가를 허용하지 않거나, 365일 돌아가야 하는 생산라인의 근로자이거나, 자영업자의 경우 일반적인 근로자가 사용하는 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휴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일어납니다.

회사일보다 더 '빡센' 워킹맘의 휴가 일정

워킹맘에게 이런 휴가는... 없다.
 워킹맘에게 이런 휴가는... 없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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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휴가는 대개 회사에서의 하루보다 더 바쁩니다. 아이들이 기관에 들어간 뒤부터 휴가는 온전히 저만의 것, 휴식을 위한 것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늘 휴가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대개는 여름과 겨울에 일주일씩 있는 방학 때 휴가를 쓰고요. 상하반기 선생님과의 면담, 발표회나 전시회, 한 학기에 한 번쯤 있는 학부모 참여 행사 등에 휴가를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아프면 병원에 다녀오느라, 지난해의 경우 친정엄마의 수술로 휴가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워킹맘의 휴가는 이런 불가피한 사유로 대부분 소진되는데요. 최근 몇 년간, 온전히 어른을 위한 휴가 즉 여행을 가기 위해 사용한 휴가는 연간 하루밖에 없었습니다. 단 하루의 휴가와 주말을 이용해서 2박 3일간 제주도를 다녀온 것이 전부랍니다.

이렇듯 워킹맘의 휴가 대부분이 목적이 있는 휴가이다 보니 휴가를 내도 쉬는 시간을 가지기란 불가능합니다. 하다못해 아이들 방학 때 며칠간 연속으로 휴가를 내더라도 아이들과 온전히 쉬기보다 평소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거나 초대하여 같이 노는 것이 소원인 아이들을 위해 이벤트를 마련하기 바쁘더라고요.

오늘(4월 14일)은 그렇게 바쁜 워킹맘의 휴가날입니다. 휴가의 목적은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입니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의 단골 휴가 사유 일듯합니다. 회사에 가는 날과 똑같이 이른 아침에 눈을 뜹니다. 오늘 하려고 계획한 일을 모두 처리하려면 서둘러야 해요.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잠시 노트북을 켭니다.

1시간쯤 뒤 남편이 일어나면 식사 준비를 합니다. 맞벌이로 각자의 회사일이 바쁜 남편과 아침식사만큼은 늘 함께합니다. 남편과 식사하고 출근을 배웅한 뒤 살짝 커피 한잔을 하며 책을 펼치려고 하는 찰나 아이들이 깹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오전 6시 50분입니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도록 돕고,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이 닦습니다. 겨우 이런 일들로 아침 시간이 바쁜 것은 아이들이 밥을 빨리 먹지 못하기 때문일 거예요. 반드시 아침은 먹는다는 우리 집 분위기에 따라 '빨리빨리'를 외치며 겨우겨우 한 끼를 챙깁니다.

오전 8시 15분. 입학해서 처음으로 엄마와 손잡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들떠있습니다. 횡단보도마다 교통안전을 지도하는 친구 엄마들도 보고, 낯익은 친구들의 얼굴도 만납니다. 교문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늘의 일정은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간단히 집안일을 하고, 오전에는 책을 좀 읽다가 오후에 있을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에 참석한 다음, 다시 잠깐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난 뒤 아이들 학원을 연결해주고,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아침부터 허둥지둥

그러나 제가 휴가라는 것을 알아차린 집이 기지개를 켭니다. 개수대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겁니다. 철물점에 가서 수도꼭지를 사오고 관리사무소 아저씨와 수리를 부탁하는 시간 약속을 해서 고칩니다. 남편도 해줄 수 있는 일이지만 늦은 퇴근시각까지 기다릴 수 없고 개수대에는 벌써 식탁을 두 번 차린 설거지가 가득 쌓여있으니까요.

일주일에 두 번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통해 기본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은 해결을 하지만 그래도 집안일은 주부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아침에 돌린 세탁기에서 매트를 꺼내 널고 계절이 끝난 코트 등을 색깔별로 분류해 다시 돌립니다. 이제 겨우 오전 10시인데 남편의 기상과 함께 일을 시작한 세탁기는 벌써 세 번째 코스를 시작하는 셈이죠.

설거지와 청소를 하며 빨래가 다 되어 개켜있는 옷을 서랍에 넣다가 이제는 작아진 아이들의 옷들을 발견합니다. 분명히 지난 계절에는 소매나 바지단이 남아서 다음 계절까지 넉넉히 입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겨울이 지나고 옷을 입혀보니 '그 옷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짧아진 겁니다.

성별이 다른 쌍둥이 남매라서 옷을 같이 입을 수도 없고 두 녀석 다 또래에 비해 키가 큰 편이라 물려 입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랍에서 옷을 한 박스 덜어내고 새 옷을 사서 채워 넣어야 했는데, 올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정신을 쏙 빼서 3월 초에 아이들 옷 쇼핑하는 것을 잊고 넘어갔다는 걸 깨닫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아웃렛이 있는 것에 감사하며 서둘러 채비를 하고 나섭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남대문 시장에 가서 옷을 구입했는데, 집 앞 아웃렛도 남대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서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교환하기도 편리하더군요. 한 시간 반만에 장바구니는 1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여름옷은 상하의 세트 1만 원, 봄가을 옷은 상하의 세트 2만 원, 겨울옷은 상하의 세트 3만 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것들로 골라 담아도 두 녀석의 옷을 한꺼번에 사느라 늘 지출이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발도 커져서 신발도 구입해야 하는군요. 맙소사.

아침부터 서둘렀건만 훌쩍 지나간 시간. 마음이 바빠 신발은 나중에 구입하기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학부모 총회 룩'이라지만... 일단은 단정하게

학부모 총회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습니다. 며칠 전부터 맘 카페에서는 총회 룩(look)이라며 바바리나 봄 카디건을 입은 엄마들의 사진이 올라왔어요. 총회 룩까지는 아니지만 저도 단정하게 갈아입고 학교로 갔습니다. 층이 다른 쌍둥이 남매의 교실 두 개를 뜀박질하며 공개수업을 듣고, 담임선생님을 만나 학사 일정 설명을 듣고 나니 오후 3시를 훌쩍 넘겼네요.

아이들이 학원(수영)을 하러 가는 시각까지 한 시간이 좀 더 남았길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와 같이 학교 앞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학교 앞에는 적지 않은 수의 커피숍이 있었는데, 삼삼오오 모인 엄마들로 북적댑니다. 선생님이 상세히 설명해주지 못한 학교생활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듣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오후 4시 반. 아이들에게 학원에 갈 시간임을 알려주고 돌봄 교실에서 데리고 나옵니다.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는 차량에 아이들을 태워 보내고 저녁거리 준비를 위해 마트로 갔어요. 바빴던 오전 일정 때문에 점심은 바나나와 요구르트로 때우고 나왔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수영을 하고 돌아오면 아이들도 배가 고프겠다는 생각에 저녁 먹거리를 구입합니다. 아직은 저만을 위한 식사를 차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대부분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편입니다. 대신 밖에서는 혼자서도 잘 사 먹어요. 식당에 혼자 앉아 밥 먹는 것을 어색해하지는 않는데,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 먹는 것은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습니다.

평일에 휴가를 내는 날이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저녁 먹는 날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저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봅니다. 저녁 한 끼가 아니라 내일 하루 혹은 주말 먹거리까지 생각해서 장을 보게 되네요.

새벽 4시에 시작된 일정은 밤 10시나 돼야 끝나고

양손에 한 아름 장을 보고 들어왔더니 오후 6시. 벌써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차량 선생님의 귀가 전화에 아이들을 마중 나가고 텅 빈 놀이터를 보며 아이들은 집에 돌아옵니다. 제가 휴직해서 집에 있던 5세 때에는 그 시간에 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북적이며 놀던 기억이 났던 모양이에요. 아파트 입구가 놀이터와 붙어있는 덕분에 놀이터에 아이들이 있으면 지나치지 못하고 놀아야 합니다. 비어있는 놀이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조금 쓸쓸하게 여겨지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제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오늘의 공부 (한글 1장, 수학 1장 학습)를 해놓으라고 시킵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집에 돌아와서 30분 정도 TV를 봤는데, 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저녁 TV 시청 시간이 사라졌어요. 공부를 다 해놓고도 식사 준비가 다 안 됐을 때 TV 시청이 가능하도록 우리 집 규칙을 정했습니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을 때에 맞춰 공부를 끝낸 아이들.

빨리 밥을 먹으면 TV 프로그램 한 개를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더니 평소 30분도 넘게 걸리는 밥 먹기를 15분 만에 후다닥 해치웁니다. 아이들이 TV를 보도록 하는 것은 설거지 시간 확보를 위한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알림장 점검, 잠자리 준비, 간단한 청소 등을 하고 나니 설거지는 개수대에 그대로 있고 짧은 TV 시청을 마친 아이들은 엄마와 놀기를 희망합니다. 너희들끼리 책을 보거나 사이좋게 놀라고 엄마의 희망사항을 말하며 엄포를 내고 저는 후다닥 샤워를 합니다. 그나마 오늘 다녀온 학원이 수영이라 아이들을 씻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제가 받은 보너스랄까요.

시곗바늘은 오후 9시를 가리킵니다. 쌍둥이 남매가 각자 한 권씩 골라온 동화책을 읽어준 뒤 9시 30분에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게 합니다. 오랜만에 저녁시간에 집에 있는 엄마 덕분에 기분이 한껏 들떠서 조잘거리는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얼른 자라고 협박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몇 가지 집안일을 더 하거나, 책을 읽으며 인터넷 서핑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같이 잠자리에 누운 시각은 10시.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하기로 마음먹은 설거지는 아이들보다 먼저 잠에 빠져드느라 내일 아침으로 미뤄집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인 탓인지 양쪽 어깨의 뻐근함이 잠을 자면서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시작된 숨 가쁜 하루는 밤 10시에 마무리되네요. 이렇게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일 출근할 회사가 있다는 것이 가끔은 고맙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간단히 집안일을 마친 뒤 책을 읽으며 커피를 한잔 마시겠다는 것은 '엄마' 사람이 가진 우아한 소망일 뿐입니다. 집안일은 간단하지도 않았고, 아이들의 일상을 챙기는 일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빴습니다.

이렇게 워킹맘의 휴가는 출근하는 날보다 더 바쁘지만 나름 기분전환이자 '엄마'사람으로서 재충전의 시간이 됩니다.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일을 함으로써 저와 가족이 좀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다음날 기꺼이 '직장인'의 자리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70점엄마, #워킹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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