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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 보장되는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오면서 가장 걱정한 것은 나의 개인주의적 성향이었다.
 익명이 보장되는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오면서 가장 걱정한 것은 나의 개인주의적 성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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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을 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거기다 지역사회는 얼마나 더 좁은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시골로 내려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나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었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 다니며 뛰어 노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성향은 점점 개인주의로 바뀌었다.

서른 살 초중반까지도 주말이면 지인들의 결혼식과 아기 돌잔치 등 각종 대소사를 찾아 다니느라 쉴틈이 없었다. 하지만 혼자서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달콤한 휴식이 필요했던 탓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삶에 회의가 들었다. 대소사에 참여 하는 대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의 곳곳을 누볐다. 지인들의 대소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 그것도 마음이 내킬 때만 참석했다.

개인주의자들의 천국, 서울

그래서일까. 인간 관계도 옥석이 가려지며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되어 버린 나에게 서울은 오히려 천국 같은 곳이기도 했다. 나의 삶의 방식에 누구 하나 제동을 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을 걸어 잠근 이웃은 내가 무엇을 하며 사는 누구인지 심지어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웃집의 숟가락 수까지 알고 지내던 '깡촌'에서 태어난 나에게 오히려 도시의 삶은 삭막함보다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내 자신의 삶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오자마자 나의 그런 일상은 깨지고 있다. 한동안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 화제가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은 일상에서 흔하게 경험할 수 있다. 시골에서는 굳이 여섯 단계까지가지 않고도 한다리만 건너도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옆집에 아내의 동창이 산다

얼마 전 아내는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중학교 동창 00이가 여기 산다고? 정말이야?"하며 대화를 이어 갔다.

내용은 이랬다. 아내의 중학교 남자 동창 친구가 옆동도 아니고 바로 옆집에 산다는 것이다. 시골이긴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3개 단지 총 20여 개의 동이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아무리 지방이라고 해도 바로 옆집에 친구가 살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집에 아내의 동창이 산다. 세상 참 좁고 지역사회는 더 좁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골로 이사를 와서도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거나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개인주의자니까, 아니 그랬었으니까. 덕분에 이사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이웃에 아내의 동창이 산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아내는 이미 옆집에 과일을 사들고 가서 친구 부부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모양이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만 아니라면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울처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집을 잠만자고 빠져 나오는 숙소처럼 사용할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태그:#지역사회 , #홍성 , #여섯 단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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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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