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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원유철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동선대위원장 긴급회의를 열고 "공천과정에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며 점심 식사로 '화합의 비빔밥'을 함께 먹고 있다.
▲ 새누리 지도부의 점심 메뉴는 '화합의 비빔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원유철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동선대위원장 긴급회의를 열고 "공천과정에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며 점심 식사로 '화합의 비빔밥'을 함께 먹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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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화합하겠다는 뜻으로 비빔밥 맛있게 먹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비빔밥을 열심히 비비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수저를 들자 '촤라락'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도 동시에 터졌다. 곁에 있던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은 물론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과 이군현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도 김 대표를 따라 밥 비비기에 열중했다.

7일 점심 시간인 낮 12시께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긴급 선거대책위원회의 '화합의 비빔밥' 행사 모습이다.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친박-비박' 계파 갈등의 부끄러움을 반성하고, 화합된 모습으로 투표를 호소하자는 의미로 진행한 퍼포먼스다.

사실 새누리당의 '화합의 비빔밥'은 이번에만 요리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당이 사분오열할 때마다 등장한 특별 메뉴가 바로 이 비빔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맛본 '화합의 비빔밥'

"비빔밥은 나물이랑 고추장, 참기름, 밥 네 가지가 잘 비벼져야 합니다."

2007년 8월 10일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이명박 등 경선 후보자들에게 비빔밥 회동을 권했다. 대선 주자 자리를 놓고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당이 극심하게 나뉘자 당 대표가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공교롭게도 이 회동은 비빔밥의 고장인 전주에서 열렸다.

회동의 결말은 아름답지 못했다. 여론 조사 질문 방식등의 이견 차로 두 진영 간 감정이 이미 극도로 상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후보 간 갈등은 회동 후 연설 자리로 이어졌고, 화합 대신 날선 공방만 난무했다(관련 기사 : "옆에 앉을까요?"-"그냥 거기 앉으세요").

정책 이견을 좁혀야 할 때도 비빔밥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2010년 3월께 세종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을 때다. 협의체 구성은 '비빔밥'이었다. 친이계(이병석, 최병국)-친박계(이경재, 서병수)-중립(권영세,원희룡) 등 각기 다른 성향의 의원들이 협의 과정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협의체 첫 회의 후 회식 자리에서 나온 음식도 비빔밥이었다.

협의체의 화합과 수정안 도출을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메뉴 선정이었다. 하지만 이 협의체도 각기 다른 세 주장을 합한 '밥-나물-고추장 따로'의 보고서만 내놓은 채 해체됐다(관련 기사 : 한나라당 '세종시 중진협의체' 구성 완료).

화합을 위해 꺼낸 비빔밥이 대놓고 외면당한 적도 있었다. 2010년 8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당 지도부와 신임 당직자를 한 테이블에 부른 오찬 자리에서였다. 신임 당직 인선에 반대한 홍준표 최고위원 등 다수 최고위원들이 이 화합의 오찬에 불참했다. 유일하게 참석한 나경원 최고위원이 건배사에서 "친이, 친박 쓰지 말고 대표 중심으로 잘 뭉쳤으면 좋겠다"고 외쳤지만, 불참자가 많다는 사실 자체로 오히려 당내 갈등만 확인했다(관련 기사 : '화합' 빠진 한나라당 '화합의 비빔밥' 행사).

최근엔 원유철 원내대표가 신임 인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비빔밥을 내놓았다. 쫓겨나다시피 당직을 물러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자리를 이어 받은 원 원내대표. 그의 지난해 7월 신임사 발표 당시 핵심 멘트는 "제가 비빔밥을 잘 합니다"였다. 유 의원의 사퇴로 당내 '친박-비박' 계파 갈등이 뜨거워지자, 비빔밥을 꺼내든 것이다.

당시 원 원내대표는 "화합의 비빔밥을 잘 만들어 당 의원님과 함께 나눠 먹겠다"고 다짐했다. 원 원내대표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당내 '친박-비박' 갈등은 해를 넘어 20대 총선까지 이어져 아직도 봉합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비빔밥은 화합의 상징이 아닌 화합실패의 징크스가 될 지경이다.

비빔밥의 핵심 재료 '분열'과 '위기'

새누리당이 비빔밥을 꺼낼 때마다 등장했던 조미료는 당의 위기였다. 7일 김무성 대표도 비빔밥을 먹기 전 새누리당이 총선 정국에 직면한 위기를 열거했다.

그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국민 눈밖에 나는 잘못을 하고, (이 때문에) 평생 저희 당을 응원하신 국민께서 정치 환멸을 느끼고 투표할 마음이 사라지셨다고 한다"면서 "새누리당이 일대 위기를 맞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정을 선도할 집권 여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누굴 믿고 사느냐고 항의하는 말씀을 들었을 때 너무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했다"며 다시 한 번 분열을 멈출 것을 강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당 자체 판세 분석과 각 여론조사를 보면 여소야대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상황으로 드러난다"며 위기 상황을 알렸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 정치 혐오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고 특히 지지층들에게 투표를 포기할 만큼 큰 실망을 안겨 드렸기 때문"이라며 화합의 필요성을 주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분열로 빚은 위기를 화합으로 풀자는 전형적인 '비빔밥 공식'이 적용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비빔밥이 '화합'으로 잘 비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비빔밥이 화합의 상징으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지금껏 보아온 대로 '밥만 비비고 화합은 못하는' 실패의 징크스가 될지는 이번 총선 성적표에 달려 있다.


태그:#새누리당,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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