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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부산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강서갑에 나붙은 선거현수막.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에 선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20대 총선 부산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강서갑에 나붙은 선거현수막.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에 선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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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새누리당 후보는 바짝 엎드려 있었다. 반성한다고 했다. 대신 혼내신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한 표가 절실한 총선이라지만 그의 호소는 더 절절한 듯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박 후보의 선거현수막엔 "반성합니다! 혼 내신만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본래 현수막엔 이번에 당선돼 중진으로 지역구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3선의 힘'이란 문구가 들어갔지만 지난 5일 일제히 교체했다. 이 현수막 하나로 부산 지역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북·강서갑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부산 유세에서 처음 찾은 곳도 바로 북·강서갑이었다.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하러 제주도로 갔다가 곧바로 부산을 찾은 것이었다. 간간이 뿌리는 봄비를 맞으며 구포시장의 인파를 향해 김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후에 제주도 유세 좀 하려 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박민식 의원이 다 죽어간다 해서 살리러 왔습니다 여러분. 그런데 북구 주민들 왜 이럽니까? 박민식이 뭐 잘못했다고 이렇게 혼을 내십니까? 여론조사가 잘못됐죠?"

김 대표 말 마따나 당 대표가 서둘러 와야 할 만큼 새누리당으로서는 껄끄러운 여론조사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6일 SBS가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에서는 참여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5.6%의 지지를 얻어, 41.1%인 박 후보와 접전을 펼쳤다.

7일 <국제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40.5%)가 전 후보(39.8%)를 앞섰지만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초박빙이었다. 앞선 대부분의 조사에서 역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며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일 박 후보가 '3선의 힘' 현수막을 '반성합니다!'로 바꾼 건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위해 여당을"-"경제 책임 여당에 물어야"

6일 오전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한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가 덕천동의 한 골목길에서 유권자의 손을 잡고 있다.
 6일 오전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한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가 덕천동의 한 골목길에서 유권자의 손을 잡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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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인 여론은 주민들을 만나 봐도 쉽게 감지된다. 지난 6일 덕천동의 주택가에서 만난 조규섭(73)씨는 "박근혜 정부가 사업을 해나가려면 여당을 밀어줘야지"라며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박 후보가 지역구 활동도 잘했다"면서 "지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종호(34)씨의 말은 달랐다. 이씨는 "주변을 보면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여론이 더 많은 것 같다"면서 "경제는 더 살기 힘들어지는데 그 책임을 야당보다는 여당에 물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그의 선택은 전재수라고 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를 향한 표심에서 세대 차는 뚜렷한 편이다. <매일경제>와 MBN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3%p)에서 전 후보는 20대에서부터 40대까지 청·장년층의 지지도에서 박 후보를 20%P 안팎으로 앞섰다. 

50대 이상은 박 후보를 향한 지지가 두터웠다. 특히 같은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은 59.5%가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은 던졌을 때 전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노년층은 24%에 그쳤다.

3번째 맞대결, 이번에 웃을 사람은?

6일 오전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거유세차로 부산 북구 구포동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6일 오전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거유세차로 부산 북구 구포동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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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와 전 후보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두 번의 맞대결이 있었다. 모두 박 후보가 웃었다. 첫 번째 대결이었던 18대 총선에서 박 후보는 전 후보를 18.8%P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두 번째인 19대 총선에서도 승자는 박 후보였다. 하지만 둘 사이의 격차는 4.8%P로 부쩍 좁혀져 있었다.

세 번째 대결이 된 20대 총선에서는 누가 웃게 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이는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과도 관련 있다. 앞서 전한 MBN과 <매일경제>의 여론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더민주 지지자라고 답한 조사대상 중 93%는 전 후보를 지지했다. 더민주 지지자 중 여당인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답변은 4.1%였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조사대상 중 81.4%만 박 후보를 지지했다. 11.3%는 전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앞서는데 그 정당 지지율이 오롯이 박 후보에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북·강서갑 여론조사의 특징이다.

이를 아는 박 후보는 돌아서고 있는 표심을 부여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 후보는 한눈에 보아도 핼쑥해 보일 정도로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선거 운동 시작 이후 체중 5kg이 빠졌다. 이에 질세라 전 후보는 하루 10시간을 걷던 동네 선거 운동을 14시간 이상으로 늘렸다. 양측은 남은 기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각오다. 이제 그 운명을 결정 짓을 날은 6일 밖에 남지 않았다.

기사에 언급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태그:#총선, #박민식, #전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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