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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그만큼 잘하는 사람도 드물어. 경조사에 꼭꼭 찾아다니지. 상갓집에 조화라도 꼭 보내. 선거 앞두고는 아예 지역구에서 눌러사는 것 같아."

친구, 봄이다. 작년 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말씨름만 한 것 같다. 너는 고향 소식이라고 이 말을 전했고, 나는 그런 인물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반론을 폈지. 그 사람 고향에서는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지만, 19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대기업 부자 상속세 감세를 주장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 선 전력은 충분한 결격 사유가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어. 유권자 대부분이 경조사 잘 챙기는 후보에게 표를 준다는 너의 주장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나의 반론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네.

선거란 유권자에게 무엇일까?

 한 유권자가 1일 서교동 인근에 붙은 20대 총선 서울 마포을 지역구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를 지켜보고 있다.
 한 유권자가 1일 서교동 인근에 붙은 20대 총선 서울 마포을 지역구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를 지켜보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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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불과 일주일 남았네. 우리 논쟁의 중심이 됐던 사람은 공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논쟁이 무의미해져 버렸지만, 각 당의 꼴불견인 공천 과정과 선거 운동을 보면서 과연 선거란 우리 같은 민초들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네. 선거가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가 흥밋거리지만, 일찌감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표정관리를 하는 소위 '대어'들도 적지 않네. 허나 이들이 국회의원 자격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 지역구에서는 누구도 쉽게 대항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지난 이력을 보면 눈살찌푸려지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지.

이 간극이 어디서 올까? 유권자 경조사 잘 찾아다니고, 다른 곳보다 예산 많이 따낸 사람이라고, 대학이나 병원 유치할 힘 있는 사람이라고 지지하고 찍어줬던 사람이 국회에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막말하고 국정교과서 채택에 앞장서고 재벌 경제, 부자 경제만 옹호한다면. 그래서 국회의원이 아니라 나라를 망치는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비난을 듣는다면, 과연 그 잘못은 본인과 소속정당에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유권자는 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친구.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자신을 뽑아준 선거구민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하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 법에 규정한 국회의원의 지위라고 오래 전 학교에서 배웠지. 이 배움대로라면 국회의원은 지역이나 정당보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할 사람이겠지. 그러나 이런 국회의원이 얼마나 될까?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해 권력과 편법을 동원하고, 국익보다는 당과 권력자의 의지를 중시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지.

이번 선거에 자괴감이 드는 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하겠습니다' 라는 공약보다 당과 정권, 지역을 위한 공약을 우선한다는 것이지. '전직 경제 수장이었으니까 예산 확보에 자신 있다' '대통령이 우리 지역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아느냐' 참. 어처구니없는 망발이지. 전관예우를 이용한 국고 편취와 무엇이 다른가?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행위도 대통령의 권위에 호소해 표를 얻어 보겠다는 비열한 선거 운동이지.

국회의원, 예산브로커가 아니다

 30일 오후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주민센터에서 설치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체험장에서 주민센터 관계자가 유권자 투표지를 기계에서 출력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오후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주민센터에서 설치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체험장에서 주민센터 관계자가 유권자 투표지를 기계에서 출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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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권자는 오히려 환호하지. 경제 장관 했으니까 우리 지역 예산 많이 따오겠지. 의대를 유치하려면 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해. 이런 유권자의 의식이 지역이기주의, 권력 지향의 국회의원을 많이도 만들었지.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를 낸다면, 민주주의 발전의 걸림돌이자 역자의 퇴보가 아닐까.

다들 살기 힘들다고 난리다. 우리 같은 50대 초반은 직장에서 밀려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고, 장사하는 친구들은 사는 게 아니라 버틴다고도 하고. 젊은이들은 취직 안 된다고 쩔쩔 매고, 비오는 저녁 우의도 없이 폐지를 모으는 노인들은 또 어떤가. '온 가족이 번개탄을 피우고'로 시작하는 뉴스도 자주 소개된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떠나고 싶다고. 이 나라 뜨고 싶다고. 그러나 그렇게 푸념하는 친구들 대부분은 이 나라를 떠날 여력도 없지.

문제는 정치라는 생각이 들어. 경조사만 찾아다니는 무능력자. 지역 예산 확보를 공약한 사람이 모인 국회. 우리 같은 민초들이 살기 힘들어 지는 건 우연이 아니라 당연하고 필연이야. 왜냐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할 대표자를 뽑아야 할 국회의원 투표권을 가지고 조문 올 사람, 지역 예산 챙겨올 사람, 국회에서 큰소리 칠 사람을 뽑아왔기 때문이지.

장차관을 지내면서, 재벌을 옹호하고 담뱃세 인상으로 민초들의 호주머니를 털던 사람을 선택하고 앞으로 4년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미신보다 못한 맹신이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퍼붓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선택하고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선 세력들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친일 청산, 교육 민주화를 외치는 건 몰염치한 일이지.

한 표가 어떤 4년을 만들지 내다볼 안목 필요해

친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을 보면서 바둑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 정답이 아니라 최선의 길이 있을 뿐이지. 알파고는 인간을 이기기 위해 1초에 10만 개의 수를 찾아낸다고 하더군. 물론 인간이 그럴 수 없겠지. 하지만 우리의 한 표가 4년 동안 어떤 정치로 나타날는지 정도는 꼼꼼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답이 아니라 최선을 찾아내려는 노력. 이것이 민주주의 발전이고 역사의 진보라는 생각이 들어.

나이 쉰을 넘긴 우리를 언론에서는 보수 세력에게 유리한 계층으로 분류하더군. 그러나 나를 진보, 친구를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나눈다는 건 의미가 없어. 우리가 젊은 날 광주 학살자 처벌을 외치며 길거리에 나선 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였고 상식의 마지노선이었지.

그래, 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다운 사람을 뽑는 건 유권자의 의무이자 상식이지. 지나온 4년보다는 앞으로 4년이 더 나아져야 한다면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 지금 알파고처럼 치열한 수싸움 한번 해봐도 좋지 않을까?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해서 긴 글 쓰네. 


태그:#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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