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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에서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불법 영농행위

지난 3월 31일 급한 제보를 받고 찾아간, 경북 예천의 모래강 내성천 안에는 엄청난 규모의 농경지가 새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무려 4만여 평에 이를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농지입니다. 농사를 짓기 보다는, 음식물 쓰레기와 돈분 등을 무단으로 매립하는 농지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돼지 똥을 먹는 농지라, 상상이 가시나요?

내성천 제방 안쪽으로 엄청난 경작지가 새로 생겼다. 인간탐욕의 결과물이다.
 내성천 제방 안쪽으로 엄청난 경작지가 새로 생겼다. 인간탐욕의 결과물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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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간직한 내성천에서 엄청난 면적의 하천부지를 불법으로 점용해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리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간직한 내성천에서 엄청난 면적의 하천부지를 불법으로 점용해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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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은 또 어떤 강인가요? 우리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하천이자, 각종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처로서 살아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는 강입니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에서는 내성천을 "지구별 유일의 모래 하천으로 국보로 삼아 길이 보존해야 할 강"이라고 칭송해마지 않는 강이지요. 그런 내성천에 음식물 쓰레기 무단 폐기라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우선은 하천부지를 무단으로 불법점유한 것부터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천부지 내에서는 농경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하천법 95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하천부지를 불법으로 점유할 수 있었을까요?

무단 경작 금지 푯말이 있거나  말거나 간에 불법 점용을 계속되고 있었다.
 무단 경작 금지 푯말이 있거나 말거나 간에 불법 점용을 계속되고 있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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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도 지난해부터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내성천 국가하천 구간에 하천환경정비사업이란 것을 벌이고 있는데, 그 골자가 내성천 하천부지 내의 불법영농행위를 막는 것 입니다. 그곳에 하천정비사업을 벌여 이른바 생태공원 같은 것을 조성하는 것입니다(이것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러한 지침은 지방하천 구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인데, 문제의 현장은 국가하천 구간을 막 벗어나 지방하천 구간에 드는 내성천 자락으로 예천군에서 관리감독하고 있는 구간입니다. 예천군에 관리감독권이 넘어오는 구간이고, 따라서 예천군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방증인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에 의하면 벌써 3년 정도 됐다고 하는데, 그동안 이런 대규모 불법 영농행위가 어떻게 단속을 비켜갈 수 있었을까요?

제보자 A씨(마을 주민)에 따르면 문제의 행위를 하는 이들은 양돈업자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 그리고 음식물쓰레를 수집운반하는 업자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몇해 전부터 내성천 바로 옆 제내지 농지 안에 돈사를 시작으로 음식물처리(사료화)시설 등을 유치해서 운영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음식물쓰레기뿐 아니라 죽은 돼지새끼까지 버려져

문제의 돈사와 음식물퇴비화시설이 있는 곳이다. 하천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어떻게 이런 자리에 허가가 날 수 있을까? 그리고 제방 너머 내성천 쪽의 넓은 면적의 하천부지를 불법점용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의 돈사와 음식물퇴비화시설이 있는 곳이다. 하천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어떻게 이런 자리에 허가가 날 수 있을까? 그리고 제방 너머 내성천 쪽의 넓은 면적의 하천부지를 불법점용해 사용하고 있다.
ⓒ 다음지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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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용량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실어왔고,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를 돈분과 함께 하천부지에 불법으로 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매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상상을 못할 양이 투기되었습니다. 한 달쯤 전에는 죽은 돼지까지 버려져 있어서, 독수리들이 날아와 그것을 뜯어먹는 것까지 목격했습니다. 악취가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동네사람들은 말도 못하고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왔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주민들이 예천군 환경과에 제보를 했지만 제대로 된 행정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음식물처리장에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들어있다. 용량을 초과한 음식물쓰레기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하천부지에 불법으로 투기됐다고 한다.
 음식물처리장에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들어있다. 용량을 초과한 음식물쓰레기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하천부지에 불법으로 투기됐다고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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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내성천은 전 구간이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예천군의 식수원인데, 이런 곳에 음식물쓰레기를 불법으로 투기한 셈입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참으로 교묘합니다. 그냥 파서 묻는 것이 아니라, 마치 퇴비처럼 바닥에 깔고 그 위를 트랙터로 이러저리 갈아버립니다. 그러면 흙에 덮여 육안으로는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지요."

제보자의 증언에 기자가 직접 문제의 하천부지에 들어가 확인해 봤습니다. 가지고 간 쇠꼬챙이로 땅을 파자 이내 썩은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채 썩지 못해 곰팡이 핀 음식물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심각한 범죄의 현장을 목격한 셈입니다.

갈아엎어둔 땅을 파헤쳤다. 그랬더니 썩은 음식물 찌꺼기들이 나타났다.
 갈아엎어둔 땅을 파헤쳤다. 그랬더니 썩은 음식물 찌꺼기들이 나타났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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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부지 땅을 파헤치자 역겨운 냄새와 함께 썩어 곰팡이가 핀 음식물찌꺼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천부지 땅을 파헤치자 역겨운 냄새와 함께 썩어 곰팡이가 핀 음식물찌꺼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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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화는커녕 채 처리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보인다. 이 넓은 면적의 땅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묻혀있을까?
 사료화는커녕 채 처리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보인다. 이 넓은 면적의 땅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묻혀있을까?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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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장 예천군 하천과에 전화를 하자, 그제서야 담당자가 말했습니다. 

"그동안 영농행위를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최근에 그 사람을 확인했다. 그래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원상복구를 명할 것이다."

뒷북 행정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주민들

그동안 주민들의 숱한 민원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무사안일 행정의 현주소를 확인할 뿐입니다. 그동안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고생한 주민들을 대표해 제보자는 말합니다.

"그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면 아무 문제없을 것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들여와 돈사의 돼지가 먹을 수 있는 양만 사료로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돈벌이 욕심인지 탐욕인지 용량을 초과하는 음식물이 나오니 제대로 된 처리가 안 되고, 그것들을 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오수가 강으로 그대로 흘러들 수밖에 없고 악취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만 처리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지금은 너무 힘이 듭니다."

문제의 불법점용해 음식물쓰레기를 뭍은 땅은 내성천 물줄기와 불과 5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비가 내리면 지하수를 통해 내성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문제의 불법점용해 음식물쓰레기를 뭍은 땅은 내성천 물줄기와 불과 5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비가 내리면 지하수를 통해 내성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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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제때에 이루어졌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애초에 상수원보호구역 하천 옆에 돈사가 허가난 것부터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괜찮을 것이라 희망하는 주민들의 소박한 바람조차 들어줄 수 없는 것인지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문제의 시설을 허가내준 예천군이니 만큼 지금이라도 그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그리고 정상적인 처리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관리감독에 무엇이 문제가 있었는지를 명백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천부지는 더 이상 인간 탐욕의 공간이 되어선 안됩니다. 이곳은 농사를 짓는 공간도, 쓰레기를 버리는 공간도 아닙니다. 야생동식물들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이자, 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그 야생의 영역을 탐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지구별을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원리이자 원칙이 아닌가요.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우리 강을 사랑합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 낙동강과 내성천은 흘러야 합니다. 강은 야생의 공간이자 공존의 공간입니다.



태그:#내성천, #음식물쓰레기, #하천부지, #하천정비사업, #불법 영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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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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