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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20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김종인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20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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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유창오가 최근 연이어 기고한 2개의 글이 그 대표적이다(관련기사: 여권 분열은 착시 현상, 이러다 또 새누리당이 이긴다, 이대로 선거 치르면... 새누리당 '208석'). 그 외에도 야권연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오마이뉴스 뿐만아니라 정치권, SNS 등 여러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야당의 필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필자도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므로 이들의 절박함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에는 한 가지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이것이 빠져 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공감을 주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처방으로서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지금 이들은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명분에 따른 도덕적인 호소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 시간도 부족하고 각 당의 공천도 끝났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도덕적인 호소는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인 것은 맞다.

만약 시간을 비롯해서 주변 여건이 더 좋았다면 공천권을 무기로 당 지도부가 강압적 수단 혹은 희생자에 대한 비례대표 배치와 같은 유인책을 동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수단을 동원할 수 없기 때문에 도덕적 호소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야권연대론이 과연 도덕적 호소를 가질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해서 대단히 회의적이다. 도덕적인 호소가 통하려면 감동의 정치가 필요한데, 지금 야권연대론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주장은 이에 대한 인식이 없이 '다가올 위기에 대한 절박함'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나? 필자는 야권연대를 위한 마지막 수단인 도덕적 호소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야권 분열, 야권 연대 논의의 난항이라는 그동안의 과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것은 더민주의 책임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더민주의 태도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가?

더민주는 무엇을 잘못했나?

20대 총선 춘천시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에 합의한 더민주 허영 후보(사진 왼쪽)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사진 오른쪽).
 20대 총선 춘천시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에 합의한 더민주 허영 후보(사진 왼쪽)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사진 오른쪽).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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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야권 분열 과정을 보면 당시 안철수의 최후통첩안은 매우 무리한 것이 맞고 탈당을 한 것 역시 대단히 비판받을 행동이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 고수를 이유로 안철수 탈당을 사실상 방조했다. 왜냐하면 김종인 체제에서 혁신안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 분열에 있어 절반의 책임은 더민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그 뒤 야권 연대로 오면 더민주의 문제점은 매우 심각해진다. 현재 야권연대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더민주에 있다. 필자의 이 주장을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야권연대에 있어 더민주는 적극적, 국민의당은 거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당은 거부입장인 것은 맞다. 그러나 더민주는 야권연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와 같은 여론은 일종의 착시효과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김종인 대표가 3월 초에 야권통합론을 제시하였고 이에 국민의당이 통합을 최종 거부했기 때문에 야권 협력(통합 혹은 연대)에 있어 국민의당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당시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의는 현실성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시점상 통합은 물리적으로도 어려운 일이고 더군다나 그런 제의를 하면서 국민의당의 실질적 리더인 안철수를 자극하는 모순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김종인 대표는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그리고 안철수 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입장을 인용하면서 천정배-김한길의 야권연대론을 거부하였다. 김종인-안철수가 서로 공을 주고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야권연대를 무산시킨 것이다.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 체제가 성립된 이후 당 차원의 야권연대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표 시절에 정의당과 논의되었던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 논의도 무산됐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과연 더민주가 야권연대에 성의있는 자세로 나왔다고 볼 수 있을까?

도덕적 호소 전략 무력화 하는 더민주의 행태

더민주는 제1야당이기 때문에 다른 야당을 이끌면서 야권연대를 위한 전체적인 기획을 주도해야 했다. 여기에는 경쟁력 측면에서 대등한 역량을 보여주는 다른 야당 정치인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더민주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준 바가 없다.

이런 더민주의 문제는 김종인 대표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더민주 지도부나 다른 유력 정치인들도 야권 공멸에 따른 위기를 강조하기만 할 뿐 아무도 먼저 자기희생의 결단을 보여준 바 없다. 현역 의원들이 특히 더하다.

더민주가 이런 행태를 보이니 야권연대에 가장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의당마저 더민주에 맹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 내부에서 새누리 압승 여부에 관심없는 제3당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다.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지금 남은 유일한 수단은 도덕적 호소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자기희생적 결단과 같은 감동의 정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론을 제시하면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야권연대론을 더민주 패권을 위한 정략적 도구로 폄훼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가 가능하겠는가?

그러므로 현재 야권연대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더민주의 패권의식과 도덕적 해이의 결과다. 결국 제1야당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지역구별로 각개격파식으로 야권 단일후보의 지위를 쟁취하겠다는 것이 더민주 내부에 흐르는 전반적인 정서 아닌가? 과연 이러한 태도를 사람들이 제대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이렇듯 야권 분열, 야권 연대의 난항 이 두 가지 사안에 있어 더민주는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도덕적 호소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야권연대만을 강조하면 그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오히려 국민의당과 정의당 지지층의 반발심리만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날 뿐이다. 이 점을 야권연대론자들은 알아야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후보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선대위 회의실에서 열린 공천장 수여식에서 제20대 총선 승리를 다짐하며 손가락으로 '정의가 승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총선 승리 다짐하는 정의당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후보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선대위 회의실에서 열린 공천장 수여식에서 제20대 총선 승리를 다짐하며 손가락으로 '정의가 승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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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4월 13일에 치러진다. 공교롭게도 29년 전인 1987년 4월 13일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호헌 조치를 발표한 날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가면 2016년 4월 13일은 개헌을 예비하는 날이 될 가능성이 있다.

29년 전 개헌은 민주화의 핵심 요구였다. 그런데 29년이 지난 현재의 개헌은 정반대로 일본식 보수 장기 집권의 토대를 쌓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범 야권 진보 지지층은 새누리당 단독 200석 확보 가능성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더민주는 입장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면 정의당과의 전면적인 연대는 가능할 것이다. 물론 국민의당과의 야권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더민주가 이러한 태도 전환이라도 보여야 개별 지역구 차원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시간도 별로 남지 않았다. 4월 4일이면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기 때문에 야권연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그 전에 해야만 최대한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늦어도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4월 8일 이전에라도 성사되어야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그나마 이번 주가 야권연대 성사를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그래서 더민주가 하루 빨리 노선 전환을 하여 다른 두 야당을 상대로 한 연대 논의를 주도해야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사회 보수화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정체성의 변화를 보인 일반인 32명을 심층인터뷰하여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태그:#야권연대, #안철수,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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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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