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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범야권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 야권연대를 위한 이른바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문재인 대표는 야권 혁신과 연대에 대한 내용을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설명하고 후속 논의가 이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한 후 양산으로 내려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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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더민주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진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출마한 경기 고양갑과 안양 동안을에 후보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천호선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야권연대를 파기했다. 이는 야권연대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한 패권정치의 화룡점정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24일 심상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발언을 통해 "소수정당으로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야권이 공동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더민주가 정의당 후보들에게 사실상 용퇴를 종용하는 갑질 횡포를 했다"고 하면서 "야권연대 무산은 야권 공동 승리를 외면한 더민주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뚜렷한 중도노선을 택했다. 이번 비례대표 선정 과정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전통적인 더민주 노선과 정책과는 배치된 인물을 상당수 당선권에 배치하여 중도노선을 분명히 했다.

23일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대표는 "미래의 정권을 지향한다면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금까지 당이 친노와 운동권 중심으로 운영되었다고 보고 총선을 계기로 당 체제를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중도노선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 표현인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이번 총선에 임하는 자세는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 승리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이미 안철수 대표의 거부로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그가 밝혔듯이 더민주의 총선 목표는 공언한 대로 당의 중도노선 체제 확립과 107석의 안정적인 제2당 유지다.

실제로 김종인 대표는 그동안 진보 정당과는 연대할 뜻이 없어 보이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지난 1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대표는 정의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체성이 서로 다른 당이 연대한다는 게 쉽게 이뤄지지도 않고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의 생각과는 달리 새누리당의 독주에 거부감을 느끼는 많은 국민들은 야권연대가 무산되어 가는 현 상황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영호남을 제외한 수도권에서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야권연대에 미지근한 더민주, 괜찮을까

경기지역 19대 총선 정당별 의석 분포
 경기지역 19대 총선 정당별 의석 분포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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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19대 총선 정당별 의석 분포
 서울지역 19대 총선 정당별 의석 분포
ⓒ 중앙선거관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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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는 이미 19대 총선에서 그 효과가 증명되었다. 야권은 19대 총선에서 경기지역 52곳 선거구 가운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로 31대 21로 승리했다. 인천지역에서도 12곳의 선거구를 절반씩 나눠가지며 야권연대의 위력을 보여주었고 서울은 32대 16으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압승했다. 영남과 호남의 의석수 차이를 수도권에서 야권연대로서 만회한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모든 집단들이 하나로 뭉쳐 후보를 결정하고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하는 현재의 야권연대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이 고유의 정책과 체제 경쟁으로 모두 후보를 내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민주정당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문제는 '야권연대를 하지 않으면 야권은 필패'라는 받아들이기 싫은 공식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의 보수는 결집력이 강하다. 또한 이번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보수 새누리당의 기반인 영남의 의석은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 중 65석으로 25%를 차지한다. 반면 야권의 지지기반인 호남의 의석 수는 28석으로 11%에 불과하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여당은 영남에서 야당은 호남에서 거의 100%의 의석을 차지한다. 실질적으로 40석 가까운 어드밴티지를 안고 여당은 총선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의 발달로 전국적인 선거에 있어서 언론의 영향력이 막대하나 현재의 언론환경은 지극히 여당 편향적이다. 일부 종편의 여당 편향은 심각한 수준이며 공중파도 정도의 차이일 뿐 그 편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는 여당의 과반 의석이 아니라 여당의 단독 개헌선을 저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다. 노령화로 인한 보수층의 확산, 20~30대의 정치 불신에 따른 투표율 저하, 여당 편향적인 언론 등으로 여당의 승리가 예견된 상황에서 더민주의 야권연대 거부는 국민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확고하게 연대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어서 힘들다고 보이지만 정의당과의 야권연대는 아직 길이 열려있다.

정의당은 비록 5개의 의석에 가진 소수정당이지만 원내의 유일한 진보 정당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표 시절 더민주와 정의당은 야권연대를 위한 '전략협의체'구성에 합의한 바 있고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의 중도노선과 우클릭을 천명한 상황에서 야권의 외연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현재 인천과 울산에서 지역적인 연대의 움직임이 있고, 창원 성산에서는 허성무 후보와 노회찬 후보가 후보단일화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는 이런 국민들과 정의당의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신뢰의 정치' 보여달라 

'창원성산' 총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22일 오전 창원시청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후보단일화 논의 합의'를 발표했다.
 '창원성산' 총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22일 오전 창원시청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후보단일화 논의 합의'를 발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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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는 문재인 의원이 나서야 한다. 문재인 의원은 대표 시절 정의당과의 야권연대를 제안하고 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한 당사자이다. 또한 후보 사퇴를 하더라도 김종인 대표에게 후속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의원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이다. 그만큼 그의 발언은 책임감의 무게가 있어야 한다.

현재 김종인 대표는 유시민 작가의 표현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초빙 군주'로서 막강한 권한을 누리고 있다. 그 김종인 대표를 더민주에 영입한 것은 문재인 전 대표이다. 비례대표 선정 논란에서 보듯 김종인 대표를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야권에서 문재인 의원이 유일하다.

야권연대는 더민주 비례대표 선정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히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최근에 문재인 의원이 직접 나서 창원 성산의 허성무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성사시킨 바 있다(관련 기사 : 문재인, 허성무-노회찬 '단일화 합의'에 역할).

하지만 지금 문재인 의원이 해야 할 일은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의 큰 그림이다. 비록 지금은 대표가 아니지만 대표 시절 약속한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 논의가 계속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것이고 대권후보로서의 자격 중 하나인 '신뢰의 정치' 실현인 것이다.


태그:#야권연대, #문재인,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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