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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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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당무위원회에서 공천권한을 위임받아 당권을 틀어쥐었다. 이후 행보는 거칠 것이 없다. 11명의 현역 의원을 컷오프 시키는 등, 마음대로 공천권을 휘둘렀다. 일각에서 그를 '정치 9단'으로 평가하면서, 우상화시키려는 조짐까지 일고 있다.

과연 총선 승리를 넘어, 더민주를 수권정당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까? 부정적이다. 공천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방정식에 불과하며, 공천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당의 정체성을 상당 부분 희석시켰으며, 당의 단합과 확대를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김종인 대표의 공천은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선택이다. 일부에서 한수 한수에 찬사를 넘어 신의 경지로 평가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전략이라는 것이, 새누리당의 공격 빌미를 없애고 국민의 비판 근거를 없앰으로써 득표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시각에서 막말, 갑질, 비리, 패권 문제로 조금이라도 선거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현역의원을 컷오프 시킨 것이다. 지역구에는 표 떨어질 빌미가 없다고 보는 후보자를, 비례대표에는 전문가를 상당수 배치했을 뿐이다.

둘째, 이러한 공천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강기정-정청래-이해찬-강동원 등 컷오프시킨 현역의원 11명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당사자와 그들의 지지자를 설득하는 소통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공천 탈락만 통보했을 뿐, 공식적으로 분명한 원인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후보자 경선도 당원과 국민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구성한 후, 후보자들이 공개토론을 한 후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전화 여론조사라는 인기투표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셋째, 득표확대 가능성과 당의 정체성을 교환했다. 일단 제1차 및 제2차 컷오프 때, 당의 전사로 활동하거나 당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끈 의원들이 많이 잘려 나갔다. 그리고 전략공천 지역에는 영입인사들이 상당수 공천을 받았다. 이들이 당선되어 원내에 들어가더라도, 당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의원들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례대표도 최초 김종인표 명단보다 나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전문가 그룹의 포진 현황을 보면, 당의 이념과 노선을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당의 단합과 저변 확대 기회를 좁혔다. 총선을 위해 영입된 인사 들 중 상당수가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출마를 한다. 이들 대부분은 치안·IT·외교안보·국제통상 전문가이며, 김종인 자신을 비롯해 조응천과 같이 당의 정체성과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인사도 있다. 특히 당선권 비례대표를 보면 김종인 대표 이외 사회단체 4명, 학계 2명, 경제와 과학기술계 각 1명, 정당 2명, 언론계 1명, 노동과 청년 각 1명이다. 당에 배정된 후보는 단 2명이다. 앞으로 누가 더민주에 몰려들고, 누가 더민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할 것인가?

당이 이념과 노선을 이탈하면서 승리에 집착한다면, 그러한 당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물론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지금 이러한 주장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총선 이후이다. 김종인 대표는 2017년대선 때까지 당권을 유지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상대당에게 공격빌미를 주고 국민에게 비판 근거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 구성원을 계속 쳐내겠다는 것이다. 또 이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며, 당의 이념과 노선을 희생시켜 득표를 확대하고, 현재 국민의 눈높이를 위해 당의 발전과 확대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대단히 잘못된 계산이다. 정당은 자신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여기에 기반한 공약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획득하는 집단이다. 더민주가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당으로서 의미를 구현하는 것이 제1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즉, 현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당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공약과 목표가 국가발전과 국민복지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총선 이후 김종인 체제가 이러한 길을 가도록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의 적절한 통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태그:#더민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대표, #문재인 대표, #비례대표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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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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