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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지난 17일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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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증의 과정에서 나타는 논리적 오류 중 하나로 '동정(연민)에 호소하는 오류'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어떠한 주장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사실 그 자체에 두지 않고 타인의 심적 공감, 즉 동정심에 두려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논증상의 오류를 실생활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동정에 호소하는 오류'의 예시는 이 같은 것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과 그녀의 태도가 독선적이며 매사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 어린시절 총탄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그녀가 가엽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불통은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는 감정적 주장을 펴는 것.

동정(연민)에 호소하는 오류는 흔히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그에 대한 해명을 논리적으로 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착하고 여린 대중의 마음을 이용해 진실은 은폐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나경원 의원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바로 '동정(연민)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뉴스타파>,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 보도

지난 17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의 딸 김아무개씨의 대학 부정 입학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경원 의원의 딸 김아무개씨가 2011년 10월 열린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수시1차 전형에서 부정 행위를 하고,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지적한 내용은 1. 나경원 의원의 딸이 면접 당시 자신의 어머니의 신분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이재원 교수는 '마치 우리 엄마가 이런 사람이니 나를 합격시켜 달라는 말로 들렸다'고 했는데요, 다른 대학의 경우 전형 응시생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해 실격처리를 합니다. 그러나 성신여대는 나 의원의 딸 김아무개씨의 발언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2. 전형 당시 드럼 연주를 준비한 나 의원의 딸 김아무개씨는 반주 음악(MR)을 틀 장치가 없어 연주를 하지 못한 채 면접 시간을 넘겼습니다. 통상 MR 파일이 준비되지 않거나 오류가 나면 반주 음악 없이 혼자 연주를 하던지 퇴장을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실용음악학과장이던 이병우 교수는 오히려 다른 교직원을 시켜 카세트를 수배해주었고, 약 25분 뒤 김 씨의 실기 면접을 재개했습니다. 당시 카세트를 수배해주었던 이병우 교수는 이듬해 평창 동계 스폐셜 올림픽 위원장을 맡고 있던 나경원 의원 밑에서 2013년 평창 동계 스폐셜 올림픽 음악 감독을 맡았습니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을 보면 그들은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며 이병우 교수, 나 의원 등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7일 이 같은 의혹이 보도된 후 나 의원은 뒤늦게 언론 플레이에 나섭니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반박문을 올린 것인데요. 그 내용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의혹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장애인 딸을 가진 어머니로서의 아픔을 대중에게 호소하며 동정(연민)을 이끌어내기에 급급했던 이유입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번 의혹에 대한 반박문을 올렸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번 의혹에 대한 반박문을 올렸습니다.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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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은 없고, 감정적 호소만 담긴 반박문

나경원 의원은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입니다"라는 말로 반박문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반박문 어디에도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었습니다. 그녀는 제기된 의혹이 "선거의 고질인 흑색선전"이라 규정하고, '특혜'와 '배려'는 다른 것이라 주장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일반인과 다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단호한 대처를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은 일반인과 함께한 입시전형에서 그녀의 딸이 받은 특혜를 지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입시전형에서의 특혜를 지적한 것입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교육자 전형에 응시한 한 학생은 전형 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면접을 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나경원 의원의 딸에게 제공된 성신여대 측의 '배려'는 배려가 아닌 '특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 의원 측은 <뉴스타파>의 연락을 피하며 공식적인 반박자료 제공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던 페이스북 페이지의 반박문 내용과 달리 해명은 페이스북 페이지 반박문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나 의원 측이 제기된 의혹을 해명할 자료는 갖고 있지 못하며, 제기된 의혹을 대중의 동정심에 의지해 풀어나가려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대중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괘씸한 작태 아닐까?

나 의원은 이 나라의 법률을 만들고 사회를 돌봐야 할 국회의원 중 한 명입니다.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어진 권력과 자리를 자식의 대학입시를 위해 사용했다면 이만큼 큰 배임도 없습니다. 나 의원은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며 이번 논란을 주먹구구식으로 넘기려 하지말고, 그 자신의 주장처럼 단호하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반박하길 바랍니다. 대중의 동정과 연민에 의지해 자신에게 제기된 부패 의혹을 풀어가려는 것, 이것은 착한 대중의 마음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매우 괘씸한 작태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태그:#나경원 딸 부정입학, #나경원 반박문, #나경원 성신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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