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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된 화제의 드라마 tvn 시그널. 과거에 존재하는 정의감 넘치는 열혈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자신의 형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경위 박해영(이제훈 분). 그 둘은 진실과 정의라는 핵심을 밝히기 위해 처절한 현실 속에서 발버둥 친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그 둘에겐 시공을 초월한 무전이 있다.

그 드라마 속 그 둘은 무전을 통해 자신들의 간절함을 전한다. 드라마 속에서의 간절함은 이미 우리현실에 존재하고 있다. 그 무전과 그 간절함의 귀결은 오늘의 야당 정치 현실에서 기시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현실의 우리도 드라마 속 그들처럼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야당의원들과 무전의 교감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김광진, 문병호, 은수미, 박원석, 유승희, 최민희, 김제남, 신경민, 강기정, 김경협, 서기호, 김현, 김용익, 배재정, 전순옥, 추미애, 정청래, 진선미, 최규성, 오제세, 박혜자, 권은희, 이학영, 홍종학, 서영교, 최원식, 홍익표, 이언주, 전정희, 임수경, 안민석, 김기준, 김관영, 박영선, 주승용, 정진후, 심상정, 이종걸의원, 

이들은 지난 2월 23일부터 9일간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다. 2월 23일 야당은 테러방지법 상정처리를 무산시키기 위해 192시간 17분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벌였다. 그들을 통해 지난 9일간 국민들은 열광했다. 국회TV 시청률은 유례없이 20배 이상(0.1->0.26%) 폭등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택한 야당. 야당의원들의 절박하고 처절한 움직임을 보면서 국민들은 감격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필리버스터의 한계를. 필리버스터를 해도 결국엔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걸. 그걸 알면서도 국민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한 야당의 결기를 보고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고 해도 필리버스터에 혼신을 다하는 야당국회의원들의 이성적 판단과 투지는 이미 국민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감동은 그걸로 끝이었다.

강인한 결기 보여준 야당의원들, 미흡한 출구전략 보여준 지휘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연일 눈물을 쏟아내며 진행되던 눈물의 필리버스터. 그 감동의 정치현장을 국민들은 <오마이TV>, <팩트TV>, <국회방송> 등을 통해 생생히 지켜봤다. 그런 상황에서 야당은 선거연기의 책임을 두려워하며 여당과의 치킨게임에서 먼저 뛰어내렸다, 지휘부는 그저 야당의원들의 결기와 추진력을 보여준 것만으로 만족한 듯 보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 교착되어버렸다. 그렇게 벼랑 끝 협상전략은 이미 여당의 전유물이 된 듯 착각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야권 지지자들은 "감동이 떨어지면 야당지지자들은 투표하지 않는다","투표할 의지가 꺾여버렸다."라며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지휘부가 걱정한 역풍보다 더 커다란 역풍이 불었다. 야권의원들은 훌륭했지만, 야당 지휘부가 택한 그 출구전략은 너무도 미흡했다. 

더민주가 보낸 두 번째 무전

"친노가 무슨 친일파냐? 조중동 새누리에 놀아나라고 국민들이 당원가입 해준 줄 아냐?"
"친노, 비노가 지금 어디 있느냐?"
"세월호 국면에서 많은 상처를 주었던 분은 어찌해서 살아남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자리를 확실하게 지켜주었던 분들은 잘려나가는 것인가?"

더불어 민주당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는 항의가 빗발쳤다. 바로 지난 10일 더민주가 친노, 강경파로 분류된 정 의원을 포함해 현역의원 5명을 공천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결된 상황을 보고 외부에서는 야권단일화를 외치지만 내부결속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종 팟캐스트 방송에 꾸준히 출연하며 야권의 각종 언론몰이 주인공이었던 정청래. 그는 야성을 가진 제대로 된 야당의원으로 평가받는다. 비단 정청래 의원 뿐 만이 아니다. 다들 국민의당으로 광주를 떠날 때 끝까지 당에 남았던 강기정의원. 3선을 하며 미국산 소고기파동과 4대강, 종편 관련법 통과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리적 충동을 벌였던 그. 그도 공천탈락을 피해갈수 없었다. 강동원의원은 또 어떤가? 국회의원 중에 처음으로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공식 제기 했던 그. "투표소에서 수개표"를 골자로 한 수개표 관련 법안을 발의 한 강동원의원. 그들 모두 국민이 원하는 야성을 가진 야당정치인들일 뿐이다. 

"나는 야권통합/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끼워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짜르' 김종인은 다 받겠다는 어지(御旨)를 흘리셨으나, 동의할 수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께, 온갖 분탕질 치다가 탈당한 사람들을 위해 당을 지킨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준다? '더민주'의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

한때 국민의당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에 복당의 문을 열어놓고 서울 광진 갑, 전남 목포 공천 발표를 미루었던 더불어 민주당. 이 상황에 대해 며칠 전 조국 서울대 교수와 배우 문성근씨는 자신들의 sns에 우려와 비판의 시각을 쏟아냈다. 

그런 모습 뒤에 더민주의 비대위는 굳건히 야권연대를 외치고 있다. 자신들 내부의 결속을 철저히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추후 이런 내부의 낙맥상이 바로잡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그러던 지난 14일. 결국 더민주는 광진 갑에 전혜숙 전의원, 전남 목포에 조상기 예비후보를 공천하는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30여년을 민주당과 함께한 6선 이해찬 의원의 공천탈락 소식이 전해졌다.

착시에 빠진 더민주

▲  안철수의원 탈퇴전후와 현재의 지지율 변화. 부동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 더민주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12월 2째주 정당별 지지율 한국갤럽((95% 신뢰수준에 ±3.1%p), 12월 15일에 작성된 리얼미터의 조사(95% 신뢰수준에 ±3.0%p, 한국갤럽 최근 3월 10일자 통계(95% 신뢰수준에 ±3.1%p)
 ▲ 안철수의원 탈퇴전후와 현재의 지지율 변화. 부동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 더민주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12월 2째주 정당별 지지율 한국갤럽((95% 신뢰수준에 ±3.1%p), 12월 15일에 작성된 리얼미터의 조사(95% 신뢰수준에 ±3.0%p, 한국갤럽 최근 3월 10일자 통계(95% 신뢰수준에 ±3.1%p)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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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 후 급속한 안정을 찾았다며 연일 언론에서 보도가 쏟아졌다. 허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안전궤도에 오른 듯 보이는 더민주는 안철수 전의원 탈당 전과 현재의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 당의 계속되는 헛발질에도 반사이익을 얻어 가지도 못한 상황이다. 결코 자신들 지지층의 외연확대가 아닌 기존 존재하던 야권 지지층을 불러들인 결과라고 해석되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국민의 당이 추락했고 더민주는 그저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통계를 통해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현실이 드러난다. 지난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 탈당 전 정당별 지지율은 작년 12월 2째주 새누리당 42%, 새정치 민주연합 22%, 정의당 6%, 기타1%, 없음, 의견유보 30%였다.(95% 신뢰수준에 ±3.1%p) 작년 12월 15일에 작성된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37.6%, 새정치민주연합 25.2%, 정의당 5.9%, 안철수 신당 16.7, 천정배 국민회의 1.6% 기타정당 3.8, 없음/잘모름 9.2%. (95% 신뢰수준에 ±3.0%p)를 보였다. 안철수 신당이 출범준비를 하자 새누리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이 동반상승했다.

현재의 모습은 과연 어떤가? 한국갤럽 최근 3월 10일자 통계를 보면 새누리당 39%, 더민주 23%, 국민의당 8%, 정의당 4%, 기타, 0%, 없음, 의견유보 26%가 된 상황이다. (95% 신뢰수준에 ±3.1%p) 김종인 대표 체제이후 기존의 빠진 지지율이 회복된 상황이지, 안철수 신당 즉, 국민의당 지지자들을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오히려 의견이 유보된 국민들의 통계치만 더 늘어났을 뿐이다. 그저 국민의 당이 추락했고 더민주는 그저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야권지지자들, 마지막 무전을 기다리다

비대위의 잘못된 헛발질들이 각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야권의 예비 후보들에게 가할 치명타는 가히 치명적일 수 있다. 새벽부터 아침인사를 꾸준히 도는 야권의 후보들. 때론 그들을 제치고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내리꽂는 가혹한 헛발질. 이렇게 더 이상 헛발질이 계속되면 야권의 유력한 후보들마저 위험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더민주는 이제 현 상황에 안도하고 있는가? 국민의 당도 애매한 색깔과 포지션으로 순식간에 많은 걸 잃었음을 상기해야한다. 또한, 더민주의 지지율은 전통적 야권지지율 평균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해야 한다. 국민의 당을 추월했다고 총선에 승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떨어져 나간 지지자들을 끌어 올 만큼 자신들의 내면을 채우지 못 한 것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이 상태로 안심하고, 스스로 분열한다면 평균치 야권지지율의 회복은 요원하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약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외면하지 않고 달리던 형사 이재한. 그를 살리기 위해 난리가 났던 sns와 게시판. 그렇게 형사 이재한을 살려낸 시청자들처럼. 더민주도 아직 늦지 않았다. 드라마 시그널의 마지막 무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처럼 야권의 지지자들은 아직 무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형사 이재한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무전을 기대했듯. 야권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투표 의지를 살려낼 더민주의 무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가혹한 현실 속 투표장에 갈 기력을 잃은 야권 지지자들이 기다리는 마지막 무전. 시민들은 간절한 그 신호를 다시 보내고 있다. 약자를 위해 죽음과 당당히 마주해 살아남은 형사 이재한처럼, 결국, 형사 이재한의 입을 통해 간절한 그들이 듣고 싶은 더 주의 무전은 이게 아닐까?

"과거...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태그:#시그널, #정청랩, #강기정, #강동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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