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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 서클'은 칼 폴라니가 청년 시절 대학의 후진성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비밀 모임의 이름입니다. 정치의 계절, 겨울입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슨 기준으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 됐습니다. 우리는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비딕 프로젝트'를 연재합니다.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쫓는 마음으로 후보자를 추적하는 '갈릴레이 서클'의 총선 기획입니다. - 기자 말

'이재용'이라는 이름을 지닌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한 명은 우리나라 최고 재벌의 총수 일가다. 다른 한 명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다. 재벌 총수 일가로 태어난 남자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회사를 물려 받았다. 그의 현재 직책은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남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진보 정당에 몸을 담았다. 그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에 출마했다. 한 명의 얼굴은 친숙하지만 다른 한 명의 얼굴은 낯설다.

칼바람이 몰아쳤던 지난 1월 25일, 안산단원을 정의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낯선 이재용을 만났다.

안산단원을 정의당 이재용 후보
 안산단원을 정의당 이재용 후보
ⓒ 조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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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은 노동재난지구"

안산은 이주민의 도시이자 공단의 도시다. 한국 경제의 하층을 떠받치고 있는 반월시화공단은 안산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민주노총의 의뢰를 받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실시한 '2015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에 의하면 반월시화공단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92%에 달한다. 인권 침해를 받은 근로자는 전체 응답자 중 약 56%로 전국 공단 중 최고 수준이었다. 안산에서 20여 년을 노동자로 살았던 이재용 후보는 "안산은 노동재난지구"라고 정의했다.

이 후보가 생각하는 재난 복구 대책은  '노동 지방자치'다. 현재 근로감독 업무를 지방 정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고용노용부 소속으로 특별사법경찰권을 지닌 근로감독관이 노동 현장을 시찰·감독한다. 그는 "중앙정부는 사측이 저지르는 불법이나 편법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노동이 서기 위해서는 노동 지방자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14년 만의 리턴매치, 필요하다면 연대도 가능

안산단원을은 이번 20대 총선의 수도권 5대 격전지로 분류된다. 지난 1월 27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양자구도와 다자구도 모두에서 새누리당 허숭 예비후보가 조금 우세한 가운데 어느 후보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했다. 재선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부좌현 의원은 양자구도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허숭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부 의원이 양자구도에서 23.4%를 차지하는 무당층을 잡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김기완 예비후보, 정의당 이재용 예비후보와의 야권통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자구도에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0.7%, 4.5%다.

일여다야 구도의 한계로, 야권연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2002년, 2006년, 2010년 총 세 번의 지방선거에 출마한 이 후보는 한번도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다. 이재용 후보는 2002년 지방선거를 회상하며 "내가 새천년민주당 부좌현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면, 단일화된 후보가 이겼을 것"이라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 엄종국 후보는 48.74%로 경기도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부 후보의 득표율은 39.26%, 이 후보는 11.98%으로 야권 단일화를 했을 경우 산술적으로는 부 의원의 재선이 가능했다. 그리고 2016년 총선에서 부좌현 후보와 이재용 후보는 다시 만났다.

이재용 후보는 필요하다면 야권연대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져 온 양대 보수 정당 70년을 연대 한 두 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다량의 사표가 발생하는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 제도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진정한 다당제 실현을 위해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산, 단원 그리고 세월호

이재용 후보를 만난 1월 25일은 공교롭게도 4.16가족협의회가 창립된 지 딱 1년이 된 날이었다. 4.16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온전한 선체 인양, 실종자 완전 수습,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안전한 사회 건설이다. 이 후보도 인터뷰 직전까지 세월호 관련 행사에 참석하다 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650일이 지났지만(2016년 1월 25일 기준) 안산에서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안산 단원구, 그것도 단원고가 위치한 고잔동이 포함되는 단원을 지역에서 출마한 이재용 후보는 당선 된다면 "죽을 각오로 세월호 유족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유족을 포함한 피해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결 방안은 정치적인 논리나 정부의 입장에 의해서 구성됐다"며 이 후보는 "모든 해결 방안은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되야 한다는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후보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소수 정당의 후보가 단 한 명의 국민을 대변한다더라도 그 후보는 조명 받아야 합니다. '갈릴레이 서클'이 기획한 <모비딕 프로젝트>는 기성언론이 비추지 않은 구석 정치를 비춥니다. 우리의 발칙하고 빛나는 생각들을 기대해주세요.



태그:#갈릴레이 서클, #안산, #단원구,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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