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월 7일은 국제철새네트워크에서 제정한 '세계 두루미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두루미류(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류는 대부분이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이며, 시베리아흰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 쇠재두루미가 드물게 찾아온다.

이중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대부분 비무장지대에서 월동한다. 흑두루미는 과거 대구의 달성습지와 경북에 해평습지에 자주 찾아왔다. 하지만 4대강 개발 등으로 서식처가 훼손되어 일부 기착지(잠시 들렀다 이동하는 곳)로 변했으며, 서산 천수만 일대에서 잠시 머무르기도 한다.

서식처가 지속적으로 훼손되면서 흑두루미의 국내 유일의 월동지는 순천만이다. 순천만에는 약 1150개체 내외의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개체 증가

장남평야게 푸른색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립될 예정이다.
▲ 두루미가 월동하는 장남평야와 합강리 장남평야게 푸른색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립될 예정이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이런 흑두루미가 세종시 장남 평야(세종시 어진동과 연기면 일대)에 2015년 11월 찾아와 월동하고 있다. 흑두루미 2개체가 처음 장남 평야를 찾은 것은 2015년 11월 24일의 일이다.

처음 장남 평야를 찾았을 때는 재두루미 5개체와 함께 있었다. 하지만, 재두루미는 도래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남하했다.

합강리 농경지에 채식중이 불은색 원 안 흑두루미의 모습, 다른 종은 재두루미이다. 
 곤포사일리지는 보이지 않는다.
▲ 2015년 11월 24일 찾아온 두루미와 재두루미 합강리 농경지에 채식중이 불은색 원 안 흑두루미의 모습, 다른 종은 재두루미이다. 곤포사일리지는 보이지 않는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어찌 된 일인지 흑두루미는 재두루미와 함께 남하하다가 다시 장남 평야로 내려왔다. 아마 비행 중에 몸의 이상을 확인하고 장남 평야에 내려앉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후 2016년 3월까지 장남 평야에 머물고 있다. 남은 흑두루미는 오전에 장남 평야에서 먹이를 구하고 오후에는 주로 금강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취약종으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다. 순천만 외에 별다른 월동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장남 평야에 찾아온 두 마리의 흑두루미는 매우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흑두루미의 두 번째 월동지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백로가 찾아오자 경계하고 있다.
▲ 합강리 습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흑두루미 대백로가 찾아오자 경계하고 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대부분 철새들의 경우 매년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장남 평야를 찾을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흑두루미 최대 1만 마리 정도가 월동하고 있는 일본의 이즈미의 경우 최초에는 많지 않은 개체군이 찾아 왔다. 인위적인 먹이 공급과 서식처 보호를 통해 흑두루미의 개체가 증가한 것이다.

순천만 역시 흑두루미 월동지에 대한 보호와 먹이 공급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서식처를 보호하고 있다. 순천시에 의하면 20여 년 전에 비해 오히려 20배 이상 월동 개체군이 증가했다고 한다.

장남 평야에 생태적 평화가 찾아오기를

흑두루미가 합강습지의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합강리에 휴식중인 흑두루미 흑두루미가 합강습지의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장남 평야는 매년 흑두루미가 관찰되던 지역이다. 2015년 3월에 23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왔다. 2005년 세종시 건설을 위해 조사한 환경영향평가 조사에서도 흑두루미가 관찰되었다. 이렇게 세종시에는 간간이 흑두루미가 조사에서 관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기사 : '장남평야' 찾던 귀한 손님 흑두루미, 계속 볼 수 있을까) 이렇게 잠시 기착만 하던 두루미가 올해는 월동한 것이다.

다행히, 2015년 택지개발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가 다시 농사를 지으면서, 논에 낱알이 남아 있어 채식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농경지에 마시멜로처럼 쌓아놓은 곤포사일리지(압축 포장 사일리지)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은 월동한 두 마리의 흑두루미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거기에 넓은 합강리(세종시 월산리 앞 금강변) 습지가 서시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흑두루미를 위해 반듯이 유지되어야 할 것은 곤포사일리지 작업을 하지 않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흑두루미의 월동지인 장남 평야의 월동환경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현재 장남 평야는 본래 면적에 1/3만이 농경지로 남아 있다. 대부분 매립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남겨진 농지 역시 지역주민이 공원을 개발하라며 요구하고 있다. 농경지에서 낱알을 확보하는 흑두루미의 서식 환경을 감안하면, 매우 위험한 계획이다.

농경지의 유지는 세종시의 자연생태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15년 다시 논에 물을 대는 시점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뜸부기, 노랑부리저어새가 확인되었고, 희귀종인 장다리물떼새, 민댕기물떼새 등도 관찰되었다. 모두 1/3 정도 남겨진 농경지에서 발견된 것이다.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의 월동은 생태 도시, 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에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다. 이런 효과를 위해서라도 남겨진 농경지를 추가로 개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흑두루미가 월동한 세종시 장남 평야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서식이 확인되면서 본래 농경지로 유지하기로 어렵게 결정된 지역이다.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장남 평야에 생태적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남겨진 1/3의 농경지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고, 곤포사일리지를 하지 않도록 농민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겨울철 장남 평야에서 생산된 볍씨를 다시 뿌려줄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 두루미의 날에 아주 특별한 월동지에 찾아온 흑두루미를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태그:#장남평야, #흑두루미, #세계 두루미의 날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