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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억울한 사람을 126일간 옥살이 시킬 수 있나?"

 인사청탁 명목의 뇌물수수 혐의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
 인사청탁 명목의 뇌물수수 혐의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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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재판결과에는 결코 승복할 수 없다. 굉장히 잘못된 재판이다. 내가 진실이라고 믿고 발언했는지, 허위사실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얘기했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겠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와 유족에게 고통을 안겨드려 송구스럽지만 죄는 되지 않는다. 도의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내가 죄는 짓지 않았다. 그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나를 잘 대우해줬고, 개인적 감정도 없다. 사건 자체가 워낙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고, 검찰도 국민들 생각에 부응해야 하니까 기소하고 유죄를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유죄를 받아서 억울하게 실형을 살고 나왔지만, 유족들에게는 언젠가 꼭 사과하겠다. 그것과는 별도로 사법체계 안에서는 즉 형법상 죄가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조사받으면서 검찰을 보는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검찰 수사 행태가 이런 정도라면 국민들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이 아니라 당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사권, 기소권 분리 얘기하면 자꾸 (검찰과 경찰이) 밥그릇 싸움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국민 인권을 위해서 어떤 수사제도를 운영하는 게 좋은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검찰개혁을 언급했는데.
"적어도 검찰이 불법행위는 안해야 할 것 아닌가? 플리바기닝을 못하게 돼 있는데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플리바기닝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 친구 송영조를 보라. 죄없는 무고한 시민을 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시켰다. 이런 현실이 무엇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 있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나? 수사기관에서 '송영조는 죄가 있다'고 기소해 달라고 했을 때 과연 소추기관에서 기소할 수 있을까? 절대 송영조를 기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죄도 없는 사람을 126일 동안이나 옥살이를 시키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입혔나? 왜 이런 현실이 가능한가? 그것은 우리나라 수사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검찰)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3급 한국 검찰은 5급 일본 검찰보다 낫다고 할 수 있나?

- 검찰개혁의 핵심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보나?
"적어도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군데 맡기면 안된다. 전세계 수사제도를 연구하면 답이 나온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사법제도가 도입된 것은 일본을 통해서였다. 일본은 19세기 말 메이지유신 때 프랑스와 독일 제도를 모방해서 사법제도를 만들었다. 왜 당시 일본은 영국식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나? 왜 우리는 꼭 대륙법체제여야 하나? 법조인들은 늘 대륙법체제여야 한다며 안그러면 혼란이 온다고 한다. 이것은 맞는 이야기인가?

일본은 패전 이후 형사법 체제도 영미 혼합체제로 바꾸었다. 그래서 엄청난 혼란이 초래됐나? 우리나라도 형사소송법의 경우에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왜 수사제도에서는 (영국식이나 미국식을) 안받아들이려고 하나? 전세계 형사법 체제를 보라. 전부 영국식 아니면 미국식이다. 그런데 왜 선진 사법제도는 안 받아들이려고 하나? 언제까지 대륙법체제만 주장할 것인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법제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법원, 판사다. 사법부는 법원을 가리키는데 검찰은 자신을 준사법기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검찰은 행정기관이지 사법기관이 아니다. 검찰이 어떻게 준사법기관인가? 프랑스에서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고 부르는데 프랑스 검찰은 법원 소속이다. 프랑스 검사에게는 수사지휘권이나 수사의뢰권, 수사요청권만 있다. 경범죄를 제외하면 직접 수사권은 없다. 검찰은 행정기관이지 사법기관이 아니다."

- 검찰은 자기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준사법기관이라고 부르는 것 아닌가?
"우리 수사제도의 모태는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 검사들은 현직 총리까지도 수사한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일본 검사들은 바깥에서 식사를 안한다. 구내식당에서 먹거나 도시락을 시켜서 먹는다. 게다가 전관예우는 상상도 못한다. 일본 수사검사는 사무관에서 출발한다. 반면 우리는 검사에 임용되면 바로 3급 국장급으로 출발한다. 일반 행정고시는 5급으로 출발하는데 검사는 3급으로 대우받는다. 국민을 위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부정부패에 물들지 말고, 정의롭게 활동하라고 3급 월급을 주고 예우해주는데 과연 우리 검찰이 일본 검찰보다 낫다고 할 수 있나?"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한 확고한 신념 가지고 있어"

 인사청탁 명목의 뇌물수수 혐의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
 "국가기관에서 조사한 기관들의 청렴도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앞선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 신뢰도 등에서 경찰이 검찰에 뒤지지 않는다. 비리건수나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제소건수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낫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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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신뢰도를 지적했는데 경찰도 신뢰도가 높지 않아서 수사권을 완전하게 가져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은 수긍할 수 없다. 경찰이 검찰 못지않게 국민들로부터 비난받고 불신받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가기관에서 조사한 기관들의 청렴도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앞선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 신뢰도 등에서 경찰이 검찰에 뒤지지 않는다. 비리건수나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제소건수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낫다."

- 정치검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찰도 있지 않나? 국민이 아닌 청와대만 바라보는….
"분명히 그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나는 현직 경찰청장으로 있을 때 정치적 중립을 누구보다 강조했다. 당시 전국 수만명의 경찰이 지켜보고 있는 화상회의에서 '대통령 지시사항, 경찰청장 지시사항이라고 할지라도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따라서는 안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때문에 제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정치적 중립에 관한 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경찰청장 재임 20개월 동안 '경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특정정당, 특정정권의 시녀라는 이미지를 주면 어느 국민이 경찰의 법집행을 수긍할 수 있겠느냐? 경찰이 법을 집행할 때 신뢰를 높이려면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는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키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굉장히 많이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검사 출신 의원들이 거의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검사 출신 의원들이 많다. 그래서 저는 과도기적으로 경찰 출신 의원이 지금보다 더 많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경찰이나 검찰 출신은 정계에 받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과도기적으로 경찰 출신 의원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은 검사의 임금 수준이 평균 임금수준보다 훨씬 낮다. 오히려 경찰은 평균 임금수준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검찰은 명예직으로 생각하고, 거기를 거쳐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전관예우 등의 폐단이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법률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도 순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전관예우도 있고, 사건을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 출신들이 정치를 하려고 하면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겠나?

경찰이 하는 업무를 100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극히 일부다. 90이나 95는 전혀 그런 정치적 요소와 무관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전혀 청와대 눈치 안본다. 투표하면 야당을 찍을 경찰관들도 적지 않다. 수사권, 기소권 분리문제로 야당에 우호적인 경찰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청와대 눈치를 볼 것 같나? 극소수의 문제를 가지고 경찰을 다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100그루의 나무 가운데 한 그루가 병들었다고 해서 그것을 병든 숲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인사권을 다 쥐고 있는 청와대... 잘못됐다"

- 청와대만 바라보는 검찰과 경찰의 행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다 쥐고 있지 않나. 인사권을 대폭 각료들에게 이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굉장히 훌륭하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은 일단 사람을 발탁하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내가 경찰청장을 하고 있을 때 민정수석실에서 아무리 시비걸고 해도 이 전 대통령은 '조 청장이 잘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건드냐?'고 했다. 발탁한 사람이 잘 못하면 바꾸면 된다. 청와대의 역할은 그런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 일단 맡겼으면 힘을 실어주고 최대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 지금도 경찰 고위직은 전부 청와대에서 인사를 하지 않나?
"외부에서 인사를 하면 힘 있는 사람에게 청탁할 것 아닌가? 그러면 브로커가 등장할 것이고, 비리가 싹 틀 가능성이 많다. 또한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 것이 적절한지는 경찰청장이 제일 잘 아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민정수석실에서는 경찰청장이 인사를 잘 할 수 있도록 관련자료를 주면 된다. 내가 경찰청장할 때에는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잘했다. 민정수석실에서 내려오는 지침이나 지시는 없었다. '누구는 안된다' 이런 정도만 있었다. 권재진 전 민정수석이 <동아일보>에 '조현오 청장한테 얘기한다고 해서 조 청장이 그것을 들을 사람입니까?'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제일 맘에 든다.

미국 3등 서기관과 식사하면서 직접 들었는데, 그 사람은 한국 근무가 끝나면 다음에 어디로 발령나고, 그 다음에는 어느 보직으로 가는지까지 알고 있더라. 이렇게 예측가능하게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선진 공직사회다. 우리 인사도 그렇게 이루어져 한다. 인사나 성과 평가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성과 평가도 순위를 매기고 그 안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성과 따로 승진 따로'인 후진적 인사제도는 바꾸어야 한다."

- 수사권 독립이 가능해지기 위해서 경찰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공정하게 국민들 처지에서 법을 집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인정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팀장, 서장, 지방청장, 경찰청장 눈치를 보면서 활동하면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현재의 법사위 구성으로는 선전 수사제도 도입 불가능"

 인사청탁 명목의 뇌물수수 혐의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
 조 전 정창에게 "2심에서도 무죄판결을 확신하나?"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지자,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완전히 별개다. 어느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의 결정에 얽매이려고 하겠나? 그래서 되도록 1심 판결에 관해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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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014년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안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매듭짓겠다"라고 했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경찰청장이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내가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했다. 수사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이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안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회의를 열어서 임태희 비서실장을 불러서 거기서 바로 결정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으면 안됐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경찰에 가장 우호적인 포지션을 취했던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던 것 같다. 경찰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검찰에 대한 반발 때문인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경찰 편을 많이 들어줬다. 다만 현실적인 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 전 대통령처럼 경찰편을 들어준 대통령은 없었다."

- 현재 국회 등에는 검찰개혁 동력이 없다.
"그렇다. 지금 국회 법제사법위가 대부분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 구성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선진 수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앞으로도 검찰개혁 목소리를 낼 것인가?
"나야 항상 목소리를 낸다. 언론에서 관심있게 받아주고, 그것을 보도해서 여론을 환기시켜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조현오 또 저런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검찰이 항소했나?
"2월 17일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검찰은 2월 18일 바로 항소했다."

- 2심에서도 무죄판결을 확신하나?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완전히 별개다. 어느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의 결정에 얽매이려고 하겠나? 그래서 되도록 1심 판결에 관해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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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수사검사들 태도가 어땠냐고? 노무현의 극단적 선택 이해되더라"
[인터뷰②] "검찰은 나를 '검찰 공적 1호'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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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