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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이다."

기업 마케팅 세계에서 꽤 유명한 말이다. 내용의 한 측면을 보면 이렇다. 아디다스, 퓨마, 리복 등 많은 스포츠관련 브랜드 가운데 90년대 후반까지 1위를 달리던 나이키는 문제에 봉착했는데, 엄청난 매출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나이키는 비디오 게임 시장이라는 전혀 다른 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닌텐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즉 주 고객인 청소년들이 집안에 틀어박혀 비디오 게임을 하느라 밖에서 활동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이때부터 나이키는 문 밖 세상으로의 도전, 성취, 극복 등의 메시지를 담아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타겟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는 후에 미국 정치에서 '프레임'이란 용어를 일반화시킨 명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다루었던 '프레임 전환'이라는 개념으로 지칭할 만한 일이었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은 어떤 것일까?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은 어떤 것일까?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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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을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 '반새누리당 연대' 또는 '야권단일화'의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이를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는 길게 보면 반민정당, 반민자당, 반신한국당, 반한나라당 시절부터 30여 년째 지속되고 있는 고민과 실천의 형태이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반체제, 반정부, 범진보, 민주개혁 등 어떤 표현이 적합한지는 차치하고, 어쨌든 수구보수로 표현되는 집권세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절실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로 위의 슬로건이다. 반00연대나 야권단일화가 결과적으로 제1 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귀결되어 온 점에 대한 비판-반비판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문제는 투표율이 계속 급감해 온 것이다. 대선을 제외하면 근래의 지방선거나 총선의 투표율은 50%대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청년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생각하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50대 후반부터 특히 60대 이상의 보수화 경향은 이 글을 읽는 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동시에 젊은 세대가 '정치는 나와 관계없다', '정치는 재미없다', '정치는 쓰레기들이 하는 것이다'로 표현되는 것처럼 정치와 거리를 두거나 심하게는 혐오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가 전통적인 야당에도, 민중운동에도, 진보정당들에도, 시민사회단체들에도 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젊은 세대가 나서지 않으면 선거에서 범야권이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각종 통계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그런데 범야권은 이들을 나서게 할 방안을 못 찾고 있다.

나이키의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우리의 경쟁자는 새누리당인가? 수백 개의 채널로 구성된 TV,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 엔터테인먼트, 폐쇄적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경쟁자는 아닌가?

그 안에서 '나만의 삶, 나만의 사다리에 대한 희망'만이 오고 가는 현실을 우리는 잘 안다. 물론 지배세력들이 3S 정책을 넘어 훨씬 세련되게 대중문화를 장악해 대중을 현실로부터 도피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구조화된 사회·문화 환경으로부터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재미, 즐거움, 직관성, 쉬운 참여 등을 현실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실행하는 데에 주저하거나 고민이 짧았거나 능력이 부족했음을 통감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정치플랫폼의 출현

올해 1월 22일, 온라인 정치플랫폼 '움직여(http://movenow.kr)'가 오픈되었다. '시민이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서자'는 모토 하에 작년 말 결성된 시민혁명당 추진위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정치토론 온라인 공간이다.

이 사이트를 만들게 된 것은 독일 해적당, 스페인의 포데모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등 기존 정치체제를 바꾸려는 시민이 직접 나서 성과를 보인 최근 유럽에서의 경험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거의 실시간으로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대해서 '공유하고 공명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코빈이나 미국의 샌더스현상 또한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90% 또는 99%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방식들이 과거와 다르게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을 한 것이다.

이 사이트의 이름을 '움직여'로 정한 것은 미국의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에서 착안한 것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대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울부짖던 우리 사회의 경험을 토대로 작명한 것이다.

이 사이트의 핵심은 이렇다.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거나 정책을 제출한다. 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켜 '의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의 견해를 의제화 할 수 있고, 의제에 대한 찬반 추천도 할 수 있다. 의제를 만들어 올릴 때에는 세부 항목의 선택지를 최대 7개까지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전문가들의 견해와 만나 일종의 '집단 지성'이 형성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나서게 되는 방식이다.

이 사이트는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사용가능하다. 시민혁명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 이를테면 녹색당, 정의당, 더민주당 같은 정당들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사회단체들도 사용 가능하고, 심지어 청와대나 국정원, 새누리당도 사용 가능하다.

이 사이트는 모두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토론을 통해 의제가 풍부하도록 살을 붙이는 시스템이다. 이 사이트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많은 의제가 형성되고, 수많은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용자가 수십만, 수백만 명이 되면 지난 대선 때 같은 국가기관의 불법 부정 선거개입은 불가능해진다. '공약만 있고 실천은 없는' 정치권의 오랜 관행도 무너질 수 있다. 왜냐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공약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토론하고 결정했으므로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는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영향력이 미약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힘이 커질 것이다. 차기 대선 시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에 기반한 정당의 가능성

온라인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를 표방하는 정당은 한국 정치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포데모스를 이끄는 파블로 이글레시아는 인터넷이나 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세를 떨쳐온 인사다. '오성운동'을 주도하는 베페 그릴로는 유명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다.

이런 사례로 볼 때 일단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고 친숙한 인물이면서 '재미 요소'를 갖춘 인물들이 나서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달리 대중예술인들이 정치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긍정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직접 정치에 나서는 것은 다들 꺼리는 분위기이다. 이 점이 극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엔터테인먼트를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온라인 기반 정당이 성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온라인 시스템을 얼마나 잘 갖추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가에 달려 있다. 아다시피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IT 인프라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소위 '파워 유저POWER USER'라 일컬어지는 능숙한 온라인 사용자들이 매우 많다. 이들이 '정치'문제와 관련해서 하나의 사이트로 모여 활동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는 것과 사회개혁을 위한 '의지'를 한 데 모으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안성용님은 시민혁명당 창당준비위원회 창당기획단장 입니다.



태그:#선거, #투표율, #총선, #청년, #온라인플랫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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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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