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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회원들끼리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고, 분배합니다."


장성 남창고로쇠영농조합법인 정숙락(55) 대표의 말이다.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남창계곡에 자리하고 있는 남창고로쇠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은 모두 8명. 이들은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부터 고무관 점검, 집수정 청소 등 모든 일을 함께 한다. 날마다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지만 즐겁게 일을 하는 이유다. 힘이 덜 들고 능률도 더 오른다.


집수정으로 모아진 고로쇠 수액의 위생처리를 거쳐 포장하고 파는 일도 함께 한다. 법인의 고로쇠 수액 생산량은 연간 18리터짜리 7000∼8000통에 이른다. 수액 채취를 위한 임야 임대비와 재료비, 물류비 등 모든 경비를 뺀 다음 이익금도 똑같이 나눈다.



"처음에는 이익금 배분을 둘러싸고 곡절이 조금 있었는데요. 지금은 전혀 없어요. 모두가 한 식구처럼 삽니다."


김창길(59) 전 법인 대표의 말이다. 지금은 공동 생산·판매·분배 방침이 법인의 최대 장점이 됐다. 무엇보다 법인과 생산품에 대한 신용과 인지도가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개개인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믿고 찾는다.


고로쇠 수액 판매로 인한 주민들의 농한기 소득도 쏠쏠하다. 마을주민들은 봄에 오디와 복분자를 딴다. 여름엔 마을의 계곡을 찾아오는 피서객을 상대로 음식을 팔고 잠자리를 제공한다. 가을엔 곶감을 깎는다.


마을도 활기를 띠고 있다. 관광 비수기인데도 고로쇠 수액을 마시거나 사러 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당과 민박집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회원들이 힘을 합쳐 고로쇠축제도 열고 있다. 올해 축제는 3월 19·20일 이틀 동안 마을에서 연다. 문화와 체험, 관광이 어우러지는 축제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 회원들이 1당 100을 합니다. 행사 준비하고, 진행도 저희가 하거든요. 고로쇠 수액 채취는 평소처럼 하면서요."


정동일(48) 장성백양고로쇠축제추진위원장의 말이다. 올해 10회째를 맞는 축제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청정 고로쇠'를 주제로 각종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준비된다. 고로쇠 수액 채취 체험을 비롯 고로쇠 수액 빨리 마시기, 고로쇠 수액 즉석 경매 등이 마련된다.


떡메치기, 캠핑페스티벌, 천문 관측, 활 만들기, 편백조형물 만들기, 장작 패기 등 체험거리도 푸짐하다. 미션 수행 등반대회, 입암산 위령제 그리고 가요제, 축하공연 등 즐길거리도 준비된다.



남창마을 풍광도 다소곳하다. '별내리마을'로 이름 붙은 산촌체험마을이다. 계곡가에 천문관측소를 두고 있다. 계곡도 예쁘다. 장쾌한 협곡은 아니지만 완만히 흐르는 계곡이 매력이다. 여름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산골이지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국립공원지역인데, 풍광 좋죠. 공기 좋고요. 당연히 건강하죠. 일하면서 보람 찾고, 틈틈이 쉬면서 모여 놀기도 하고요."


이동형(52) 법인 감사의 말이다. 실제 남창계곡은 드라마나 광고의 배경으로 여러 차례 나왔다. 고불총림 백양사도 지척이다. 새봄 나들이 코스로 으뜸이다.



고로쇠나무는 고지대에서 자생한다. 수액은 이 나무의 뿌리에서 줄기로 올라가는 물을 일컫는다. 보통 1m 정도 높이의 고로쇠나무 몸통에 드릴로 2∼3㎝ 깊이의 구멍을 뚫은 뒤 고무관을 꽂아서 수액을 받아낸다. 일교차가 커야 수액이 많이 나온다.


이 수액이 우리 몸에 좋다. 당분, 칼슘,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 그리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미네랄은 일반 물보다 40배 정도 많이 들어있다. 맛은 달짝지근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 우리 몸에 빠르게 흡수돼 몸속의 노폐물을 없애준다. 한꺼번에 많이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도선국사와 관련된 일화도 전해진다. 통일신라 때 옥룡사에서 수도하던 도선국사의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앉아서 수도한 후유증이었다. 가까이 있던 고로쇠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을 마신 다음 무릎을 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뼈에 이롭다고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피부 미용과 관절염, 골다공증, 신경통, 변비, 면역력 향상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고로쇠수액, #고로쇠약수, #남창계곡, #남창골고로쇠, #남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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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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