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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1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1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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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 의회의 '테러방지법' 법안 저지 필리버스터가 7일째를 맞았다. 오전 6시 20분부터 연단에 오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 홍익표 더민주 의원이 일주일 차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는 열기도 여전히 뜨겁다. 각 필리버스터 주자들은 연단에 오를 때마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꿰찼다. 평균 5, 6시간씩 토론을 이어가는 토론 주자들의 고충을 배려하는 의사 진행에 '힐러 리'라는 별칭을 얻은 이석현 부의장도 누리꾼의 주목을 받았다(관련 기사 : 강기정 눈물 뺀 '힐러' 이석현 "이 양반이!" 조원진엔 '버럭'). 

필리버스터 도중 수고하는 속기사들을 위해 "수화는 언어다"라는 수화를 선보인 서영교 의원, 테러의 종류를 자세히 소개하고 각각에 알맞은 대응들을 분석한 최원식 의원, 문학과 영화 이야기로 '쉽게 이해하는 테러방지법 저지 이유'를 풀어낸 홍익표 의원까지. 토론자의 개성마다 내용과 재미 요소도 제각각이었다.

[서영교] "국가 비상사태라면서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1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고한다고 말한 뒤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 필리버스터 도중 'v' 만든 서영교 의원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1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고한다고 말한 뒤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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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20분부터 오후 1시 21분까지 약 7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의 발치엔 여러 자료와 손팻말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신문 기사부터 국정원 관련 기록들까지. 다양한 주제의 발언만큼 토론을 이끄는 여유도 눈에 띄었다. 그는 필리버스터를 돕거나 전하는 속기사, 수화 통역사, 언론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작게 '브이'를 그리기도 했다.

"(지난 28일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와 함께하는 친환경·안전 캠핑' 캠페인 및 1박 2일 캠핑을 국회 의원동산에서 진행했다는 <경향신문> 보도를 소개하며 )"국가비상사태면 지금 국회는 이러고 있어야 되겠습니까?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어제 국회 동산에서 캠핑을 하더군요.

국가비상사태에 새누리당 의원이 지역구민들과 캠핑을 하면 그게 국가비상사태 맞습니까? 이게 바로 그 사진입니다. 참 기가 막힙니다. 이게 진짜 기막힌 것 아닙니까. 대통령님 한번 봐주십시오. 대통령께선 국가비상사태라는데 여당 국회의원이 국회 동산에다 이렇게 캠핑을 하고 있습니다."

(늘 지도자로서 '책임'을 강조했던 세종대왕의 자세를 언급하며) "지금 새누리당이 가지고 온 국정원이 뒤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테러방지법 그것은 인권 테러법입니다. 그것은 내 책임이다, 하는 자세로 독소 조항을 없애고 서로 협의해 만들려고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대화해주십시오. 대통령께도 부탁드립니다. '왜 국회는 안 합니까'라기 보다는. '내 책임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도 내 책임이다'. 그리고 '국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도 내 책임이고 그래서 내가 잘 돌아가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서로 대화하게 하고 논의하게 하는... 그렇게 해주십시오. 왜요? 국민을 위해서요."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 당시 박근혜 의원은 '다시 한 번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새누리당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대통령께서는 왜 당신께서 한 말씀을 자꾸 잊어버리는 걸까요. 당신이 하시면 괜찮고, 야당이 하면 기막힌 현상이 되는 겁니까. 대한민국엔 대통령만 계시는 겁니까. 대한민국에는 야당도 있고 국민도 있습니다."

[최원식] "새누리당, 필리버스터에 참여해라"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치고 동료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치고 동료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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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4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은 누리꾼들에게 토론 내용과 함께 또다른 이유로 눈길을 끌었다. 최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동안 2주 전께 부친상을 당한 소식이 누리꾼 사이에 공유됐기 때문이다. 누리꾼 leonar******은 관련 소식을 트위터에 전하며 "힘든 일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저 자리에 서서 토론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진심에 경의를"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아래는 최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며 한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필리버스터는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반면 새누리당 의원은 단 한 분도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국민을 향해 'Q&A 15개 문항'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테러방지법 대상이 50여 명에 불과하고 인권 침해, 권력 방지 장치도 완벽하게 마련돼 있다고 했을 뿐, 야당과 국민이 제기하는 악용과 그 우려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은 열린 자세로 국민이 의심을 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이 완벽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필리버스터에 당당하게 참여하십시오. 여론의 심판을 받읍시다."

[번외] 부의장 VS 부의장

이석현 부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얻은 별칭 '힐러 리'는 치유하는 자를 뜻하는 '힐러(healer)'와 부의장의 성 '이(Lee)'를 합해 누리꾼들이 만든 말이다. 29일도 마찬가지로, 이 부의장은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는 토론자에게 응원 한마디를 던지는가 하면, 필리버스터를 찾은 방청객들에게 틈틈이 인사하며 감사를 전하며 누리꾼들에게 '따뜻한 의사 진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홍익표 의원을 향해) 자료를 읽는 게 아니라 (뜻을) 소화해 말하니까, 아주 열심히 하시는 거 같습니다. 방청석에 오신 분들 많아서 소개를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소개) 이렇게 많은 분이 방청하시고 계십니다.

이렇게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 국회의원들이 토론한다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냉소적인 분위기도 있는 데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여야 간 노력을 하겠습니다. 지금 발언하시는 분들, 무척 힘들다. 앉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 가고. 고통 속에서 인내하면서 하고 계신다. (방청객  여러분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 갖는 계기 되길 바랍니다."

반면 정갑윤 부의장은 필리버스터 중간중간 토론자들의 발언을 중단하며 '의제 외 발언'에 대해 경고하거나, '발언이 주제와 맞지 않다'는 여당 의원의 의사 진행 방해를 그대로 수용해 토론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29일도 마찬가지였다. 최원식 의원이 연단에 오른 직후, 정 부의장은 국회법 102조를 근거로 의제 외 발언을 삼가라는 주의를 주며 최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열었다.

"다음 토론에 들어가기 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6박 7일간 쉬지도 않고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헌 이래 이번처럼 장시간에 걸쳐 필리버스터를 실시한 사례가 없죠. 국회 운영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만큼, 제도 운영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25분의 의원께서 130여 시간 발언 하던 중 가장 논란되고 있는 것은 의제 외 발언입니다.

본회의에서 실시되는 발언은 원칙적으로 시간제한이 있는 반면, 무제한 토론은 1인당 1회에 한해 실시하되, 시간 제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의제 외 발언 금지 원칙은 다른 발언과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국회법 102조는 모든 발언은 의제 외 허가받은 성질 이외의 것은 안 된다고 합니다. 의장으로서 의원 여러분의 발언 시간을 얼마든지 보장하지만, 국회법의 규정에 따라 의제 외 발언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6일 판사 출신인 서기호 의원이 필리버스터 중 해석한 내용과 대치된다. 당시 서 의원은 "국회법 102조는 무제한 토론이 존재하지 않을 때를 가정한 규정이다"라며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추가된 106조를 따라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106조 조항은 효율성이 목적이 아니라, 소수자의 발언 보장이 핵심인 조항이다"라고 말했다.    

[홍익표] "프랑켄슈타인 만드는 정치, 이젠 막아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27번째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27번째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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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의원으로부터 오후 5시 27분께 바통을 이어받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본 영화, 뮤지컬, 책 등의 내용을 필리버스터에 녹였다. 홍 의원은 독일 동독의 인권 탄압 참상을 그린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타인의 삶>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 <타인의 삶>은 20만 명의 첩보원을 통해 국민을 감시하는 정보기관 '슈타지' 소속 비밀경찰의 삶을 다룬 영화다. 몇몇 작품을 통해 홍 의원은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우려와 그 책임 주체를 분석했다.

"영화 내용을 전해 드릴까합니다. 무제한 토론이 장점은 시간이니까요. 주인공인 비밀경찰은 동독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가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기고 거기에 장인의 노력을 기울이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감청 수준은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스마트폰을 감청하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되지요.

도청, 미행, 개인 사생활에 대한 침해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사회가 과연 행복할까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금융 계좌 추적, 위치 파악, 교통 카드를 쓰든, 음식점에서 결제를 하든, 여러분이 다닌 길,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속속들이 다 알게 됩니다. 여러분 그게 좋으세요? 그걸 원하시면 이 법을 통과시켜 드리겠습니다."

"정치적 침묵이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서로가 버팀목이 되지 않고선 결코 맞설 수 없습니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 안 그렇습니다. 큰 물결은 누구누구를 가리지 않습니다."

"흥신소보다 못한 정보 수집력을 갖고, 더 많은 권한을 달라고요? 나중에 그 책임은, 북한이 했다고 하면 면책이 됩니까? 금융 기관 해킹 사건이 나면 북한 소행이라고 하고... 그러고 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손해 배상도 하지 않습니다."

한편, 오후 10시 현재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150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발언 중인 홍익표 의원까지 총 27인의 야당 의원이 참여했고, 앞으로 참여할 예상 의원 수는 총 20인이다. 홍 의원 다음으로는 이언주 더민주 의원이 마이크를 넘겨받는다.   


태그:#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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