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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이 같은 당 동료의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퇴장한 것과 대비된다.
▲ 권은희 의원, 쓸쓸한 퇴장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이 같은 당 동료의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퇴장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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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관련해서 진행된 내용을 말씀드렸다. 보다 자세한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지만 워낙, (제가) 이와 관련한 당사자란 이유로 발언권을 제한하는 상황이 있다.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므로 관심을 가져주시고..."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에 나선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약 세 시간 동안 토론을 펼치고도 '할 말을 다 못한 채'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으로 강화된 권한을 오·남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이 수사했던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설명했다. 테러방지법의 불명확한 법개념과 통제가 현재진행형인 국정원의 권한 오·남용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취지였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토론 주제가 빗나갔다. 테러방지법만 발언해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권 의원이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데다 의제와 관련 없는 토론이란 취지였다. 이에 권 의원은 "사법적 통제가 작용되지 못한 사례를 말씀드리고 있다, 지금 이 법의 골자는 국정원의 권한 강화이기 때문에 그 사례를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라고 맞섰다.

당시 사회를 보고 있던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지금 권 의원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내용 발언이 의제와 연관 있다고 본다"라면서 "자리에 앉아서 뭐라 뭐라 하면 진행이 곤란하다, (무제한 토론) 발언을 신청하시든가요"라고 권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권 의원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권 의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보다 자세한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지만 워낙, (제가) 이와 관련된 당사자란 이유로 발언권을 제한하는 상황이 있다"라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또 앞서 자신이 인용한 영국의 동화 작가 엘리너 파전의 <줄넘기 요정>을 재차 거론했다. <줄넘기 요정>은 "글라인드 마을의 케번산에 공장을 세우려는 영주의 욕심을 끝나지 않는 '줄넘기'로 저지한 내용"을 골자로 한 동화다. 권 의원은 이 동화를 소개하며 국민들이 마지막에 '요정 줄넘기'로 영주의 공장 건설 계획을 무산시킨 '엘시 피더크'가 되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권 의원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집착하는 테러방지법에 단호하게 '아니다'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라면서 "(국정원의 권한 강화로) 앞으로 닥칠 위험을 모른다면 무능한 정부·여당이고 알면서도 이를 강행한다면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는 정부·여당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라도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추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유신정권 당시 고문상황 묘사하자 "예만 들란 말이다, 설명 말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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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23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집요하게 방해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낭독하며 토론을 시작한 이 의원은 테러방지법을 강행하는 박근혜 정부를 "무제한 사찰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또 높은 자살율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은 테러방지법보다 자살율을 줄이려는 고민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제 외의 발언을 하지 마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를 보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민을 선동하거나 국론을 분열시키는 자리가 아니라 테러방지법이 왜 필요하고 왜 필요하지 않은지 분석하는 자리니 유념해서 발언하기 바란다"라면서 "의석에서는 큰 소리로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이 유신정권 당시 국가기관에 의한 고문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때도 새누리당의 방해는 계속됐다. 특히 1971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문을 낭독하려 할 땐 연달아 고성이 터져나왔다. 사회를 보던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도 "예만 들란 말이다,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라며 이 의원을 제지했다. 다만, 그는 이 의원이 아랑곳 않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의원) 진정하시고 천천히 하시라, 시간 충분히 드리겠다"라고 그를 달랬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를 끝까지 낭독했다. 또 "(선언문 중) 최악의 경우,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자유의 일부도 유보할 결의를 가져야 한다, 이 조항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자유의 일부를 유보할 결의를 갖고 계시냐"라고 반문했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 등이 "그것이 의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땐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근거인)국가비상사태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새누리당 쪽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입법 비상사태라 하지 않았나'라는 취지로 반박하자, 이 의원은 "입법 비상사태란 말이 있습니까? 지금 저는 비상사태가 아닌 근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 비상사태가 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선포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속적으로 이 의원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던 새누리당 이채익·이강후 의원은 결국 '1분 퇴장'을 명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같은 당 김용남 의원은 이학영 의원의 발언에 지속적으로 '딴지'를 건 이채익 의원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악수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은 이날도 많은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다. 좌우의 가장자리 열만 제외하고 가득 들어찬 상황이다.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은 이날 오후 2시 50분 현재 115시간 째 진행되고 있다.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휴일을 맞은 시민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 휴일 반납한 시민들, 필리버스터 방청석 가득 메워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휴일을 맞은 시민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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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테러방지법, #권은희, #이학영, #정갑윤, #1분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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