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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희 강남구청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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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구청장 신연희)가 영동대로 통합개발계획이 국책사업으로 확정 발표됐다며 국토부에 사의를 표했으나, 정작 국토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만약 국토부가 그런 발표를 한 적이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남구가 입장문을 냈다면,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 사용처 갈등 봉합 국면에서 주민들에게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사실을 과장 또는 허위로 발표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강남구는 삼성동 옛 한전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1조7천억 원에 대해 '우리 구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1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강남구는 한전 부지 인근 영동대로 지하공간의 통합개발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영동대로 통합개발은 코엑스 지하 상업몰과 현대차 용지를 연결하는 영동대로 지하에 삼성역을 관통하게 될 6개 광역·도시철도 통합환승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업·문화시설 등을 설치하는 개발 프로젝트다.

국토부 "이상해서 반박자료 낼까 고민까지 했었다"

강남구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11월 25일 정부(국토교통부)가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추진계획을 국책사업으로 확정 발표함으로써 영동대로 기반시설 확충에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 최우선 사용의 명분을 확고히 해줬다"며 "정부(국토교통부)에도 깊은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한전부 지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의 기반시설 확충에  우선 사용할 것을 천명했다"며 역시 "깊은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24일 국토부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국토부는 "영동대로 통합개발을 국책사업으로 확정 발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담당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영동대로 통합개발 실무특별팀 팀장을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격상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는 했지만, 국책사업으로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강남구의 입장문이 이상해서 (이를 반박하는) 참고자료를 낼까 고민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 경기도, 강남구, 철도시설공단 등과 함께 영동대로 통합개발을 논의하는 실무특별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어 "강남구의 입장문은 영동대로 통합개발 전체가 국책사업인 것처럼 오해하게끔 써놨는데, 영동대로 개발계획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국책개발'은 삼성역 구간 철도시설 등 아주 일부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영동대로 통합개발 확정' 현수막. 그러나 통합개발이 확정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영동대로 통합개발 확정' 현수막. 그러나 통합개발이 확정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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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개발도 논의하는 단계일 뿐 확정발표 한 적은 없다"

국토부는 '통합개발이 확정됐다'는 강남구의 주장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거리 곳곳에는 현재 '강남구범구민대책위원회'라는 단체 명의로 '국토부가 11월 25일 영동대로 통합개발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영동대로에 6개 철도가 들어오는데 따로따로 공사하면 시민불편이 너무 심하니 종합계획을 수립하자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주장이 나름 일리가 있다고 봐 국토부가 함께 논의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확정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발주한 용역의 결과를 기다려야 해서, 지금은 오히려 논의가 조금 소강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영동대로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도 "통합개발이 확정돼 공공기여금 최우선 사용의 명분을 확고히 해줬다"는 표현에 대해서 어이없어 했다.

서울시 "최근 상황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에 따르면 "영동대로가 통합개발되어야 하고 공공기여금도 이곳에 주요하게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처음부터 서울시도 같은 입장이었고, 최근 상황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공공기여금의 사용 시기와 우선순위 등은 앞으로 더 논의해가야 한다"고 강남구 주장을 생뚱맞아 했다.

그는 다만 "강남구가 지금까지 공공기여금 사전협상 참가를 거부해 주변지역 민원 등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손해본 게 많았는데, 지난주 기여금 액수가 확정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참여해 실리를 챙기려는 게 아닐까"하고 추측했다.

그는 또 최근 강남구 측이 서울시에 대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데 대해 "화해를 하려면 최소한 한전 부지나 구룡마을 개발과 관련돼 강남구가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해 제기한 고발 건부터 취하해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앞의 국토부 관계자도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의 사용처를 놓고 서울시와 줄다리기를 하던 중 지난주 액수가 정해지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한번 액션을 취해본 게 아닐까"하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강남구 "철도사업이라는 게 다 국책사업 아니냐"

이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어차피 통합개발하는 쪽으로 방침이 섰으니까 국토부가 팀을 만들어 논의하는 게 아니겠냐"며 "그런 의미에서 '확정'이란 단어를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책사업'이라고 쓴 데 대해서는 "철도사업이라는 게 다 국책사업 아니냐"며 "용어를 하나하나 따지면 좀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무리가 없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태그:#영동대로통합개발, #강남구, #신연희, #국토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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